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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 따라 복지 양극화…‘이재명표 기본소득’도 흔들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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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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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 ‘도비 보조율 30% 상한’ 통보…31개 시·군, 도의회 ‘거센 반발’
2027년 본예산 편성 원칙 전달…421개 민생·복지 예산 차질 비상
秋 ‘재정 비상’ 선언, 기본소득 시리즈 도비 부담률↓…박탈감 고조
도의회 “조례 취지 역행”…예산 5000억 감액, 기금은 2000억 증액
‘유랑(流浪)’은 정처 없이 헤매는 발걸음이 아닙니다. 땅이 전하는 언어를 들으려 걸음을 늦추는 일이자, 사람과 공간이 나누는 다정한 대화입니다. 타성에서 벗어나 경기도라는 넓은 지도 위를 천천히 음미하며 거니는 기록입니다. 길 위에서 건져 올린 고요한 울림과 예리한 시선이 여러분의 일상에도 작은 여유와 깊은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기본소득’이 벼랑 끝에 몰렸다. 경기도가 재정난을 이유로 내년도 시·군 보조사업의 도비 지원율을 ‘최대 30%’로 일괄 제한하며 국고보조사업 도비 매칭까지 정비하겠다고 통보하면서다.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가운데)가 지난 3일 31개 시·군 부단체장과 영상회의에서 내년도 본예산 편성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가운데)가 지난 3일 31개 시·군 부단체장과 영상회의에서 내년도 본예산 편성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이를 두고 광역지자체의 든든한 재정 지원을 전제로 설계됐던 ‘이재명표 기본소득’의 뿌리를 뒤흔드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명분에 기대어 지난 수년간 유지돼 온 ‘경기도형 기본소득’의 동력을 약화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란 뜻이다. 

 

일각에선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재정 비상 선포에 이은 도비 지원 상한 설정이 단순히 예산을 아끼는 수준에 머물지 않을 거라고 전망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도지사 재임 이후 구축된 ‘현금·보편 복지’ 청구서와 절연을 뜻한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광역지자체라는 버팀목이 사라지면, 기본소득은 일부 시·군의 선택적 자체 사업으로 격하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광교 청사의 ‘경기도’ 로고
경기도 광교 청사의 ‘경기도’ 로고

◆‘벼랑 끝’ 기본소득…道에선 존폐 기로

 

5일 경기도와 도의회 등에 따르면 도는 이달 3일 김성중 행정1부지사 주재로 시·군 부단체장 회의를 열고 2027년도 본예산 편성 원칙인 도비 보조율 최대 30% 적용 방침을 전달했다. 도 세입의 절반을 차지하는 취득세 감소 등으로 재정 여건이 극도로 악화한 만큼, 법정 의무사업을 제외한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보조율을 전면 하향하겠다는 취지다.

 

이 기준이 적용되면 올해 기준 전체 시·군 보조사업 961개 중 43.8%에 달하는 421개 사업의 도비 지원이 줄어든다. 당초 도비를 40~50% 지원받던 대규모 인프라 및 민생·복지 사업들도 내년부터는 부족한 재원을 각 시·군이 자체 예산으로 충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는 도내 31개 시·군의 연쇄 이탈과 기본소득 사업의 실질적 무력화를 불러올 수 있다. ‘청년기본소득’, ‘농민기본소득’, ‘지역화폐 발행지원’ 등은 그동안 도와 31개 시·군이 통상 7대 3부터 5 대 5까지 예산을 분담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도비 지원율에 30% 캡(Cap)이 씌워지면 시·군이 짊어져야 할 예산 부담률은 70% 이상으로 대폭 늘어난다.

 

자체 재정이 열악한 시·군부터 기본소득·지역화폐 예산을 깎거나 사업 불참을 선포하면서 연쇄 이탈이 본격화할 수 있다. 도 차원의 보편적 기본소득 체계가 사실상 무력화될 가능성도 크다.

1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추미애 경기지사가 추경예산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1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추미애 경기지사가 추경예산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민선 9기 고양시가 상대적 박탈감 해소와 민생 안정을 위해 올 하반기 재개하려던 청년기본소득 지원 사업을 사실상 포기한 게 대표적 사례다. 예산의 70%를 부담하는 도가 심각한 재정난을 이유로 도비 보조를 거부한 데다, 기본소득 사업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고양시는 최근 상정한 ‘2026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청년기본소득 관련 예산을 전액 제외했다고 밝혔다. 당초 시 인수위와 민경선 시장은 올 하반기 추경 편성을 거쳐 지급을 재개하고 지급액 현실화까지 공언했다. 하지만 경기도로부터 도비 보조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으면서 전액 시비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내년이다. 시가 본예산에 관련 비용을 책정하더라도 도가 재정 부담을 이유로 내년 사업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청년과 부모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고양시 ‘청년기본소득’ 재개 무산…추경 미편성

 

청년기본소득은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6년 ‘청년배당’으로 처음 도입됐다. 이후 도내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이재명표 복지 정책의 첫손에 꼽혔다.

 

24세 청년에게 연 100만원(분기별 25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사업으로, 도와 시·군이 7 대 3의 비율로 예산을 매칭한다. 고양시의 경우 연간 70억∼8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데, 도비 30% 캡이 씌워지면 시가 50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경기도 광교 청사
경기도 광교 청사

이번 파행의 배경은 도의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 기조다. 추 지사가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한 뒤 도는 민선 7기 이재명 지사 시절 도입한 청년·농어촌기본소득 등 ‘기본소득 시리즈’ 전반에 대해서도 사업 효율성과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기준 청년기본소득에는 4분기 예산을 제외하고도 605억원 넘게 편성됐다. 지난해에는 모두 1000억원가량이 투입됐다. 농어촌기본소득도 올해 도비 30%분인 561억원이 편성된 상태다.

 

이처럼 도가 내년도 시·군 보조사업의 도비 지원율을 30%로 제한하겠다고 통보하자 31개 시·군 지자체와 도의회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거주지에 따른 ‘복지 양극화’는 가장 큰 문제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수원·용인·화성 등 대도시는 자체 예산을 추가 편성해 청년·농민 기본소득 등을 유지할 수 있지만, 연천·가평·양평 등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는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어느 시·군에 사느냐”에 따라 청년이나 농민이 받는 혜택이 달라지는 복지 불평등이 발생하게 된다. 기본소득의 핵심 가치인 ‘보편성’ 역시 크게 훼손된다.

 

일선 시·군들은 당혹감과 함께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하남시의 경우 도비와 시비를 5 대 5로 매칭해 온 ‘농어민 기회소득’의 도비 분담률이 10%로 대폭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산후조리비 지원’ 등 핵심 복지 사업조차 축소·폐지 갈림길에 섰다.

 

이처럼 광역·기초 지자체 간 충돌도 현실화하고 있다. “생색은 도가 내고 비용 부담은 시·군에 떠넘긴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장인 최대호 안양시장은 “도비 매칭 사업은 복지와 서민 생활에 직결된 핵심 사업들”이라며 “자구책을 명목으로 일방적 예산 삭감을 추진하는 건 주민 삶에 타격을 주는 만큼 31개 시·군의 의견을 취합해 협의회 차원의 공식 입장문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의회 제39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경기도 제공
경기도의회 제39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경기도 제공

◆시장군수협의회 “일방적 재정 부담 전가”…공동 대응

 

예산 심의권을 가진 도의회의 시선도 차갑다. 여야를 막론하고 관련 조례 취지에 역행하는 행정이라며 질타했다.

 

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제2차 추경안 심사에서 도비 지원율 일괄 제한 방침이 현행 조례의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2024년 ‘경기도 지방보조금 관리 조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영 의원은 “조례에 도비 분담률을 ‘30% 이상’으로 명시한 것은 최소 기준을 보장하라는 의미로, 30%로 상한선을 못 박으라는 뜻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유필선 의원 역시 “현행 조례는 시·군의 재정력 지수에 따라 차등 보조율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연천·동두천·의정부 등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도의회는 경기도가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하며 5465억원 규모의 기존 사업 예산을 감액하고 청년 지원 및 시·군 인센티브까지 삭감한 반면, 법적 의무가 없는 지역개발기금 등 각종 기금은 2315억원 증액한 모순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도의원들은 “약속했던 사업을 하루아침에 없애는 것은 도정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갑질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파장이 커지자 정두석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은 “기본 보조율 30%를 원칙으로 추진하되,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시·군에 대해서는 사업별 협의를 거쳐 차등 보조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도와 시·군 간 예산 분담을 둘러싼 갈등은 내년도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도정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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