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00달러 다시 넘어
국내 시총 한달 새 270조 증발
중동 긴장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속에 미국발 ‘인공지능(AI) 개발 속도조절론’까지 겹치며 국내 증시가 또다시 출렁였다. AI 설비투자 둔화로 반도체 업황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투자 심리 냉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한 달 사이 270조원 넘게 증발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장보다 225.54포인트(3.26%) 하락한 6684.37로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05%, -6.35%를 기록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조2800억원, 1조1700억원을 팔아치웠다. 개인이 2조9700억원을 순매수하며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코스닥 지수도 전장 대비 13.85포인트(1.69%) 하락한 806.79에 장을 마감했다.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도 5958조원(코스피 5507조원, 코스닥 451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14일 6234조원과 비교하면 275조원 넘게 줄었다.
증시 부진은 지난주 말 주요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기술주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설비투자를 줄일 경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했다.
증권가는 이번 변수가 단기적으로 증시 변동성을 키울 악재라고 분석했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AI 개발 속도조절론은 클라우드 AI 밸류체인의 대규모 투자 지출 수혜를 받았던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을 단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다만 장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중론이다. AI 산업의 성장 전망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 (AI) 안전 논쟁이 데이터센터 투자나 반도체 주문의 변곡점을 만들었다는 증거는 없고, 한국 반도체 수출과 글로벌 AI 공급망의 매출은 확장 중”이라며 “단기 주가 조정과 산업 사이클의 종료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변수와 더불어 국제유가 급등도 당분간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며 물가 상승 우려를 자극했다. 이에 주요국의 국채 금리까지 치솟으며 증시 불안을 유도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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