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침해 이유로 전체 비공개
한·미훈련 축소 등 우려 현실화
“정부 대응전략 검증 차단” 지적
한국과 미국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북·미 대화가 ‘북핵 보유 인정’으로 오인되거나 대화·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정부 용역 보고서 내용이 뒤늦게 확인됐다.
13일 정책연구관리시스템 프리즘을 보면 통일부는 지난해 3∼7월 국방대학교와 수의계약을 맺고 ‘미 신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 비핵화 협상 전략’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특성과 국제 안보환경을 분석하고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대응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다. 정부 정책연구용역 보고서는 공개가 원칙이지만 통일부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 해당 최종보고서 전체를 비공개하기로 했다.
통일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실에 제출한 요약본에 따르면 보고서는 북·미 대화 재개 시 한국이 직면할 위험요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섣부른 북·미 대화 추진은 북한이 노리는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신호로 오인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지적했고,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이 재현돼 주요 이슈가 한국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합의될 가능성도 경고했다. 비핵화나 핵 군축을 지렛대로 주한미군 철수, 전략자산 전개 중지, 핵 확장억제 중단, 한·미 연합연습 중지 등이 의제로 다뤄질 경우 확장억제 실효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보고서가 1년여 전 진단한 위험요인과 맞닿은 상황은 최근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57기라고 언급해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 현실을 사실상 인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북·미 대화를 견인하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 ‘을지자유의 방패’(UFS)를 일방적으로 축소하면서 코리아 패싱과 한·미 확장억제 약화 우려도 제기됐다. 정부는 북·미 대화를 북한을 대화, 협상으로 이끌기 위한 거의 유일한 수단으로 강조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북·미 간 신뢰 구축과 대화 재개를 위한 건설적 논의의 여건을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고, 통일부 고위관계자도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주도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어야 하고, 한국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일부가 현 정책 기조와 다른 시각에서 제시된 위험요인과 정책적 검토를 담은 보고서를 비공개하면서, 정부가 어떤 대응전략을 검토했는지는 외부에서 확인·검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의원은 “상황을 미리 진단해놓고 정작 그 경고가 현실이 된 지금 정부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제라도 보고서 전문을 공개하고 직접적인 안보 위험과 코리아 패싱 가능성을 막을 수 있는 구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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