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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유족 “사우디 배후설 밝혀야”… 트럼프 “검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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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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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희생자 25주기 추모식에서 공개 요구
사우디는 부인… 트럼프 “기록 공개 검토”
미국·사우디 관계 뒤흔드는 ‘뇌관’ 될 수도

25년 전 9·11 테러 배후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족들 요구를 검토한 뒤 기록을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중동 전쟁을 둘러싼 견해차로 사이가 나빠진 미국과 사우디 관계에 또 하나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인지 주목된다.

 

13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1박2일의 아일랜드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공항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직전 트럼프는 취재진으로부터 “사우디에 관한 9·11 유족들의 요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트럼프는 “그들(유족들)이 지난 금요일(11일) 나에게 요구한 사항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며 “백악관에 도착하면 살펴볼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유족들 요구를 검토한 뒤 관련 기록을 공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01년 9월11일 오전 미국 뉴욕에서 테러 조직에 의해 납치된 민항기들이 잇따라 세계무역센터(WTC)와 충돌해 커다란 폭발이 발생한 모습. 비슷한 테러가 수도 워싱턴 인근 전쟁부 청사(펜타곤)에서도 일어났다. 9·11 참사로 2977명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01년 9월11일 오전 미국 뉴욕에서 테러 조직에 의해 납치된 민항기들이 잇따라 세계무역센터(WTC)와 충돌해 커다란 폭발이 발생한 모습. 비슷한 테러가 수도 워싱턴 인근 전쟁부 청사(펜타곤)에서도 일어났다. 9·11 참사로 2977명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앞서 지난 11일 뉴욕에서 9·11 참사 희생자 25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트럼프는 수도 워싱턴 인근 전쟁부(옛 국방부) 청사 펜타곤에서 개최된 추모 행사에 참석했고, 뉴욕 추모식에는 그를 대신해 JD 밴스 부통령이 함께했다. 그런데 유족들 중 한 명인 테리 스트라다(여)가 밴스 부통령을 향해 9·11과 사우디 정부의 연관성을 호소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전해 달라”고 부탁해 눈길을 끌었다. 테러 당시 남편 톰 스트라다를 잃은 그는 오랫동안 ‘9·11 배후에 사우디 정부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9·11 테러는 오사마 빈라덴(2011년 사살)이 이끄는 테러 조직 ‘알카에다’가 2001년 9월11일 납치한 민항기들을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와 워싱턴 인근 펜타곤 등에 충돌시킴으로써 3000명 가까운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 핵심이다. 당시 테러에 가담한 19명의 범인들 중 4분의 3이 넘는 15명이 사우디 국적자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안겼다. 다만 사건을 조사한 연방수사국(FBI)은 테러와 사우디 간의 연관성에 대해 따로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사우디 정부는 테러에 자국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유족들은 “사우디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는 가만히 보고만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001년 이후 역대 대통령들을 겨냥해선 “9·11 희생자 유족들과 함께하기보다 사우디를 보호하기로 선택했다”고 비난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9·11 참사 희생자 25주기 추모식에서 유족 단체 대표인 테리 스트라다가 연설하고 있다. 테러 당시 남편을 잃은 스트라다는 JD 밴스 부통령을 향해 9·11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연관성을 호소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꼭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로이터연합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9·11 참사 희생자 25주기 추모식에서 유족 단체 대표인 테리 스트라다가 연설하고 있다. 테러 당시 남편을 잃은 스트라다는 JD 밴스 부통령을 향해 9·11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연관성을 호소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꼭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로이터연합

최근 미국과 사우디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트럼프에게 “친(親)이란 예멘 후티 반군을 공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트럼프가 이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전쟁에 나선 뒤 이란은 사우디에 보복을 가하는 등 중동 정세가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가운데 후티 반군이 이란 편에서 가세해 사우디의 또 다른 원유 수송로인 홍해까지 장악한 양상이다.이 와중에 9·11 당시 사우디의 행적을 조사한 FBI 기록 등이 공개되는 경우 미국·사우디 관계는 파국을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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