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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한 긴장+한국 문화 코드… 한류 타고 해외서 먼저 터졌다 [S스토리- 문학계 '숨은 수출 강자' 추리·미스터리·스릴러 소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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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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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추미스’ 장르소설 불모지서 가파른 성장

자생적 창작기반 형성
2000년대 해외작 읽고 자란 세대
창작 전면에 등장… 작가진 형성
추미스 판매부수 4년 새 4배 급증

해외서 억대 번역계약
“국내 판매부수는 중요치 않다”
업계 입소문 나면 도미노 계약
英·美·伊·태국 등 각국서 팔려

국내선 여전히 비주류장르
베스트셀러 등극 ‘가뭄의 콩 나듯’
팬데믹發 IP 확보열기도 식어
“세계 문 계속 두드려 활로 모색”

요즘 장르소설 독자들 사이에서 ‘추미스’는 하나의 장르명처럼 쓰인다. 추리·미스터리·스릴러를 아우르는 말로, 엄밀히 따지면 각각이 서로 다른 계보를 가진다. 미스터리가 범죄 기반 소재로 감춰진 진실을 탐색하는 과정을 다룬 포괄적 장르라면, 스릴러는 위협과 긴장감을 조성하는 데 더 무게를 둔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러 요소를 결합한 작품이 주류를 이루면서 ‘미스터리 스릴러’, ‘호러 스릴러’ 같은 복합장르 명칭도 자연스럽게 쓰인다. 출판 현장에서는 이들 장르를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작지만 가파른 성장세… 자생 작가군 등장

 

한국 추미스 시장은 여전히 전체 소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그러나 성장 속도만 놓고 보면 가장 가파른 분야 중 하나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유통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범죄·미스터리 소설 판매 부수는 2022년 2만1624부에서 지난해 9만8514부로 4배 이상 늘었다. 스릴러·서스펜스 분야 역시 같은 기간 1만2126부에서 4만8152부로 약 4배 증가했다. 오컬트와 괴담 열풍을 반영하듯 공포·초자연 분야 판매량은 2022년 2471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만2568부로 급증했다. 이는 한국 작품과 번역서를 합산한 수치로, 추미스 장르 전반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시장 확대와 함께 창작 생태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오랫동안 해외, 특히 일본 작품 수입에 의존하던 시장에서 국내 작가들이 존재감을 키우며 자생적 창작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스터리 기획·편집자 윤영천(하우미스터리 운영자)은 “미스터리 장르는 1990년대 침체기를 지나 2000년대 초 셜록 홈스 번역본 출간 등을 계기로 다시 독자층을 확보하기 시작했다”며 “이후 약 10년 넘게 양질의 해외 작품이 대거 소개됐고, 그 영향을 받은 국내 작가들이 성장하면서 지금의 창작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한국적 개성을 갖춘 완성도 있는 작품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최근에는 호러·SF 등 다른 장르와 결합한 작품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계간 미스터리’ 한이 편집장(한국추리소설작가협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쏟아진 양질의 일본 미스터리를 읽고 자란 세대가 최근 창작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며 “본격 미스터리, 특수설정 미스터리, 민속학 미스터리 등 과거 국내에서 보기 어려웠던 하위 장르가 활발하게 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가 먼저 알아봤다… K추미스 번역 도미노

 

해외 시장에서 K추미스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정유정·서미애·김언수 등이 일찌감치 해외 독자와 만난 선구자라면, 최근에는 새로운 세대 작가들의 작품이 잇따라 번역 출간되고 있다.

 

강지영의 ‘심여사는 킬러’는 펭귄랜덤하우스 산하 노프 더블데이 출판사와 2억원대 선인세 계약을 맺고 올해 초 영미권에 출간됐다. 이희주의 ‘성소년’도 영국 팬 맥밀런과 1억원대 계약을 체결해 올해 출간됐다. 장세아의 ‘런어웨이’는 지난해 미국 밴텀북스에서 출간됐고, 김보현의 ‘블러디 마더’는 올해 이탈리아어판이 나왔다. 장우석의 ‘고양이가 정답이다’, 박소해의 ‘허즈번즈’ 역시 해외 출판사와 억대 번역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작품 상당수가 국내에서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판매량이나 문학상 수상 경력이 해외 진출을 좌우하는 요소가 아니라는 의미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는 “한국에서 몇십만 부가 팔렸는지는 해외 출판사 입장에서 큰 의미가 없다”며 “국내에서는 흔히 순문학과 장르문학을 구분하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미스터리·판타지·로맨스 같은 커머셜 픽션이 진입하기 쉽다”고 말했다.

 

해외 출판사들이 한국 추미스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로는 익숙한 장르 문법과 한국적 소재의 결합이 꼽힌다. 범인을 추적하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서사는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문법이지만, 그 안에 담긴 한국 사회의 계급 갈등과 가족 관계, 권력 구조는 새로운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실제 해외 독자와 평단은 한국 작품을 그들에게 익숙한 문화 코드와 연결해 받아들인다. K팝 아이돌을 납치한 여성 팬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희주의 ‘성소년’을 두고 영국 일간 타임스는 “스티븐 킹의 K팝 버전”이라고 평했다.

 

한 번 계약이 성사되면 다른 국가의 관심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도미노 효과’도 나타난다. 홍 대표는 “처음 한두 국가를 뚫는 것이 어렵지, 이후에는 여러 나라에서 연쇄적으로 원고 검토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크푸르트·런던 도서전 등을 통해 특정 작품 계약이 체결되면 곧바로 다른 나라 출판사들의 오퍼 문의로 이어진다”며 “한국 문학에 관심 있는 세계 각국 출판사 편집자들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권의 번역 출간이 다음 작품 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타난다. 태국에서 정해연 작가가 대표적이다. 정해연의 ‘더블’이 2015년 태국에 출간된 이후 ‘지금 죽으러 갑니다’,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 ‘용의자들’, ‘홍학의 자리’ 등이 잇따라 현지 독자를 만났다. 작품 단위 수출을 넘어 작가 이름 자체가 현지 시장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셈이다.

 

◆‘베셀’ 드물고 IP 붐 소강… 여전히 추운 국내시장

 

추미스 시장은 커지고 해외 계약 소식이 이어지지만, 국내 출판사들이 체감하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국내 서점가에서 추리·미스터리·스릴러·호러가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점유하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다. 지난해 교보문고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30위권에 이름을 올린 책은 정해연의 ‘홍학의 자리’(17위)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공범’(26위) 정도였다. 일부 인기 작가를 제외하면 대중적 파급력을 가진 작품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고,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대형 히트작은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장르소설 전문 출판사 관계자는 “다양한 작품을 시도하고 있지만, 야심 차게 준비한 작품마저 기대만큼 반응을 얻지 못하는 일이 많다”며 “초판을 소진하는 책은 극소수”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시기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들이 원천 지식재산권(IP) 확보 경쟁에 뛰어들면서 추미스 출판 시장도 수혜를 입는 듯했지만, 최근에는 그 열기도 가라앉았다. 한이 편집장은 “OTT 팽창에 기대어 IP 판매로 명맥을 이어가던 시절은 끝났다”며 “물론 지금도 2차 판권을 염두에 두고 기획과 투자를 하기는 하지만,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 당시와 비교하면 판권료가 크게 줄었고 계약 편수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팬데믹 때 영상화 계약을 맺은 작품이 제작 단계에서 좌초해 저작권이 회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시장 상황을 ‘암중모색 각자도생’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베스트셀러 작가 작품이 다음 작품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고, 과거와 같은 충성 독자층은 옅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갈수록 축소되는 한국 시장을 벗어나 2차 판권이든 세계 시장이 든 활로를 찾아 할 수 있는 모든 문을 두드려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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