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비 40.7% 급증하는 추가세수 재원
정부, 전략적 투자 플랫폼+안정화 장치 강조
정부 30% 지출액 늘릴 수 있어 ‘쌈짓돈’ 우려
“기금 중대한 목적 변경 시 국회 승인 받아야”
162조원 이상으로 조성되는 미래대응기금(미래기금)을 두고 ‘프레임 전쟁’이 뜨겁다. 일단 미래기금 필요성엔 대체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올해 본예산 대비 내년도 국세수입이 50% 가까이 증가하는 만큼 급증한 세수를 일단 어떤 형태로든 ‘재정 저수지’에 넣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미래기금 수입액 중 일부는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해 사용하되 104조원 정도는 여유재원으로 남겨 세수결손 등 비상상황에 대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문제는 미래기금 운용 방식과 용처 등 정부안을 놓고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예산과 달리 기금의 경우 정부가 일단 지출액을 늘리고, 국회에 사후 보고만 하면 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쌈짓돈’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미래기금을 통해 지출되는 사업의 심사기준을 엄격히 설정하는 한편 국회 감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2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전날 서울 엘타워에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공동으로 ‘2027년 에산안 및 미래대응기금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가장 주목된 건 미래기금이었다. 미래기금은 기획처가 올해 통과를 목표로 발표한 제도로 우리 재정 역사에서 이례적인 제도로 평가된다. 조용범 기획처 차관은 “미래대응기금은 단년도 예산의 한계를 넘어 미래를 위해 적립한다는 점에서 우리 재정 역사에 전례가 없는 제도”라고 말했다.
미래기금은 내년 이례적으로 급등하는 세수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정부가 수개월 동안 고민한 끝에 나온 제도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내년도 국세수입은 584조3626억원으로 올해 추경예산(415조4190억원) 대비 40.7% 급증한다. 지난해 국세수입 실적이 373조9193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2년 새 200조원 이상 세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는 이렇게 늘어난 세수를 내년도 예산안에 투입할 경우, 총지출이 27% 넘게 커지는 등 일회성 지출로 국민 혈세가 낭비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최근 10년 내국세 평균 추세선보다 더 들어올 것으로 전망되는 추가세수(162조3000억원)와 올해 초과세수를 미래기금에 적립해 ‘전략적 투자 플랫폼’과 ‘재정안정화 장치’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발표되는 올해 전망치를 초과하는 초과세수 역시 상당할 것으로 전망돼 미래기금 전체 재원은 20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획처는 미래기금 재원 중 45조4000억원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와 같은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12조5000억원은 내년 국채 신규발행 물량 축소에 사용하되 남는 104조4000억원은 여유자금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여유자금은 2023년 56조4000억원 규모로 발생했던 세수펑크처럼 대규모 세수결손 사태 발생시 투입된다. 김정애 기획처 예산정책과장은 “반도체 등 특정 산업 의존도가 높아 세수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이를 완화·흡수할 재정안정화 장치로서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추진하였다”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아울러 인공지능(AI) 인프라 강화 등을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추가로 구매하는 등 신속한 재정 투입이 필요한 상황에도 미래기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설립 취지와 목적은 이상적이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감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래기금이 기본적으로 ‘기금’이란 점에서다. 일반·특별회계를 포함하는 ‘예산’과 ‘기금’은 설치사유와 집행 등에 있어서 명확히 구분된다.
예산은 국세수입을 주요 재원으로 국가의 일반적인 지출(일반회계)이나 특정 세입으로 특정한 세출에 충당(특별회계)하기 위한 것으로, 엄격히 통제되며 목적 외 사용이 금지된다. 만약 계획을 변경하려면 이용·전용·이체 외에는 반드시 추경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 심의·의결을 받아야 한다. 올해의 경우 총지출에서 예산이 차지하는 규모는 66.1%에 달했다.
반면 기금은 정부가 특정한 목적을 위해 특정한 자금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을 때 설치된다. 기금 역시 예산처럼 국회 심의·의결로 확정되지만, 정부의 ‘신축적 운용’을 최대한 보장해 준다는 점에서 예산과 구별된다. 실제 기금 계획을 변경할 때 정부는 기금 주요항목의 지출액 20%(사업성) 혹은 30%(금융성) 이내에서 변경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자체 변경이 가능하다. 미래기금은 금융성 기금으로 분류돼 정부 재량이 더 크다. 황상현 상명대 교수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금의 관리·운용 주체와 기금운용심의회 위원장을 모두 기획예산처 장관이 맡고 있고, 심의회 위원 위촉 권한마저 위원장 1인에게 집중돼 있어 내부 견제 장치가 전무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미래기금을 통한 잠재성장률 반등을 강조하면서도 기금 지출 사업에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1조1657억원) 등 현금성 지원 사업을 다수 담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에 따르면 미래기금 중 45조4000억원 규모의 세부사업 140개 중 자본형성 등 미래기금 취지에 맞는 사업은 42%에 불과했다.
재정학계에서 미래기금 설립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은 찾기 힘들다. 이례적으로 급등하는 세수를 다 쓰지 않고, 아껴두는 방향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래기금 중 12조5000억원을 투입해 국채 순발행을 축소하려는 우리 정부 방침에 대해 “국가신용등급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미래기금이 2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슈퍼 기금인 데다 정부가 정치권 외풍에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두터운 감시망이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태석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토론회에서 “기금운용에 있어 안정화·투자·채무관리 기능 별로 운용 규칙을 분리하고, 4대 사업 계정에 공통 사업 심사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기금의 중대한 목적 변경이나 계정 간 자금 이전은 국회 승인을 받게 하고, 부채·금융자산·운용 비용·다년도 성과를 통합 공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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