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마비·발음 이상 오면 즉시 ‘119’…잠깐 완화돼도 응급실 가야
4시간30분 혈전용해술 골든타임…큰 혈관 막힘 최대 24시간 치료
“운동하다 갑자기 ‘쿵’ 무슨 일?”
지난달 22일 밤 10시쯤 운동장 트랙에서 혼자 운동하던 CBS 박재홍(50) 아나운서가 갑자기 쓰러졌다.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약 한시간 뒤 응급실로 옮겨졌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뒤 내려진 진단은 뇌경색이었다.
박 아나운서는 지난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소식을 처음 알렸다. “그날 밤 의료진의 판단은 생각보다 심각했다”며 이후 3~4시간마다 혈압과 심전도, 체온을 확인하고 이름과 날짜, 장소를 묻는 검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현재 언어능력과 기억력, 좌우 감각은 100% 회복됐고, 운동 기능을 되찾기 위한 재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복귀 시점은 추석 전후를 목표로 하되 의료진 권고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건강을 챙기려 찾은 운동장이 순식간에 뇌경색 응급 현장으로 바뀌었다. 이번 사례는 뇌졸중에서 중요한 건 평소 체력보다 이상 신호를 얼마나 빨리 알아채고 치료로 이어지느냐는 점을 보여준다.
◆한쪽 팔 힘 빠지고 말꼬이면…“잠깐 쉬면 낫겠지”가 가장 위험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뇌경색이 전체 뇌졸중의 약 70~80%를 차지한다.
환자 수도 적지 않다. 질병관리청 심뇌혈관질환 발생통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뇌졸중 발생 건수는 11만574건이다. 남성(6만1988건)이 여성(4만8586건)보다 약 1.2배 많았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생률도 증가해 80세 이상에서는 인구 10만명당 1515.7건에 달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뇌혈관질환으로 숨진 사람은 인구 10만명당 48.2명으로, 암과 심장질환, 폐렴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 4위다.
문제는 초기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신호는 갑자기 한쪽 팔이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편측 마비다. 얼굴 한쪽이 처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상대방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갑작스러운 시야 장애나 심한 어지럼증, 극심한 두통도 뇌졸중을 의심해야 하는 증상이다.
질병관리청은 이런 증상 가운데 하나라도 갑자기 나타나면 즉시 119에 연락해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권고한다. 손가락을 따거나 팔다리를 주무르며 지켜보는 행동은 오히려 치료 시간만 늦출 뿐이다.
증상이 몇 분 만에 사라졌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일과성 허혈발작(TIA)은 뇌졸중과 비슷한 신경학적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스스로 회복되는 질환이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TIA를 겪은 뒤 3개월 이내 뇌경색이 발생할 위험은 17~20%에 이르고, 특히 발생 초기 며칠 사이 위험이 가장 크다. 증상이 사라졌더라도 곧바로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4시간30분 안에 혈관 열어야…시간 지날수록 치료 선택지 줄어든다
급성 뇌경색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시간’이다. 막힌 혈관을 약물로 녹이는 정맥 내 혈전용해술은 통상 증상이 시작된 뒤 4시간30분 이내 시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한뇌졸중학회 진료지침도 허혈성 뇌졸중 환자가 3~4.5시간 사이 치료가 가능한 경우 정맥 내 혈전용해제를 투여할 수 있다고 권고한다.
같은 4시간30분 안에서도 빠를수록 좋다. 치료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기 때문이다.
4시간30분이 지났다고 해서 치료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뇌의 큰 혈관이 막힌 환자에게는 카테터를 혈관 안으로 넣어 혈전을 직접 제거하는 기계적 혈전제거술을 시행할 수 있다.
통상 증상 발생 초기 시행하지만, 마지막으로 정상 상태가 확인된 뒤 6~24시간이 지난 환자 가운데서도 뇌 영상검사 등을 통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시술 대상이 될 수 있다. 집에서 “혈전용해제 시간을 넘겼다”며 병원행을 미룰 이유가 없는 셈이다.
증상이 나타난 시각을 기억해두고, 가능한 한 빨리 119를 부르는 게 우선이다. 대한뇌졸중학회도 119를 이용한 환자일수록 병원 도착 시간이 짧아지고 혈전용해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혈관 뚫었다고 끝 아니다…48~72시간 뒤 시작되는 ‘두 번째 싸움’
응급치료를 마친 뒤에는 ‘재활’이라는 두 번째 싸움이 시작된다. 박 아나운서 역시 언어능력과 기억력, 좌우 감각은 회복했지만 운동 기능을 되찾기 위한 재활 치료는 계속하고 있다.
뇌졸중 재활은 팔다리를 움직이는 운동에 그치지 않는다. 손상된 뇌 기능에 따라 걷기와 팔 움직임부터 옷 입기, 식사하기 같은 일상생활 동작, 언어와 인지, 삼킴 기능까지 함께 회복시키는 과정이다.
국내 재활의학 진료지침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는 혈압과 신경학적 상태가 안정되는 급성기, 통상 발생 후 48~72시간 무렵부터 재활 치료를 시작한다.
이 시기에는 후유장애 정도를 평가하는 동시에 욕창이나 관절 구축 등 오래 움직이지 않아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회복 속도는 환자마다 다르다. 손상된 뇌 부위와 범위, 나이, 동반 질환에 따라 차이가 크다. 초기 몇 달 동안 비교적 빠르게 회복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이후에도 기능 회복은 계속될 수 있다. 박 아나운서는 “실핏줄 하나, 혈관 하나가 막혀도 인생이 얼마나 무력해지는지 이번에 절실히 느꼈다”고 전했다.
한쪽 팔다리에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입이 돌아가고 말이 어눌해진다면 지체할 이유가 없다. 뇌경색의 4시간30분은 병원에 갈지 고민할 시간이 아닌, 막힌 혈관을 최대한 빨리 뚫어 손상되는 뇌 조직을 줄여야 하는 ‘치료의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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