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검사 정원’ 지적에 법무부, 연구용역 맡겨
대법관 후보 재제청 문제를 두고 청와대로부터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달라”는 사실상의 독촉을 받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장고가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조 대법원장이 기존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아닌 새 추천위를 구성해 후보자를 제청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 경우 청와대와 대법원이 또 다시 정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검사 정원을 유지한 공소청 직제안 등을 수정·보완하도록 지시하자 법무부는 공소청 출범 후 검사 정원 조정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외부 연구용역 발주를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소청 직제안 내용 중 ‘사법통제부’ 명칭 변경도 검토 중이다.
◆새 추천위 구성할 가능성… 靑과 충돌하나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말 청와대가 대법관 후보 재제청을 요구한 뒤로 2주 넘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제청했지만, 청와대는 열흘 뒤인 28일 “실질적 협의 없는 일방적인 서면 제청”이라며 재제청을 요청했다. 조 대법원장은 당일 퇴근길에 “다음 주 공식 입장을 내겠다”고 했으나, 이후 부친상 등으로 입장 발표가 미뤄진 뒤 아직까지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11일 신속한 재제청 절차 진행을 거듭 요구하고 나섰다.
사법부 안팎에선 조 대법원장이 추천위를 새로 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행 법원조직법에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추천위를 구성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우회적으로 기존에 추천된 이들 중에 한 명을 재제청하라는 뜻을 내비쳤으나, 조 대법원장이 해당 조항을 근거로 추천위 자체를 새로 꾸릴 경우 청와대와 사법부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 대법원장은 이런 선택지의 후폭풍까지 염두에 두고 헌법과 법률을 검토하면서 외부 전문가 의견 등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법원장이 공식 입장을 낼 시점도 관심사다. 당장 16∼19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가 예정돼 있는 만큼, 이 기간은 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예상보다 빠른 14∼15일쯤 입장을 내거나, 아예 20일 이후로 시점을 미룰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7일 이흥구 대법관 퇴임으로 2명 공석 상태가 됐다.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후보자가 인사청문 절차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면 1명 공백은 이달 내에 메워지겠으나,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몫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대법관 12명이 담당해야 할 사건을 11명이 나눠 맡게 돼 부담이 커진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 명이 빠져도 운영 가능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3대 의혹’ 사건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사건 등 굵직한 사건 심리를 앞둔 만큼 11명으로 심리를 진행하는 데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與 비판받은 사법통제부 명칭 변경도 검토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10월2일 공소청 출범 후 외부 기관에 정밀한 업무 분석과 인력 진단을 맡긴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검사 정원을 재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여권에서는 당장 검사 정원을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용역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앞서 법무부가 발표한 공소청 직제안 등에 따르면 기존 검찰 일반직 정원은 8414명에서 6120명으로 줄이지만, 검사 정원은 2292명으로 현행 유지된다. 여권 검찰개혁 강경파들은 “검찰개혁 후퇴”라는 등 비판했고, 이 대통령도 10일 “실제 필요한 인원을 쓰면 되지 않느냐”며 보완을 지시했다.
다만 검찰 내부에선 검사 정원을 섣불리 축소할 경우 적체된 미제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법무부는 검사 현원 2051명 중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임용 예정자 90여명을 포함, 사직 예정자 등 총 130여명이 검찰을 떠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검사 정원은 법률(검사정원법)로 규정돼 있어 즉각적 대응이 어려운 탓에 휴직과 파견 등을 고려, 다른 일반직과 달리 10% 안팎의 결원을 뒀다. 기존 수사 부서 소속 수사관·실무관 정원은 현행 4284명에서 2133명으로 절반가량 축소한다. 수사와 무관한 행정·공판 지원 일반직 인력은 3583명으로 기존(3580명)과 비슷하게 유지한다.
법무부는 이 대통령이 공소청 직제안 내용 중 ‘굳이 논쟁적 이름을 붙여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지적한 사법통제부의 명칭은 ‘불송치사건심사부’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법통제부는 경찰이 무혐의 등으로 처분해 불송치 종결한 수사 기록을 다시 살펴보면서 암장(은폐)과 부실 수가 여부를 점검해 재수사를 요구할지 결정하는 부서다. 여권 강경파는 사법통제부가 검찰의 수사권 박탈을 무력화하는 우회로가 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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