산후조리비 중단에 청원도 올라와
도 “재정 여력 부족… 불가피 조치”
취임 석 달 만에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한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향한 도민들의 비판이 거세다. 수천억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에 이어 산후조리비 지원 중단까지 알려지면서, 긴축 재정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란이 복지 축소와 도민 소통 문제로까지 번졌다.
16일 경기도청원 페이지 등에 따르면 최근 청원인 A씨는 “무리한 예산 삭감의 부작용이 하나둘 드러나며 도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지금, 더 늦기 전에 추미애 도지사의 사퇴를 청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 재정건정성 TF 분석에 따르면 경기도의 재정 상황은 당장 위기라고 단정할 수 없고, 경기도의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법이 정한 위기 상황보다 낮다”고 덧붙였다.
이어 “추미애 도지사는 주관적인 판단만으로 ‘이대로는 부도’라며 재정 비상 선언을 강행하고 추경안에서 무려 5465억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면서 “더 놀라운 것은 재정 비상이라며 공무원 인센티브까지 절반 이하로 삭감하고는 본인은 보증금 12억원이 넘는 47평형 아파트를 혼자 사용하는 관사로 계약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추미애 도지사는 독자적인 판단으로 기습적인 긴축 재정을 선언하고 도민 입장에서 필요 불가결한 복지 예산까지 마구잡이로 삭감했다”며 “이번 산후조리비 폐지 사태만 봐도 추미애 도지사의 도정 전반에 대한 몰이해와 불통 행보가 도민의 삶에 얼마나 치명적인 위협인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고작 취임 석 달 만에 이런 사고를 쳤으니 1년 후면 추미애 도지사가 사퇴해야 할 사유는 줄이고 줄여도 책자로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될 것”이라며 “1400만 경기도민의 삶을 책임질 능력이 없음을 인정하고 스스로 사퇴하라”고도 쏘아붙였다.
지난 11일 게시된 청원은 나흘 만에 참여자가 1만명을 넘어 도지사 공식 답변 대상이 됐고, 하루 만에 3만명을 넘어선 시점에서 답변이 게시되면서 ‘답변 완료’ 처리됐다. 답변 완료 청원은 더 이상 참여할 수 없다. 통상 청원 기간인 30일 동안 의견 수렴 후 답변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조치라는 반응이 나왔다. 참여 인원이 빠르게 증가한 만큼 신속한 답변이 필요했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추 지사는 청원 답변에서 “지난해 편성된 2026년 경기도 민생 필수 예산은 9개월분만 반영돼 있었고 각종 기금과 내부 재원까지 상당 부분 활용하면서 추가로 동원할 수 있는 재정 여력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치 민선 9기 도정이 멀쩡히 편성된 민생 예산을 고의로 삭감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는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재정 비상조치가 멀쩡한 예산을 새롭게 깎는 선택이 아니며, 전임 도정에서의 재원 활용에 따른 부족한 재정 여력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산후조리비 지원 중단을 둘러싼 반발은 이러한 분위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경기도가 모자보건사업을 전면 재구조화하면서 산후조리비 지원을 이달 30일 신청분까지만 운영하기로 하자, 한 예비 아버지는 지난 9일 경기도청원 홈페이지에 ‘경기도 산후조리비 기습 폐지 반대’ 청원을 올렸다.
청원인은 수년간 지급해 온 산후조리비 50만원이 연말이 아닌 연중에 중단되는 데 문제를 제기하며 10~12월 출생아에 대한 별도 구제책을 요구했다. 기존 제도를 믿고 출산 계획을 세운 가정이 지원 종료와 새로운 제도의 혜택 사이에서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청원도 참여자가 2만명을 넘으면서 도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경기도는 유사·중복 제도를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지원 효과가 입증된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경기도형 모자보건 체계를 완성한다는 구상을 펴고 있다. 난임부부 지원을 강화해온 도는 애초 편성된 올해 예산 660억원에 296억원을 추가 투입해 저출생 극복 동력을 이어간다. 이와 함께 전문 건강관리사가 출산 가정에 방문해 산모의 산후 회복과 돌봄을 돕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도 강화한다.
반면에 산후조리비 지원과 난자동결 시술비 지원 등 4개 사업은 10월부터 단계적으로 정비·일원화한다. 특히 산후조리비 지원은 정부의 ‘첫만남이용권’과 시·군 출산지원금 등 유사 지원제도의 정착·확대를 감안해 9월30일 신청분까지만 지원하기로 했다.
추 지사를 둘러싼 비판의 핵심은 ‘긴축 재정이냐 확장 재정이냐’의 선택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재정 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도의 설명, 복지 축소와 충분하지 않은 의견수렴이라는 도민들의 문제 제기가 충돌하면서 정책의 정당성과 추진 과정 모두가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 경기도민은 “재정이 어렵다는 설명 자체는 이해하지만, 갑자기 복지 지원을 중단하고 예산을 줄이는 과정에서 도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충분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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