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과장선에서 넘어가지 않아”
金 “과장선서 막혀? 알았어” 통화
‘300억 투자’ 이해관계 인지 정황도
한동훈 “실무진 전달된 성공한 로비”
金측 “민원 확인이 승인 압력 둔갑”
與 “정치 검찰 캐비닛 수사” 비판
“韓 녹취 입수 경위 밝혀라” 반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이 녹취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내부 문자, 검찰 수사자료 등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확산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공익적 고충민원의 단순 전달’이었다는 입장이지만, 6일에는 식약처장에게 심사 상황을 챙겨 보고해달라고 요청하고 어느 단계에서 심사가 막혀 있는지까지 파악한 정황이 추가로 제기됐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이날 김 후보자와 브로커 양모씨의 2021년 10월12일 통화 녹취를 공개하며 “청탁 문자 두 번이 전부라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녹취에서 김 후보자는 “3상 허가를 빨리 내서 어쨌건 결과를 봐야 될 것 아니냐”며 “직접 처장님이 챙겨봐 달라고, 보고해달라고 할게”라고 말했다. 양씨가 이후 “담당자들이 연락은 오는데 과장 선에서 넘어가지를 않는다”고 하자 김 후보자는 “과장 선에서 막혀 있어? 알았어”라고 답했다.
한 의원은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 비서가 임상정책과장에게 “김승원 의원이 따로 문자를 보냈다. 처장님이 챙겨보되, 다음부턴 이런 얘기 안 나오게끔 해달라”고 전달한 내부 문자도 공개했다. 그는 “실무진까지 전달된 성공한 로비”라며 “청탁 문자를 주고받기 전부터 노골적 불법적 통화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 측은 녹취의 앞뒤를 잘라 ‘민원 확인’을 ‘승인 압력’으로 둔갑시켰다고 반박했다. 양씨가 앞서 “늦어져도 상관은 없는데 이유는 알아야 된다”며 담당자들의 책임 회피로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고, 김 후보자는 그 이유를 확인하겠다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식약처 실무자에게 직접 연락한 적도 없고 기관장에게 접수된 민원이 담당 부서로 전달된 것은 통상적인 행정 절차라고 했다.
한 의원은 앞서 김 후보자가 임상승인에 걸린 경제적 이해관계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정황도 공개했다. 양씨는 제넨셀이 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면서 “자금화되면 내년 오빠 선거할 때 좋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다른 통화에서 “식약처 승인되는 순간 완전히 수천억을 벌 수 있는 거잖아”라고 했다. 한 의원은 “이게 공익 민원 해결입니까”라고 공세를 폈다.
후원금과의 연관성도 쟁점이다. 한 의원이 공개한 별도 녹취에서 양씨는 제3자에게 김 후보자의 말이라며 “보건복지부에다가 푸시해줄까”, “후원금도 500만원밖에 안 되니까 너 잘되는 걸로 얘기하라”고 전했다. 임상승인 뒤 양씨가 제넨셀 측에 “승인 건으로 힘써주신 김승원 의원님께 500만원 후원금 부탁드린다”고 요청한 사실도 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실제 후원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검찰은 김 후보자가 임상시험 승인 관련 청탁을 식약처장에게 전달하고 알선 대가로 후원금 500만원 수수를 약속했다는 피의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청탁 자체를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식약처가 관련 규정이나 매뉴얼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실제 금품 수수도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했다. 김 후보자는 이에 불복해 헌법소원을 낸 상태다. 김 후보자 측은 제넨셀이 동물실험 자료를 누락·조작한 사실도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검찰의 처분 과정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서부지검이 2024년 김 후보자를 조사한 뒤 알선뇌물 혐의로 기소하고 징역 8개월을 구형하는 내용의 계획 문건을 작성했다며 “누가, 왜 김승원 기소와 징역형 구형을 막았는가”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와 양씨의 관계를 둘러싼 공세도 이어졌다. 김 후보자 측이 양씨 및 당시 영장전담판사와 함께 찍은 사진에 대해 “우연히 마주쳤다”고 설명하자 한 의원은 김 후보자가 양씨에게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나네”라고 말하며 만남을 조율한 녹취를 공개했다. 양씨가 “물건을 잔뜩 챙겨서 가고 있다”고 말한 내용도 공개하며 김 후보자의 기존 해명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김 후보자를 “탐욕의 종합판”이라고 비판하며 지명 철회와 수사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의원이 공개한 자료의 입수 경위를 문제 삼았다. 조계원 대변인은 이 사건 수사가 한 의원의 법무부 장관 재임 때 이뤄진 점을 들어 “죄가 있었으면 봐줬을까 의문”이라며 “정치검찰 시절에나 통했던 캐비닛 수사”라고 비판했다. 전용기 최고위원도 “자료 취득은 합법인가 불법인가”라고 물었고, 김동아 의원은 한 의원을 공무상비밀누설·피의사실공표 등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관련 의혹으로 잇달아 고발된 상태다. 기소유예는 확정판결이 아닌 만큼 새로운 증거가 확보될 경우 경찰이 다시 수사할 수 있다는 법조계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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