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남자 테니스는 2024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얀니크 신네르(25·이탈리아)와 카를로스 알카라스(23·스페인)의 ‘빅2’ 체제가 이어졌다. 현재 세계랭킹 1,3위에 올라있는 신네르와 알카라스는 지난 2년간 8번의 메이저 대회에서 4개씩 나눠가졌다. 신네르가 2024~2025 호주오픈 2연패, 2024 US오픈, 2025 윔블던을 차지했고, 알카라스는 2024~2025 프랑스오픈 2연패, 2024 윔블던, 2025 US오픈을 제패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남자 테니스 구도는 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빅2들의 부상이 그 이유다. 알카라스가 2026 호주오픈 우승을 통해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것)을 차지했지만, 지난 4월 손목 부상을 당하며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에 불참했다. 그리고 신네르도 무릎 부상으로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참가를 포기했다.
빅2들의 부상을 틈타 1997년생의 베테랑 알렉산더 츠베레프(29·독일)가 약진했다. 이제 세계 남자 테니스는 빅2가 아닌 신네르-알카라스-츠베레프의 ‘빅3’ 체제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2014년 프로 전향 후 오랜 기간 메이저 대회 우승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하다 올해 프랑스오픈을 통해 생애 첫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츠베레프가 US오픈도 제패하며 ‘메이저 2관왕’에 등극했다.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2위의 츠베레프는 14일 미국 뉴욕의 플러싱 메도스에서 열린 2026 US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9위 벤 셸턴(24·미국)과 3시간33분 간의 긴 승부 끝에 3-1(6-3 7-6<7-2> 5-7 6-2)로 승리했다.
2020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올랐던 츠베레프는 도미니크 팀(은퇴·오스트리아)에게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서다 리버스 스윕을 당하며 준우승에 그쳤던 바 있다. 그 아쉬움을 6년 만에 씻어냈다. US오픈 남자 단식에서 독일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건 1989년 보리스 베커 이후 37년 만이다. 츠베레프는 이번 우승에도 신네르의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빼앗지는 못한다.
셸턴의 샷이 벗어나면서 챔피언십 포인트를 올린 츠베레프는 경기에 집중한 나머지 우승 확정도 인식하지 못한 채 다음 서브를 준비했다. 기립박수를 치는 관중들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츠베레프는 그제서야 경기가 끝났다는 걸 알고 두 팔을 들어 기쁨을 만끽했다.
츠베레프는 우승 후 “팀원들에게 감사하다. 30년 동안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했는데, 불과 3개월 만에 두 번이나 우승했다. 2026년의 두 차례 우승은 그 동안 쌓아온 모든 노력의 결실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셸턴은 8강에서 ‘디펜딩 챔피언’이자 이번 US오픈으로 4개월 만에 실전 복귀에 나선 알카라스를 상대로 4시간 28분 혈투 끝에 꺾은 바 있다. 셸턴이 세계랭킹 3위 이내 선수를 꺾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4강에서 프랜시스 티아포(미국)를 꺾고 결승에 오른 셸턴은 츠베레프를 꺾었다면 2003년 앤디 로딕(은퇴) 이후 23년 만에 미국인 메이저 대회 단식 챔피언이 될 수 있었지만, ‘천적’ 츠베레프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날 경기로 츠베레프는 셸턴을 상대로 6전 전승 행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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