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섬유증 마우스서 폐 조직 손상·콜라겐 축적 감소”
폐섬유증 치료에 활용되는 중간엽줄기세포의 기능을 강화하는 새로운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멜라토닌과 항산화 관련 유전자인 NRF2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지질나노입자(LNP)에 함께 담아 줄기세포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열악한 폐 조직 환경에서도 줄기세포가 치료 기능을 보다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의학사업추진단 합성생물학사업단장 구희범 교수(의생명과학교실·교신저자)와 가톨릭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박지선 박사, 조보빈 연구원(이상 공동 제1저자) 연구팀은 멜라토닌과 NRF2 mRNA를 동시에 탑재한 LNP를 이용해 중간엽줄기세포(MSC)의 항산화 및 항섬유화 기능을 강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중간엽줄기세포는 조직 재생과 면역조절 기능을 갖고 있어 다양한 난치성 질환의 세포치료 후보로 연구되고 있다. 특히 폐섬유증에서는 손상된 폐 조직의 회복을 돕고 염증과 섬유화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줄기세포를 실제 손상된 조직에 투여했을 때에는 문제가 있다. 폐섬유증처럼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이 심한 환경에서는 줄기세포 역시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에 노출되면서 본래 갖고 있던 치료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폐섬유증은 폐 조직에 산화 스트레스가 지속되고 세포외기질이 과도하게 축적되면서 폐가 점차 딱딱하게 굳는 질환이다. 현재 사용되는 항섬유화 치료제는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을 주지만, 이미 진행된 섬유화를 되돌리거나 손상된 폐 조직을 회복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줄기세포 자체의 항산화 능력을 높이는 전략에 주목했다.
핵심은 LNP였다. LNP는 mRNA를 분해되지 않도록 보호하면서 세포 안으로 전달할 수 있어 mRNA 기반 치료 기술에 널리 활용되는 전달체다. 연구팀은 여기에 멜라토닌과 NRF2 mRNA를 동시에 탑재해 MSC에 전달했다.
NRF2는 세포의 항산화 방어체계를 조절하는 핵심 인자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NRF2 mRNA를 전달해 MSC의 항산화 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항산화 작용을 가진 멜라토닌을 함께 활용해 줄기세포가 산화 스트레스가 높은 환경에서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멜라토닌이 단순히 항산화 물질로 작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LNP의 물리적 특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멜라토닌은 LNP 막의 유동성을 높이고 세포 내로 들어간 LNP가 엔도솜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인 '엔도솜 탈출'을 촉진했다. 이를 통해 LNP에 탑재된 mRNA가 세포질로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었다.
즉, 멜라토닌이 세포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역할뿐 아니라 mRNA 전달체의 기능까지 보완하면서 NRF2 mRNA의 세포 내 전달 효율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실험 결과, 멜라토닌과 NRF2 mRNA를 탑재한 LNP를 처리한 MSC에서는 항산화 기능이 강화됐다. 활성산소종(ROS)과 세포사멸, DNA 손상이 감소하는 등 산화 스트레스에 대한 세포의 방어 능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어 기능이 강화된 MSC를 폐섬유증 마우스 모델에 투여해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그 결과 기능강화 MSC를 투여한 치료군에서는 폐 조직 손상이 줄어들었으며, 폐섬유화를 유발하는 콜라겐 축적도 감소했다. 이와 함께 여러 섬유화 관련 지표도 유의하게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단순히 줄기세포를 투여하는 기존 접근에서 나아가, 줄기세포가 손상된 조직에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세포 자체를 기능강화한 뒤 투여하는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LNP와 mRNA를 활용하면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해 줄기세포의 치료 기능을 목적에 맞게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다양한 세포치료제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희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질나노입자(LNP)를 이용한 효율적인 mRNA 전달을 통해 줄기세포의 치료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라며 “향후 다양한 기능강화 세포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의학사업추진단과 한국연구재단,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생체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즈(Biomaterials)’에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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