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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잡으면 ‘천정부지’ 치솟는 미국 쇠고기 값 잡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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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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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회색늑대 멸종 위기종 해제’ 행정명령
“쇠고기 값 너무 비싸… 축산업 지원 꼭 필요”
동물 보호 단체 “늑대 가축 공격 사례 드물어…
수십년 걸린 야생 늑대 복원 사업 위기 처할 것”

미국에서 회색늑대(grey wolf·그레이울프)와 그 아종(亞種)에 해당하는 멕시코늑대가 ‘멸종 위기 동물’에서 빠져 각종 보호 조치가 더는 적용되지 않는다. 늑대들의 가축 공격을 막음으로써 가뜩이나 천정부지로 치솟는 쇠고기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에 동물 보호 단체들은 “회색늑대의 멸종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라며 “늑대 개체군 회복을 위한 장기적 노력을 방해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회색늑대. 미국 전역에 약 1만8000마리가 서식하고 있으며 ‘멸종 위기 동물’로 지정돼 보호를 받는 중이다. 방송 화면 캡처
회색늑대. 미국 전역에 약 1만8000마리가 서식하고 있으며 ‘멸종 위기 동물’로 지정돼 보호를 받는 중이다. 방송 화면 캡처

5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회색늑대 및 멕시코늑대의 멸종 위기종 보호를 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축산업자들이 기르는 가축을 지키기 위해 늑대를 사냥할 수 있는 길을 연 셈이다.

 

미국 전역에는 회색늑대가 약 1만8000마리 살고 있다. ‘적은 숫자가 아니다’고 여길 수도 있겠으나, 전문가들은 “늑대 서식지 대부분이 인간에 의해 파괴된 상황에서 여전히 멸종 위기종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멕시코늑대의 경우 야생에서 300마리 이상이 관측되고 있다. 1998년 단 4마리에 불과했던 것이 20여년 동안 각종 보호 조치의 시행으로 그나마 개체수가 제법 늘어난 결과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에도 불구하고 당장 목장주들이 가축을 공격하는 늑대를 사살할 권리를 갖게 된 것은 아니다. 먼저 90일 동안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이 회색늑대 및 멕시코늑대 개체군이 멸종 위기종 목록에서 제외될 만큼 회복됐는지 판단해 백악관에 보고하도록 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식료품점 판매대 위에 포장된 쇠고기가 진열돼 있다. 6월 기준으로 미국에서 다진 쇠고기 1파운드(450g)당 가격은 6.82달러(약 9200원)로 2019년 초와 비교해 무려 79%나 상승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식료품점 판매대 위에 포장된 쇠고기가 진열돼 있다. 6월 기준으로 미국에서 다진 쇠고기 1파운드(450g)당 가격은 6.82달러(약 9200원)로 2019년 초와 비교해 무려 79%나 상승했다. AFP연합뉴스

행정명령은 “미국 가축 개체수가 75년 만에 최저 수준인 반면 지난 10년간 쇠고기 수요는 10%가량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 점을 들어 “중요한 축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기준으로 미국에서 다진 쇠고기 1파운드(450g)당 가격은 6.82달러(약 9200원)로 2019년 초와 비교하면 무려 79%나 상승했다는 통계 자료도 있다.

 

하지만 야생동물 보호 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늑대의 가축 공격 사례 자체가 매우 드물고, 따라서 목장주들 수입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늑대보호센터 측은 “이미 현행 제도 하에서 목장주들은 늑대로 인한 가축 피해에 대해 최대 100%까지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주(州)정부는 늑대의 공격을 막기 위한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애리조나주 그랜드캐니언 일대에서 ‘늑대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클레어 머서는 “회색늑대 및 멕시코늑대가 단순히 개체수가 늘었다고 해서 회복된 건 아니다”며 “지금 연방정부의 보호 조치가 약화하면 수십년에 걸친 복구 작업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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