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하루 종일 전을 부치고 갈비를 재우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손이 많이 가는 잡채와 전, 갈비찜까지 완제품으로 사서 상에 올리는 소비자가 늘면서 유통업계가 ‘간편 잔칫상’ 시장을 넓히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본아이에프의 프리미엄 도시락 브랜드 본도시락은 명절과 집들이, 생일상 등 손님을 초대하는 자리를 겨냥한 잔치 메뉴 5종을 출시했다.
대표 메뉴인 ‘잔치 차림 한 상’은 단호박 갈비찜과 수제 오미산적, 고기완자, 잡채에 미니약과까지 한 도시락에 담았다. 가격은 1만5900원이다.
‘오색진미 소불고기 잡채밥’은 소불고기와 오미산적, 잡채밥을 8800원에 구성했다. 여러 명이 함께 먹을 수 있도록 전과 잡채, 갈비찜을 조합한 ‘잔치 요리’ 3종도 별도로 내놨다.
기존 도시락이 직장인의 한 끼나 1인 식사 수요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명절과 가족 모임 등 ‘상차림’ 자체를 외부에서 해결하려는 소비자를 겨냥한 셈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본도시락만의 사례가 아니다. 올해 설에도 유통업계는 전과 떡국, 불고기 등 명절 음식을 간편식으로 준비하려는 수요를 겨냥해 관련 상품을 대폭 늘렸다.
이마트의 간편식 브랜드 피코크는 올해 설 제수용 간편식 상품을 전년 48종에서 60종으로 확대했다. 롯데마트도 냉동전과 떡갈비, 잡채 등 명절 관련 간편식 상품 수를 지난해 39% 늘린 데 이어 올해 다시 31% 확대했다.
실제 판매도 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설 피코크 전류 매출은 전년 대비 43% 증가했고 튀김류 매출은 3배 이상 뛰었다. 컬리에서도 올해 설 직전 일주일간 떡국과 전, 불고기 등 명절 음식 밀키트 상품 수가 전년보다 48% 늘었다.
명절 상차림을 밖에서 조달하려는 수요는 대형마트와 도시락 업체를 넘어 호텔로까지 번지고 있다.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은 올해 추석을 앞두고 ‘명절 투 고’ 서비스를 내놨다. 한방 소갈비찜과 모둠전, 인절미 티라미수 등에 청주를 더한 명절 음식 세트다. 한우와 영광굴비구이 등을 포함한 프리미엄 구성도 별도로 마련했다. 인원과 취향에 따라 메뉴를 추가할 수도 있다.
호텔이 명절 음식을 포장 판매하고 대형마트가 제수용 간편식을 확대하는 가운데 도시락 브랜드까지 잔치 메뉴를 내놓으면서 ‘명절 음식은 직접 만든다’는 공식도 빠르게 깨지는 모습이다.
배경에는 식사 준비에 쓰는 시간을 줄이려는 소비 성향이 자리 잡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올해 10~70대 2000명을 대상으로 식생활을 조사해 제시한 2026년 식문화 키워드에도 ‘효율(Efficiency)’이 포함됐다. 요리 과정과 시간을 단축하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식 대신 간편식을 선택하는 흐름도 뚜렷하다. 신세계푸드의 올반 삼계탕 간편식은 올해 3~5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집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회사 측은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명절 음식 간편화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사나 차례를 간소화하는 가정이 늘어난 데다, 가족이 모이더라도 음식 준비에 하루를 쓰기보다 필요한 메뉴를 구매해 시간을 아끼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명절 간편식이 만두나 전 등 일부 메뉴를 보완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갈비찜과 잡채, 전을 한꺼번에 구매해 상 전체를 구성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명절뿐 아니라 집들이와 생일 등 일상적인 모임까지 관련 시장이 확대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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