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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 네팔인 한국살이 도와… 희망 안 놓을 것” [네팔 대홍수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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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글·사진 소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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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지기 동료의 애타는 기다림

한국어·문화 등 교육 기관서 일해
동료들 “유쾌하고 성실해” 입 모아
두산에너빌 이직 6개월 만에 사고
“한국에 간 네팔인들은 다 아는 유명인사예요. 정말 착한 사람이라서 꼭 올 거라고 믿어요”.

 

6일(현지시간) 비두르 우퍼티(45)는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직원으로 근무한 A(59)씨를 기억하며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이 함께 일한 네팔 노동부 산하 국립 직업훈련기관(National Academy of Vocational Training)은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갈 수 있는 비자(E-9)가 발급된 이들이 한국어와 한국 생활을 배우는 마지막 관문이다. A씨는 이곳에서 2010년부터 올해 초까지 16년을 일하며 수많은 외국인 근로자를 한국으로 보냈다. 비두르는 “형님은 1990년대부터 한국에서 일했고, 공장장까지 했기 때문에 네팔 사람들에게 한국의 일하는 문화부터 지하철 타는 법, 산업안전, 은행 일을 보는 법 등 한국살이를 전부 알려준 사람”이라고 했다.

5일(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 타멜 한 호텔에서 만난 비두르 우퍼티가 “한국에 간 네팔인들은 다 아는 유명인사”라며 대홍수로 연락이 두절된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근로자 A씨에 대해 말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 타멜 한 호텔에서 만난 비두르 우퍼티가 “한국에 간 네팔인들은 다 아는 유명인사”라며 대홍수로 연락이 두절된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근로자 A씨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국에서 일한 뒤 현지로 돌아온 네팔인들도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네팔인 아시스는 “한국 생활의 모든 것을 가르쳐준 존재”라며 “10년도 더 지났지만 페이스북에서 실종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아시스는 “늘 우리에게 ‘고르케(영국과 인도로 파견된 네팔 군인)’라며 정신을 무장하고 한국에 가서 잘 살다 오라고 유머러스하게 격려해주셨다”고 회상했다.

 

A씨를 기다리는 이들은 입을 모아 그를 ‘유쾌하고 성실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5일(현지시간) 네팔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터널에서 구조된 중국인 1명이 부축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네팔군 페이스북 캡처
5일(현지시간) 네팔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터널에서 구조된 중국인 1명이 부축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네팔군 페이스북 캡처

그와 13년 동안 형제처럼 지냈다는 랄 바타라이는 “사고 당시에도 같이 살아야 한다고 해 대피가 늦었을 것”이라며 “일주일에 두세 번씩 통화하던 가장 친한 친구를 잃어 정말 슬프다. 우리 자녀들끼리 마음 맞으면 결혼을 시키자고, 퇴직 후에 산속에 별장을 하나 얻어 같이 살자고도 했었다”며 울먹였다.

 

효심도 지극했다고 한다.

 

연로한 부모를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네팔로 이주한 그는 올해 1월 부친이 사망하면서 이직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두산에너빌리티로 소속을 옮긴 건 6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비두르는 “(A씨)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뒤 형님이 ‘자연도 좋고, 두산은 한국의 좋은 회사’라고 했다”며 “함께 일하자고 권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믿을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국과 네팔 합동 구조팀이 네팔과 티베트 국경 산악지대를 휩쓴 대홍수 발생 열흘만인 5일(현지시간) 네팔 라수와 지역 어퍼댐 인근 터널에서 중국인 생존자를 구조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국과 네팔 합동 구조팀이 네팔과 티베트 국경 산악지대를 휩쓴 대홍수 발생 열흘만인 5일(현지시간) 네팔 라수와 지역 어퍼댐 인근 터널에서 중국인 생존자를 구조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이들은 홍수 발생 이후 A씨 집에 찾아가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비두르와 바타라이는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가족들을 만났다. ‘눈치가 빠르고 똑똑한 사람이니 잘 대피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시간이 자꾸 흐르고 있다”고 했다. 비두르는 “형수님이 한국 사람이라 네팔어를 잘 못하는데 우리가 가서 속에 있는 말이라도 들어주는 게 힘이 되면 좋겠어서 거의 매일 간다”고 설명했다.

 

비두르는 “여전히 구조자가 나오는 상황이라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며 “그저 이전 모습 그대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수력발전소 사무동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눈으로 보긴 했지만, 아직 내 옆에 동생이 없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는 바타라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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