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금융교육이 달라지고 있다. 통장을 만들고 용돈을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투자 전략을 세우고 자산을 나눠 담는 분산투자까지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은행과 증권사, 핀테크 업체들도 어린이·청소년을 미래 금융소비자로 보고 체험형 금융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은행과 비슷한 공간을 꾸미거나 모바일뱅킹, 투자 게임,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해 금융을 일찍부터 익숙하게 접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키자니아와 손잡고 지난 11일 서울 키자니아에 미래형 금융 직업체험관 ‘IBK 디지털 금융 센터’를 열었다. 오는 21일에는 키자니아 부산에도 문을 연다.
체험의 핵심은 투자다. 어린이들은 ‘금융 딜러’가 돼 달러와 유로, 엔화, 금 등 특성이 다른 자산을 살펴본 뒤 투자 전략을 세운다. 게임형 미션으로 투자 자금을 확보하고 여러 자산에 자금을 나눠 투자하면서 가격 변동에 따른 수익과 손실을 직접 확인한다.
단순히 어느 자산을 사야 한다는 답을 알려주는 방식이 아니다. 주어진 금융 정보를 비교한 뒤 어린이가 직접 투자 방향을 결정하도록 구성했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체험관에는 분산투자를 배우는 직업체험존과 통장·카드 발급을 체험하는 고객체험존, 자녀의 금융 성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모체험존도 마련됐다.
어린이 금융교육에 일찍 뛰어든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2012년부터 ‘신한 어린이금융체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명동 신한 익스페이스 금융교육센터에서 어린이들이 통장 발급과 카드 이용, 환전, 적금 가입, 주식 투자 등을 직접 체험한다. 현직 은행 직원이 강사와 멘토로 참여한다.
금융교육 공간도 실제 영업점과 비슷하게 꾸몄다. 모바일뱅킹과 미디어월, 디지털 환율 테이블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은행 업무를 체험하도록 했다.
교육 공간을 찾아오기 어려운 지역에는 은행이 직접 움직인다. 신한은행은 이동점포 ‘뱅버드’를 활용한 ‘찾아가는 금융체험교실’을 운영한다. 교육용 모바일뱅킹 ‘에듀솔’을 통해 계좌 이체와 적금, 환전 등을 체험하고 중학생 과정에는 모의투자도 포함했다.
KB금융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 경제·금융교육 체험센터 ‘KB Star*D홀’을 운영하고 있다.
중·고등학생이 금융회사와 금융권 직업을 배우고 디지털 금융기술을 직접 체험하는 공간이다. 금융교육과 디지털 기술 체험, 은행 견학을 결합했다. KB금융은 학교로 전문강사가 찾아가는 ‘KB스타 경제교실’도 함께 운영한다.
KB금융공익재단의 경제·금융교육 누적 교육 인원은 2025년 말 기준 167만명에 달한다. 전국 811개 초·중·고교와 ‘1사 1교 금융교육’도 연계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아예 금융교육을 한 학기 과정으로 운영한다.
올해 ‘N키즈 금융학기제’ 운영 지역을 서울과 경기, 부산, 대구 등 전국 11개 지역으로 확대했다.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을 나눠 3월부터 6월까지 교육하며 금융특강과 은행 체험, 금융 골든벨 순으로 진행한다. 2022년 서울에서 시범 운영한 뒤 2023년 3개, 2024년 5개, 지난해 6개 지역으로 확대했다.
지역별 청소년금융교육센터에서는 통장 만들기와 은행원 체험뿐 아니라 지폐계수기 등 실제 은행에서 사용하는 기기를 직접 다루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인터넷 금융업체도 어린이 금융교육에 뛰어들었다.
토스는 지난해 강원 양구군 한전초등학교와 ‘1사 1교’ 결연을 맺고 초등학생 66명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진행했다.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토스와 함께하는 경제 놀이터’다. 학교 안에 가상의 경제마을을 만들고 학생들이 대출과 은행 업무, 근로계약서 작성과 아르바이트, 소비와 기부를 직접 체험하도록 했다. 단순 강의 대신 돈이 오가는 경제활동 자체를 경험하게 한 셈이다.
아동복지시설에서는 가상화폐를 지급한 뒤 은행과 마켓, 기부처에서 직접 사용하게 하는 금융교육도 진행했다. 금리와 물가 상승까지 반영해 돈의 시간가치를 익히도록 했다.
은행과 핀테크가 생활금융 체험에 집중한다면 증권사는 투자와 진로교육 비중이 높다.
미래에셋증권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1사 1교 금융교육’과 본사 체험, 금융·진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본사 견학과 금융시장 강연뿐 아니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견학, 투자·퀴즈·진로 교육 등을 묶었다.
2026년 6월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1사 1교 금융교육’ 누적 참여자는 11만2267명, 본사 체험 프로그램 2785명, 금융·진로캠프 4223명으로 집계됐다.
금융권이 어린이·청소년 교육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금융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어린이 금융교육의 핵심이 저축과 용돈 관리였다면 이제는 모바일뱅킹과 투자, 자산 배분, 금융사기 예방까지 알아야 할 범위가 넓어졌다.
기업 입장에서도 어린 시절의 금융 경험은 브랜드와 처음 만나는 접점이 된다. 어린이에게 금융회사는 더 이상 돈을 맡기는 곳에 그치지 않는다. 직접 투자해 보고 디지털 금융을 경험하며 경제 원리를 배우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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