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UAE 현지 조사단 귀국
국방부 “파병, 국민 안전·경제 최우선”… 野 “무능 외교 안보 망쳐”
정부, 파병 기간·조건 실무 검토
與 “국제사회와 보조 중요 전략
명분 없는 전쟁 끌려갈 우려도”
국힘 “국회 동의 반드시 거쳐야”
국방차관 “법적 절차에 따를 것”
우리군 경계 태세 놓고도 공방
호르무즈해협 파병과 관련해 정부가 현지 조사와 더불어 관련 검토를 진행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취하며 파병 결정 기준으로 “국민안전과 경제적 이익”을 제시했다. 파병 결정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10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서 호르무즈해협 관련 질의에 대해 “현재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고 시나리오들을 검토하고 있다”며 “항행의 자유나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나 글로벌 공급 측면의 중요성 등을 감안해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도 “일본 등 여러 국가들이 호르무즈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고, 호르무즈의 자유 항행이 에너지 공급망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으므로 질서가 빨리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구체적인 파병 방안은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두희 국방부 차관은 파병 시기 등에 대해서는 “정부는 파병 시기 등의 고려요소보다는 국민 안전과 경제적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파병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으나, 파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관련 절차는 이뤄지고 있다. 호르무즈해협과 중동 현지 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국방부의 현지조사단이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조사단은 공항에서 대기 중인 취재진을 피해 조용하게 돌아왔다. 정부가 호르무즈 파병을 민감하게 다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사단은 지난 주말 UAE로 출국해 현지 정세와 안전 상황, 군 전력 활동 여건을 파악했다. 조사단에는 국방부, 외교부,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UAE에는 미군의 중동 거점 가운데 하나인 알 다프라 공군기지가 있다. 두바이 제벨알리항에는 미 해군 함정이 자주 기항한다. 조사단은 귀국 직후 활동 내용을 종합적으로 정리해서 조만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사단 활동 결과가 보고된 직후 단기간 내 파병 여부가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재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선 파병 기간과 철수 조건, 임무 완료 기준 등에 대한 실무 검토도 필요하다. 정부도 이 같은 부분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결정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여야는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조하며 정부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문한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 대응이 늦어 경제·안보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공세를 폈다. 국민의힘은 사관학교 통합 추진과 북한 ‘주적’ 규정, 북한의 군사분계선 침범 등을 고리로 이재명정부의 외교·안보 기조를 정조준했다.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해 “이라크 파병 당시와 무엇이 다르냐”며 “국제사회가 전쟁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박 차관은 “단순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지금과 그때의 국제사회는 다른 양상”이라고 답했다. 이 의원이 “호르무즈 문제는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라고 하자 박 차관은 “협력해 가며 실질적 기여와 항행의 회복에 기여하도록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와 국민의 동의도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 김병주 의원도 한 총리에게 정부 입장을 물었다. 한 총리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실질적 기여 방안은 결정된 바 없다”며 “항행의 자유와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확보하는 원유,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성이 있어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장병이나 유조선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고 명분 없는 전쟁에 끌려갈 수 있다”며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한·미동맹 현황을 묻는 김 의원 질의에 “항간에 떠도는 우려는 근거 없는 이야기이고, 우려가 있더라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한·미 간 외교장관 회담은 이달 내에도 있을 계획”이라고 일축했다.
국민의힘은 파병이 이뤄질 경우 국회 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압박했다. 유용원 의원은 “2020년 문재인정부 당시 있었던 우회 파병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의 동의 절차를 명확히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해외 파병을 하게 된다면 국민적 공감대와 국내 법적 절차에 따라 국회에 보고하고 국회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사관학교 통합 추진 등 정부의 국방 정책에도 공세를 이어갔다. 육군 소장 출신 강선영 의원은 “목적도 불분명하고 시급하지도 않은 사관학교 통폐합을 졸속으로 추진하면서 수십년간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켜온 군인의 명예를 짓밟고 사관생도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주적 인식과 군사분계선 침범 주장 등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뤄졌다. 강 의원이 “우리의 주적이 누구냐”고 묻자 한 총리는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모든 대상은 다 우리의 주적”이라고 답했다. 강 의원은 “핵과 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 우리의 주적”이라며 “대통령 유고 시 국군통수권을 행사할 총리가 주적을 두루뭉술하게 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지난달 최전방 부대를 방문해 북한군의 동향과 우리 군의 경계 태세를 점검했는데 북한군이 국경선 요새화라는 명분으로 군사분계선 인근에 전술도로와 지뢰지대, 전기 철책선 등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방문했던 모 사단의 경계 구역에서만 북한군이 조성한 지뢰 지대 등 무려 6곳에서 군사분계선을 10~15m가량 넘어서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합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우리 군은 일부 지형변화가 있는 것을 식별했으며, 지뢰를 매설했을 가능성에 대해 유엔군사령부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 총리와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총리실 직원의 한 의원 기자회견 개입 논란을 놓고도 충돌했다. 한 의원이 “총리실이 야당 국회의원을 사찰하느냐”고 따지자 한 총리는 해당 직원의 행동이 사실이라면 “적절치 않다”며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사찰 주장에는 “과한 말씀”이라고 반박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수사자료 유출 경위 확인 지시를 두고 한 의원이 “총리가 수사를 지휘하느냐”고 비판하자 한 총리는 “공직자 기강 문제를 볼 수 있는 감찰 권한이 있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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