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지하주차장, 기둥에 글 하나가 붙어 있다. 경고문인 줄 알았더니 제목이 ‘부탁 말씀’이다. 고양이들의 서식처가 된 주차장,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면서도 “부디 길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알겠지만”이라는 문장이 먼저 나온다. 글은 다시 “부탁드립니다”로 맺는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줘도 되는가. 탐조 유튜버 ‘새덕후’가 이 논쟁에 불을 붙였다. 고양이는 배가 불러도 새를 사냥하는 동물이라, 밥을 주면 개체수가 늘어 피해도 커진다는 것. 그는 먹이 주는 일을 제한해 개체수를 관리하자는 청원을 국회에 올렸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5만명, 반대 청원에 모인 사람이 9만명. 밥그릇 하나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같은 논쟁인데, 기둥의 목소리는 달랐다. 자극 대신 존댓말로 쓴, 얼룩이 앉도록 오래 붙어 있던 종이 한 장. 공존이란 어쩌면 거대한 합의가 아니라 이런 존댓말을 오래 주고받는 일, 그 종이가 아직 찢기지 않았다는 사실인지 모른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철거민 딱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9/10/128/20260910518946.jpg
)
![[기자가만난세상] 역사에 ‘완벽한 가짜’는 없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9/10/128/20260910518892.jpg
)
![[삶과문화]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7/02/128/20260702518617.jpg
)
![가장 조용한 한류 [이지영의 K컬처 여행]](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9/10/128/20260910518857.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