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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없이도 3만원…특급호텔, 논알코올 칵테일에 공들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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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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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마시지 않지만 호텔 바의 분위기는 즐기고 싶다는 소비자를 겨냥해 특급호텔들이 논알코올 칵테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과일주스에 탄산수를 섞는 수준에서 벗어나 배와 모과, 참외부터 홍차와 재스민티, 커피, 흑임자까지 재료가 다양해졌다. 칵테일처럼 전용 잔과 가니시를 사용하고 지역과 공간의 이야기도 담는다.

 

가격도 일반 음료와는 거리가 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스피크이지 바 찰스 H.가 판매하는 논알코올 칵테일 오차드 피즈는 한 잔에 3만원이다. 한국 배 주스와 모과, 호두, 스파클링 재스민티를 조합했다. 같은 바에서 판매하는 일반 시그니처 칵테일 상당수가 3만1000~3만4000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호텔들이 파는 것이 알코올 자체에서 바텐더의 기술과 공간, 비주얼을 포함한 경험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의 1914 라운지앤바에서는 다양한 논알코올 칵테일을 선보이고 있다.

 

펀치 펀치는 사과주스에 블랙 카다멈과 레몬그라스, 카피르 라임 잎 등을 조합한다. 참외는 참외의 단맛에 쌀뜨물의 감칠맛과 바닐라 향을 더했다. 두 메뉴는 취향에 따라 알코올과 논알코올 버전을 고를 수 있다.

 

처음부터 술을 넣지 않고 설계한 메뉴도 있다. 더블 레드는 딸기와 토마토, 홍차를 조합하고 토마토&바질은 토마토와 바질에 소다를 더한다.

 

벨벳 브라운에는 조선호텔 시그니처 비벤떼 원두와 피스타치오 오르자트가 들어간다. 논알코올 칵테일에서도 커피의 풍미와 사케라토 특유의 질감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논알코올 칵테일의 재료 범위가 과일에서 향신료와 차, 커피, 견과류까지 넓어진 셈이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찰스 H.는 한 잔에 지역의 이야기를 넣는다.

 

현재 공식 메뉴에 올라 있는 오차드 피즈는 1900년대 초 미국의 클래식 피즈에서 출발해 천안의 과수원을 한국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

 

한국 배 주스와 모과, 호두, 스파클링 재스민티를 사용한다. 천안 특산물인 호두에서 착안해 호두과자도 곁들인다. 포시즌스는 이 메뉴를 천안의 배와 호두 등 지역 농산물에서 영감을 얻은 음료로 소개하고 있다.

 

찰스 H.의 현재 시그니처 목록에는 또 다른 논알코올 메뉴도 있다. 유자 주스와 논알코올 레드 비터, 토닉워터, 말차를 사용하는 니온 스푸모니는 2만9000원이다. 망고와 우베, 바닐라빈, 코코넛·캐슈 오르자트를 사용하는 헤일로 글로우 역시 2만9000원이다.

 

논알코올 메뉴를 별도로 한두 개 넣는 것을 넘어 일반 칵테일과 같은 메뉴 체계 안에서 경쟁시키는 모습이다.

 

레스케이프 서울 명동, 럭셔리 컬렉션 호텔의 최상층 바 마크 다모르는 시그니처 칵테일의 볼거리를 논알코올 메뉴에도 적용했다.

 

키스 더 버블은 잔 위에 올린 버블이 터지면서 향이 퍼지는 연출이 특징이다. 논알코올 버전에는 파인애플 주스와 코코넛 워터, 레몬주스를 사용한다.

 

스피릿 오브 제주는 제주산 귤 착즙 주스와 화이트 포도 주스, 라임을 조합한다. 실제 한라봉처럼 만든 모형을 함께 내놓아 시각적인 재미도 살렸다. 알코올을 빼는 대신 향과 색, 테이블 위에서의 연출을 강화했다.

 

부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그랜드 조선 부산의 라운지앤바 테라스 292에서는 패션후르츠와 사과를 넣은 트로피컬 피즈, 오렌지 시트러스에 스파클링을 더한 딥씨에이드, 모히토 스타일에 장미 향을 더한 로즈 테라스 등을 논알코올로 선보이고 있다.

 

이곳은 해운대 해변과 도심을 잇는 야외 테라스를 갖춘 공간이다. 낮에는 브런치와 애프터눈티, 밤에는 칵테일과 와인을 판매한다. 술을 마시지 않는 고객도 저녁 시간대 바 이용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메뉴가 마련된 셈이다.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의 바 부아쟁은 전통 동양 약방과 오래된 약장에서 착안한 공간 콘셉트를 논알코올 칵테일에도 연결했다.

 

논알코올 메뉴는 치유와 꿀 토마토, 밤섬 시네마, 극야 등 4종이다.

 

꿀 토마토는 어린 시절 마셨던 토마토 주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밤섬 시네마는 한강과 밤섬의 야경을 표현했다. 극야에는 에스프레소와 흑임자를 사용해 진한 풍미를 냈다.

 

단순히 술을 빼는 것이 아니라 호텔이 자리한 지역과 공간의 성격을 메뉴에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도 7층 정원의 모보 바에서 운영하는 야외 프로그램에 목테일을 포함하고 있다.

 

호텔이 현재 소개하는 모보 아웃도어 모먼츠에서는 바비큐 플래터와 함께 샴페인과 칵테일, 목테일 가운데 음료를 선택할 수 있다. 호텔 측은 모보 바를 직접 만든 재료와 믹솔로지스트의 시그니처 칵테일을 내놓는 바라고 소개한다.

 

논알코올 선택지를 별도 메뉴로 분리하기보다는 기존 호텔 바 프로그램 안에 자연스럽게 넣는 방식이다.

 

논알코올 음료의 영역은 전문 바에만 머물지 않는다.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의 32층 루프톱 바 라티튜드32는 선셋 아워를 운영하며 서울 도심 전망과 함께 다양한 음료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호텔은 레스파스와 라티튜드32 등 여러 식음업장에서 칵테일뿐 아니라 논알코올 선택지를 넓혀왔다. 현재도 라티튜드32의 선셋 아워와 계절별 음료 프로모션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호텔 바에서 시작된 흐름은 카페업계로도 번졌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 6월 칵테일 분위기를 논알코올 음료로 풀어낸 피나콜라다 프라페와 골든 메달리스트 프라페를 내놨다.

 

회사 측은 제품 출시 배경으로 Z세대를 중심으로 음주를 줄이며 분위기는 즐기려는 소버 큐리어스와 목테일 트렌드를 직접 언급했다. 피나콜라다 프라페에는 파인애플과 코코넛 풍미를, 골든 메달리스트 프라페에는 과일 풍미를 활용해 칵테일의 이미지를 술 없는 여름 음료로 옮겼다.

 

해외에서도 논알코올 시장은 금주 소비자만을 대상으로 한 틈새시장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IQ에 따르면 미국에서 논알코올 맥주·와인·주류의 오프프레미스 매출은 2025년 9억2500만달러로 전년보다 22% 늘었다. 당시 논알코올 제품 구매자의 92%는 일반 주류도 함께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전체 매출은 결국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술을 완전히 끊은 사람보다 상황에 따라 마시거나 마시지 않는 소비자가 시장 확대의 한 축이라는 뜻이다.

 

호텔업계가 논알코올 메뉴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전처럼 술을 주문하지 않는 고객에게 주스나 탄산음료를 권하는 데 그치면 바 이용 경험 자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술이 없어도 바텐더가 만든 한 잔의 완성도와 재료, 전용 잔, 가니시, 지역의 이야기까지 일반 칵테일과 같은 방식으로 설계한다.

 

3만원짜리 논알코올 칵테일이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돈의 대상이 알코올 함량만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특급호텔 바의 경쟁도 어떤 술을 갖췄느냐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고객에게도 얼마나 완성도 높은 한 잔과 공간 경험을 제공하느냐로 넓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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