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한 유골을 뿌리는 산분장 제도가 시행된 지 1년 8개월이 됐지만 규정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유언에 따라 고인이 좋아하던 산이나 선산에 유골을 뿌릴 계획을 세우기도 하지만, 법이 허용한 장소는 두 곳이다.
12일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4일부터 시행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는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뿌릴 수 있는 구역을 두 가지로 정하고 있다.
하나는 해양이고, 다른 하나는 골분을 뿌릴 수 있는 시설 또는 장소가 마련된 묘지·화장시설·봉안시설·자연장지다.
상위법인 장사법 제2조3호에 따르면 자연장을 유골의 골분을 나무·화초·잔디 밑이나 주변에 묻거나 해양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구역에 뿌려 장사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그 구역을 정하는 시행령 조항이 이때 신설되면서 산분장이 자연장의 한 방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 육지에서는 시설이 있어야 한다
육지에서 뿌릴 수 있는 곳을 가르는 것은 땅의 종류가 아니라 시설의 유무다. 시행령에 든 묘지·화장시설·봉안시설·자연장지 가운데서도 골분을 뿌릴 수 있는 시설이나 장소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
임야는 물론이고 지목이 묘지인 선산이라도 그런 시설이 없으면 허용 구역이 아니다.
뿌리는 방법도 시행령 제8조에 적혀 있다. 골분이 흩날리지 않도록 해야 하고, 뿌릴 수 있는 시설이 따로 없는 장소에 뿌리는 경우에는 뿌린 뒤 잔디를 덮거나 깨끗한 흙과 섞어 뿌린 다음 지면에 흡수되도록 물을 충분히 뿌려야 한다.
◆ 바다는 해안선에서 5㎞ 밖
바다에 뿌릴 때는 거리 기준이 붙는다. 같은 조항은 육지의 해안선으로부터 5㎞ 이상 떨어진 곳에서 골분이 흩날리지 않도록 수면 가까이 뿌리도록 정하고 있다.
이때 다른 선박의 항행과 어업행위, 수산동식물의 양식을 방해해서도 안 된다.
바다에 내보낼 수 있는 것은 골분과 생화뿐이다. 유골을 담았던 용기나 고인의 유품을 함께 해양으로 배출하는 것은 금지된다.
유골을 묻는 자연장에 쓰는 용기도 재질이 정해져 있다. 생분해성수지제품이거나 전분 같은 천연소재로 생화학적 분해가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기준을 벗어나면 처벌 대상이 된다. 장사법 제40조는 자연장의 방법과 기준을 위반해 자연장을 한 사람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 공설 산분장은 이제 첫 삽을 떴다
허용 구역이 좁은 만큼 유족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시설이 얼마나 되는지가 관건이 된다. 보건복지부는 제도 시행 넉 달 뒤인 2025년 5월27일 산분장지 조성 사업에 국고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원 기준은 개소당 국비 1억원 이내이고, 1㎡당 10만원을 기준으로 사업비의 70%를 국비로 댄다. 당시 사업 신청서를 낸 지방자치단체는 충북 청주시와 전북 무주군, 서울시 세 곳이었다.
복지부는 2026년 자연장지 조성을 신청하는 지자체에는 최소 1000㎡ 이상 규모의 산분장지를 포함해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다른 장사시설을 새로 짓거나 고칠 때도 유휴 공간을 활용해 산분장지를 만들도록 권고했다.
세 곳 가운데 청주시가 먼저 움직였다. 청주시는 상당구 월오동 목련공원 안 유휴부지 1400㎡에 사업비 1억4000만원을 들여 공설 산분장을 조성하기로 했고, 문을 여는 시점은 2027년 하반기로 잡혀 있다.
◆ 뿌리기 전에 확인할 것
결국 유족이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장소에 시설이 있느냐다. 화장을 맡길 장사시설에 골분을 뿌릴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이 어떻게 되는지는 해당 시설과 관할 시·군·구가 답한다.
바다에 뿌리기로 했다면 배가 해안선에서 5㎞ 이상 떨어진 해역까지 나가는지, 골분과 생화 외에 함께 내보내려는 것이 없는지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한편 전국 장사시설 정보는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에서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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