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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잔 마셔서”…이혁재·낸시랭이 보여준 ‘음주운전 착각’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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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선 인턴기자 hurrypott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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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40% “술 얼마 안 마셔서·깨서”…운전하는 심리 그대로
제동 판단 시간 정상 0.13초 ➔ 음주 후 0.33초…거리도 1.5배 증가
사고 줄어도 매년 11만건 이상 적발…재범률도 10년째 40%대

“폭탄주를 한두 잔 마셨고 집에서 거리가 300~500m밖에 안 돼 대리를 부르기 애매했다.” (이혁재)

 

“샴페인 한두 잔을 마신 뒤 집이 가까워 운전대를 잡았다.” (낸시랭)

 

이혁재와 낸시랭이 최근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뉴시스·낸시랭 인스타그램 캡처
이혁재와 낸시랭이 최근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뉴시스·낸시랭 인스타그램 캡처

 

이는 최근 며칠 새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방송인들의 놀랍도록 닮은 해명이다.

 

개그맨 이혁재는 술을 마신 채 차량을 몰다 신호 대기 중이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경찰에 입건됐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0.03% 이상~0.08% 미만) 수준이었다. 그는 연합뉴스 등 언론과의 통화에서 “휴대전화를 떨어뜨려 몸을 숙여 줍다가 브레이크에서 발이 떨어져 차가 살짝 앞으로 움직여 사고가 났다”고 해명했다.

 

방송인 낸시랭도 지난 8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됐다. 당시 경찰은 면허취소(0.08% 이상) 수준이었다고 밝혔으나, 소속사 측은 “만취나 면허취소 수치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 모두 안일한 판단이었다며 잘못을 인정했지만, 이들의 해명은 음주운전자들이 운전대를 잡기 전후에 저지르는 전형적인 착각 3가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 “한두 잔은 괜찮겠지”·“가까우니까”…스스로 면죄부 준 ‘안일한 계산’

 

음주운전을 하게 된 주요 이유 설문 결과. 한국도로교통공단 제공
음주운전을 하게 된 주요 이유 설문 결과. 한국도로교통공단 제공

 

음주운전자가 운전대를 잡는 가장 흔한 이유는 ‘술을 적게 마셨다’거나 ‘거리가 가깝다’, 혹은 ‘술이 깼다’는 주관적 판단이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지난 7~8월 음주운전자 교육 수강생 9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음주운전을 한 주요 이유로 ‘오랜 시간이 지나 술이 깼다고 판단해서’가 24.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술을 몇 잔 마시지 않았다고 생각해서(16.0%)’와 ‘집과의 거리가 가깝거나 멀어서(16.0%)’가 나란히 공동 2위에 올랐다. 수강생 다수가 음주량과 이동 거리, 숙취 여부를 자의적으로 계산해 운전대를 잡은 셈이다.

 

이 같은 착각은 오랫동안 반복됐다. 2001년 중앙대와 2021년 도로교통공단이 각각 실시한 ‘음주 후 운전 여부를 결정하는 심리적 요인’ 조사에서도 음주량과 경과 시간, 집과의 거리가 3순위 안에 들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처벌 기준은 강화됐지만, 음주운전에 대한 과소평가는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음주 후 운전 여부를 결정하는 심리적인 요인. 한국도로교통공단 제공
음주 후 운전 여부를 결정하는 심리적인 요인. 한국도로교통공단 제공

 

◆ 폰 줍다 실수?…‘몸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문제는 이런 자의적 판단이 틀렸다는 사실을 운전대를 잡은 뒤 단속에 걸리거나 사고가 난 후에야 깨닫는다는 점이다. “휴대전화를 줍느라 브레이크에서 발이 떨어졌다”는 해명 뒤에는 ‘술을 조금밖에 안 마셨으니 운전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과신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부주의가 아니라, 음주로 인한 전형적인 ‘신체 협응력 저하’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운전은 인지·판단·조작이 복합된 연속적인 과정이다. 알코올은 뇌의 전두엽 기능을 억제해 집중력과 판단력을 떨어뜨리고, 주의 분산 대처 능력 저하를 야기한다. 비음주 상태라면 페달을 밟은 채 물건을 줍는 멀티태스킹 동작이 가능하지만,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가면 시선이 분산되는 순간 발의 압력을 유지하는 미세 신경 통제력이 마비돼 페달에서 발이 떨어지게 된다.

 

반사신경 저하로 제동 판단 시간도 늘어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주행 실험 결과에서 정상 운전자의 정지 신호 반응 시간은 0.131초였지만, 혈중알코올농도가 0.042%만 돼도 0.328초로 2배 이상 지연됐다. 시속 60km 주행 시 제동 거리도 음주 전에는 20.5m였지만 음주 후에는 30.1m로 10m나 늘어났다.

 

◆ 사고는 줄어도 단속은 그대로…재범률도 44%

 

술을 마신 한 남성이 차 열쇠에 손을 뻗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술을 마신 한 남성이 차 열쇠에 손을 뻗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경찰청에 따르면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2019년 1만5708건에서 2024년 1만1307건으로 꾸준히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처벌 기준이 강화된 이후에도 연간 단속 건수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11만~13만 건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음주 상태로 운전대를 잡는 행위 자체가 근절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더 심각한 건 반복성이다. 지난 4월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발표한 ‘음주운전 재범사고 및 동승자 실태’ 분석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음주운전 재범률이 43.9%로 집계됐다. 적발된 이들의 절반 가까이가 또다시 음주운전을 하는 것이다. “집이 가까워서”, “술을 딱 두 잔만 마셔서”라는 안일한 생각이 되풀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로교통공단은 운전자가 개인의 편의를 우선할 때 음주운전을 하는 만큼, 음주 후 운전은 ‘선택이 아닌 금지’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단 관계자는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가볍게 여기거나 자신의 상태를 과소평가하는 판단은 모두 위험하다”며 “술을 마셨다면 운전 가능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운전대를 잡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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