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익숙한 제품에 새로운 맛과 콘셉트를 더한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당과 칼로리를 낮춘 제품부터 와사비 만두, 한강에서 끓여 먹던 라면을 재현한 봉지면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유명 셰프나 콘텐츠·주류 브랜드와 손잡고 기존에 없던 조합을 만드는 협업도 활발하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협동조합은 기존 제품보다 당 함량을 45% 낮춘 ‘비요뜨 초코링 당저감’을 최근 출시했다.
2004년 처음 나온 비요뜨 가운데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초코링을 첫 당저감 제품으로 택했다. 발효액에서 설탕을 빼고 알룰로오스 등을 활용하면서 기존 초코링과 요거트의 조합은 유지했다. 누적 판매량이 9억4000만개에 달하는 장수 브랜드의 대표 제품을 건강 트렌드에 맞춰 다시 내놓은 셈이다.
롯데칠성음료도 에너지 음료 ‘핫식스 더킹 프로즌 블루 제로’를 선보였다. 시트러스에 패션후르츠와 자몽향을 더하면서 설탕과 칼로리는 모두 없앴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카페인과 당, 칼로리를 낮추고 복숭아·살구 맛을 살린 ‘핫식스 글로우’를 출시했다. 기존 에너지 음료의 강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맛과 건강 부담을 세분화하는 전략이다.
기존 음식에 예상 밖 재료나 경험을 결합한 제품도 늘고 있다.
해태제과 고향만두는 와사비를 넣은 상하이식 딤섬 ‘와샤오롱’을 출시했다. 국내산 돼지고기에 와사비를 곁들이는 최근 외식 트렌드를 냉동만두에 적용했다. 해태제과에 따르면 만두소에 와사비를 직접 넣은 냉동만두는 국내 시장에서 처음이다. CU에서 먼저 판매한 뒤 편의점 전 채널로 확대해 혼술·홈술 수요까지 겨냥한다.
오뚜기는 한강공원에서 라면조리기로 끓여 먹는 경험을 봉지면으로 옮겼다.
신제품 ‘한강라면’은 계란 블록과 청양고추를 넣고 라면조리기 특유의 조리 환경을 고려해 면발의 복원성과 퍼짐성을 보완했다. 제품명도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중국어·일본어로 표기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하나의 음식 문화로 자리 잡은 ‘한강 라면’ 자체를 상품화한 것이다.
샘표는 같은 참치액도 요리법에 따라 나눴다. ‘연두 참치액’을 ‘국·무침용’과 ‘볶음용’ 두 가지로 출시했다.
국·무침용은 훈연향을 낮추고 표고버섯과 무, 양파 등을 넣어 재료 맛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볶음용은 참나무로 훈연한 가쓰오부시와 홍게, 다시마를 활용해 진한 풍미를 강조했다. 범용 조미료 한 병을 파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용 목적에 따라 제품을 세분화한 사례다.
아워홈은 KBS 2TV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소개된 ‘김용빈의 진한 대파김치’를 정식 제품으로 내놨다. 아워홈몰에서는 출시 이후 3입·5입 묶음 상품까지 판매하며 방송 콘텐츠와 식품 판매를 연결하고 있다. 아워홈은 편스토랑뿐 아니라 bhc와 협업한 ‘온더고 맛초킹 그릴드 치밥’, ‘뿌링클 크림파스타’ 등 협업 간편식도 운영하고 있다.
서로 다른 업종을 묶는 협업은 더 과감해지고 있다.
연세유업은 독서 플랫폼 kt 밀리의서재와 협업한 ‘연세우유 밀리의 생크림빵’을 전국 CU에서 선보였다. 밀리의서재 10주년을 기념해 대표 색상인 노란색과 생일 케이크에서 착안한 고구마케이크 맛으로 만들었다.
연세유업의 책 관련 협업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교보문고와 함께 선보인 생크림빵은 출시 2주 만에 25만개가 완판됐다. 연세유업은 이번 밀리의서재 제품을 두 번째 독서 테마 상품으로 내놓으며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한 ‘텍스트 힙’ 수요를 다시 겨냥했다.
투썸플레이스는 추석을 맞아 도자 브랜드 광주요, 증류식 소주 브랜드 화요와 동시에 손을 잡았다.
‘광주요|화요|TWOSOME 케이크’는 광주요의 대표 도자기 ‘소리잔’을 본뜬 모양에 화요53을 활용한 초콜릿·레몬 무스와 화요17 젤리를 넣었다. 식품과 주류는 물론 도자 디자인까지 한 제품에 결합한 것이다. 주류가 들어 있어 제품 수령이나 현장 구매 때 성인 인증도 필요하다.
던킨은 퓨전 한식 전문 오스틴강 셰프와 함께 ‘들기름 메밀 츄이스티’와 ‘콘치즈 크로크무슈’를 내놨다. 들기름 막국수를 도넛으로 재해석하는 등 셰프의 레시피를 프랜차이즈 메뉴로 옮겼다. 던킨은 미숫가루 라떼 등 전통적인 한국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도 운영하고 있다.
카페업계에서도 익숙한 한국 음식의 재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씨앗호떡과 잡채호떡, 피자호떡, 팥·슈크림 붕어빵, 햄치즈 계란빵 등 길거리 간식 6종을 출시했다. 호떡과 붕어빵처럼 계절성이 강한 길거리 음식을 카페에서 상시 접근하기 쉬운 메뉴로 바꾼 것이다.
폴 바셋은 고흥 유자에 그릭요거트를 결합한 ‘유자 그릭요거트 아이스크림’과 ‘유자 그릭요거트 아이스크림 라떼’ 등을 내놓으며 제철 식재료를 디저트와 음료로 확장했다. 설빙도 초콜릿 브랜드 허쉬와 협업해 ‘허쉬초코크런치설빙’, ‘허쉬초코젤라또라떼’, ‘허쉬초코칩라떼’를 선보이며 협업 메뉴를 강화했다. 폴 바셋은 오는 17일 유자 요거트 크림롤도 추가할 예정이다.
업계의 최근 신제품 경쟁은 완전히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소비자가 이미 아는 맛과 브랜드를 어떻게 다시 조합하느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건강을 챙기려는 소비자에게는 당과 칼로리를 낮춘 제품을, 익숙한 음식에 재미를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와사비 만두와 한강라면을 내놓는 식이다.
여기에 책과 방송, 셰프, 주류 등 식품 밖의 콘텐츠까지 결합하면서 신제품의 경쟁 기준도 맛과 가격을 넘어 경험과 취향으로 넓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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