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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100종에 그룹 ‘노을’까지 뜬다… 초가을 문턱 ‘와인 앤 버스커’ 제대로 즐기는 법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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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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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20일 JW메리어트 동대문서 개최

야외 데크와 라운지 영화 속 한 장면 변신

11개 수입사 프리미엄 와인 100여종 시음

보컬그룹 ‘노을’ 등 9팀 신나는 라이브 공연

와인 앤 버스커 2026 봄 행사 버스킹 공연. 최현태 기자
와인 앤 버스커 2026 봄 행사 버스킹 공연. 최현태 기자

선선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하늘이 짙은 남색으로 물드는 시간. 조명이 하나둘 켜지는 야외 데크 위로 스크린 속 한 장면 같은 분위기가 내려앉습니다. 와인 잔을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선율까지 더해지면, 가을밤은 그대로 한 편의 영화가 됩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12년째 이어져 온 대표 와인 축제 ‘와인 앤 버스커’가 이번엔 ‘백스테이지 시네마’라는 이름을 달고 관객, 아니 손님들을 무대 뒤로 초대합니다.

와인 앤 버스커 2026 가을 포스터.
와인 앤 버스커 2026 가을 포스터. 

◆영화·무대 뒤 감성 담은 와인 앤 버스커

 

미국육류수출협회와 손잡고 여는 가을 시즌 ‘와인 앤 버스커’는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호텔 앞 야외 데크와 더 라운지에서 펼쳐집니다. 18일(금)은 오후 4시~9시 30분, 19일(토)은 오후 1시~9시 30분, 20일(일)은 오후 1시~9시까지 운영합니다. 올해로 12년째를 맞은 이 축제는 영화 스크린과 무대 뒤편의 감성을 모티브로 공간을 꾸며 관객들이 마치 촬영장 한켠에 초대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양윤주 소믈리에.  최현태 기자
양윤주 소믈리에.  최현태 기자
신동혁 소믈리에. 최현태 기자
신동혁 소믈리에. 최현태 기자

11개 와인 수입사가 참여해 100여 종의 프리미엄 와인을 자유롭게 시음할 수 있습니다. 수입사는 레드카이트, 자스페로 와인, 장성글로벌, 올빈와인, PNS 와인, 비니더스 코리아, 젠니혼주류, 헬레닉 와인, 와이너리, 와이브라더스, 치코비노 입니다.

 

각 수입사가 엄선한 다양한 산지와 품종의 와인은 물론, 부르고뉴 피노 누아와 뫼르소 화이트, 보르도 레드, 소테른 귀부 와인 같은 프레스티지 와인도 일별 한정 수량으로 만날 수 있어 눈과 입이 모두 즐겁습니다. 특히 올해는 캘리포니아와인협회(CWI)가 처음으로 참여합니다. 9월 ‘캘리포니아 와인의 달’을 맞아 앰배서더인 양윤주 소믈리에, 신동혁 소믈리에가 직접 와인 도슨트 세션을 열고 미국산 소고기·돼지고기 메뉴와 어울리는 페어링도 제안할 예정이라 캘리포니아 와인의 진가를 새롭게 발견할 좋은 기회입니다.

 

와인 앤 버스커 2026 가을 공연 일정. ChatGPT로 생성
와인 앤 버스커 2026 가을 공연 일정. ChatGPT로 생성

무대 뒤 이야기를 담은 콘셉트답게 라인업도 풍성합니다. 김순영 재즈탭, 그리티 키티(Gritty Kitty), 조재범 라틴 유닛, 헤나(HENA), 세인(Se!n), 리오 밴드(Rio Band), 뉴인(New In), 수퍼 조이 클럽(Super Joy Club)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8팀이 사흘간 나뉘어 무대에 오르고,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보컬 그룹 노을이 피날레 무대를 장식하며 축제의 정점을 찍습니다. 와인 잔을 든 채 선율에 몸을 맡기다 보면 가을밤이 훌쩍 짧게 느껴질 듯합니다.

와인 앤 버스커 2026 봄 행사 메뉴. 최현태 기자
와인 앤 버스커 2026 봄 행사 메뉴. 최현태 기자

미국육류수출협회와의 협업으로 미식 프로그램도 한층 든든해졌습니다. 미국산 돼지고기 가브리살 그릴, 미국산 프라임 소고기 뉴욕 스트립 스테이크 같은 묵직한 메뉴부터 미국산 돼지고기 샤퀴테리와 치즈, 페퍼로니 치즈 프레즐처럼 와인과 가볍게 곁들이기 좋은 메뉴까지 다채롭게 준비됩니다. 입장권과 페어링 푸드 플래터가 포함된 테이블은 1·2부 1인 10만원,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는 3부 1인 12만원이며 각 2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일반 입장권은 1인 5만원으로 와인 테이스팅과 라이브 공연 관람이 포함됩니다.

 

장성글로벌 조대운 매니저. 최현태 기자
장성글로벌 조대운 매니저. 최현태 기자

◆이 와인 꼭 드세요

 

▶샤또 드 라마르크 오메독(Château de Lamarque Haut-Médoc) 2015/장성글로벌(포도클럽) 수입

 

카베르네 소비뇽 45%, 메를로 35%, 카베르네 프랑 15%, 쁘띠 베르도 5%. 잘 익은 라즈베리와 야생 딸기, 다크 베리 향이 진하게 피어오르며 타임 같은 허브 향과 보라색 꽃향기가 뒤따릅니다. 잔을 흔들수록 구운 베이킹 스파이스와 토스티한 오크, 초콜릿, 은은한 흙내음과 연필심 뉘앙스가 겹겹이 쌓입니다. 미디엄에서 풀바디 사이의 무게감으로 다크 체리 콤포트와 오디의 풍미가 부드럽게 다가오고, 끝맛에는 짭조름한 풍미와 블랙 페퍼의 힌트가 스쳐 지나갑니다. 산도와 탄닌이 클래식하게 균형을 이루며 마신 뒤에도 잘 익은 과일즙을 머금은 듯 촉촉하고 상큼한 여운이 길게 이어집니다. 와인 인수지애스트, 로버트 파커의 와인 애드보킷, 제임스 서클링 등에서 90점대 초중반의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샤또 드 라마르크 오메독. 최현태 기자
샤또 드 라마르크 오메독. 최현태 기자

송아지,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오리, 가금류 등 다양한 육류 요리와 두루 잘 어울리며 특히 로스트하거나 브레이징하거나 그릴에 구운 고기 요리와 궁합이 좋습니다. 버섯 요리, 파스타, 중숙성 치즈와도 무난하고 참치 같은 묵직한 생선 요리나 아시안 스타일 고기 요리와 곁들여도 좋습니다. 한 시간 전쯤 디캔팅하면 탄닌이 부드러워지고 향이 한층 살아납니다.

 

가론강 유역의 자갈과 점토, 사암이 섞인 배수 좋은 라 퀴라드(La Curade), 바위라(Bahura), 모카이유(Maucaillou) 포도밭에서 수확합니다. 샤또를 중심으로 자리해 오메독 최고의 밭으로 꼽히는 이 세 필지는 저마다 조금씩 다른 개성의 포도를 키워냅니다. 평균 수령은 35년이 넘습니다.

 

샤또 드 라마르크 건물. 홈페이지
샤또 드 라마르크 건물. 홈페이지

샤또 드 라마르크의 역사는 1050년에서 1090년 사이 가리송 드 라마르크(Garison de Lamarque)가 바이킹의 침입으로부터 메독을 지키기 위해 가론강변에 군사적 요새를 세우면서 시작됩니다. ‘라마르크(Lamarque)’라는 이름 역시 국경 지대의 요새를 뜻하는 프랑스어 고어 ‘라 마르슈(la marche)’에서 유래했습니다. 백년전쟁 때도 군사 요새로 쓰이며 영국 왕 헨리 5세가 소유하기도 했고, 프랑스 혁명 이후 19세기부터 포도밭을 대대적으로 개간하면서 완전한 상업적 와이너리 에스테이트로 탈바꿈합니다.

 

실제 포도나무가 심어진 기록은 1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1839~1841년 퓌멜 백작(Comte de Fumel) 가문이 인수한 뒤로는 지금까지 같은 혈통이 소유권 단절 없이 이어오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와인 가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샤토 드 라 마르크 오너 피에르 질과 마리 엘렌 그로망 데브리 부부. 홈페이지
샤토 드 라 마르크 오너 피에르 질과 마리 엘렌 그로망 데브리 부부. 홈페이지

20세기 초 전쟁으로 잠시 침체를 겪었지만 1960년대 마리 루이즈 데브리(Marie-Louise d'Evry) 부부가 밭을 새로 일구고 시설을 정비하며 부흥기를 맞았고, 현재는 25대손인 피에르 질(Pierre-Gilles)과 마리 엘렌 그로망 데브리(Marie-Hélène Gromand d'Evry) 부부가 1968년부터 경영을 맡아 친환경 농법과 첨단 설비를 도입하며 품질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랑 크뤼 클라쎄로 등급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랑 크뤼 클라세 1등급 샤또 오브리옹과 샤또 마고를 소유했던 오너가 함께 운영했던 이력 덕분에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UGCB)의 명예 회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샤토 드 라마르크 셀러. 홈페이지
샤토 드 라마르크 셀러. 홈페이지

광학 카메라와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엽록소 함량을 분석해 완전히 성숙한 포도만 골라내는 광학 분류 시스템 ‘X-TRI’를 2012년부터 도입해 포도의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립니다. 여기에 화학 농약을 덜 쓰면서도 포도나무를 튼튼하게 키우는 ‘쿠지니에(Cousinié)’ 농법을 1995년부터 적용합니다. 프랑스 농업학자 장 피에르 쿠지니에(Jean-Pierre Cousinié)가 1972년에 개발한 이 농법은 포도밭의 흙과 나무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해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천연 영양분을 주는 게 핵심입니다. 이 농법은 화학 농약으로 병을 억누르는 대신 나무 자체를 건강하게 만들어 병충해에 강하게 만듭니다. 또 포도가 천천히 익어 더 진한 풍미를 얻게 합니다.

 

5대 샤또를 포함한 그랑 크뤼 클라쎄 와이너리들의 컨설팅을 맡아온 자끄 부아스노(Jacques Boissenot) 부자가 컨설턴트로 참여하고, 양조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밀 페이노(Émile Peynaud)와도 25년 넘게 손잡았습니다.

 

스타보로 말보로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스타보로 말보로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스타보로 말보로 샤도네이(Starborough Marlborough Chardonnay) 2024/장성글로벌(포도클럽) 수입

 

샤도네이 100%. 향과 구조가 뛰어난 멘도사 클론으로만 빚는 뉴질랜드 화이트 와인입니다.

 

노란 복숭아와 살구 같은 잘 익은 핵과류 향에 레몬, 자몽의 신선한 시트러스 향이 어우러지고, 바닐라와 구운 헤이즐넛, 버터, 은은한 부싯돌 미네랄과 토스티한 오크 뉘앙스가 겹겹이 쌓입니다. 입안 가득 채우는 풍부하고 응축된 질감이 인상적이며 잘 익은 과실 풍미와 부드러운 산미가 중심을 단단히 잡아줍니다. 레몬 커드와 은은한 구운 견과류, 토스티한 오크 풍미가 감미롭고 긴 여운으로 깔끔하게 이어집니다. 뉴질랜드 현지 평가 매체 와인 오빗에서 별 다섯 개, 93~94점을 받았고 뉴질랜드 국제 와인쇼에서 골드 메달을 수상하며 품질을 인정받았습니다.

 

스타보로 말보로 샤르도네 페어링. 홈페이지
스타보로 말보로 샤르도네 페어링. 홈페이지

버터 소스를 곁들인 구운 생선 요리, 관자 구이, 크림 소스 파스타, 연어 스테이크와 특히 잘 어울리고 허브를 곁들인 로스트 치킨이나 오리 구이와도 좋은 궁합을 보여줍니다. 브리나 까망베르 같은 부드러운 크림 치즈, 가벼운 견과류 플래터와 곁들이기도 좋습니다. 일반적인 화이트 와인보다 조금 높은 10~12도 정도로 서빙하면 과실 향과 크리미한 질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스타보로 아와테레 밸리 포도밭. 홈페이지
스타보로 아와테레 밸리 포도밭. 홈페이지

뉴질랜드 남섬 말보로 아와테레 밸리(Awatere Valley)에서 생산됩니다. 자갈이 많고 척박한 토양의 스타보로 소유 롱 레인 베이 블록(Long Lane Bay Block)에서 주로 수확해 포도가 천천히 익으며 깊고 응축된 풍미를 갖췄습니다. 손으로 수확하고 선별한 포도를 압착한 뒤 프렌치 오크통에서 발효와 숙성을 진행하며, 적절한 젖산 발효와 효모 앙금 접촉을 통해 무겁지 않으면서도 크리미한 질감을 더했습니다.

 

스타보로 말보로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스타보로 말보로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스타보로의 뿌리는 1864년, 금을 찾아 영국에서 뉴질랜드로 건너온 농부 윌리엄 존스(William Jones)가 말보로에 정착하면서 시작됩니다. 그가 찾던 금은 결국 진짜 금이 아니라 이 땅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만큼, 존스 가문은 4대에 걸쳐 농업을 이어왔습니다. 이후 1992년, 아와테레 밸리의 유서 깊은 양 목장인 스타보로 홈스테드를 인수하면서 그 이름을 와이너리의 이름으로 이어받았습니다. 현재 스타보로는 4대째와 5대째에 걸친 존스 가문이 이어가는 100% 패밀리 소유 와이너리로, 제임스 존스(James Jones)와 앤드루 존스(Andrew Jones)가 포도밭 관리부터 와인 생산까지 직접 관여하며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와이라우 밸리(Wairau Valley)와 아와테레 밸리에 걸쳐 포도밭 약 160ha를 보유하며 ‘포도밭의 생동감을 그대로 병에 담는다’는 철학 아래 친환경 농법을 고수합니다.

 

자스페로 와인 김동환 이사(왼쪽). 최현태 기자
자스페로 와인 김동환 이사(왼쪽). 최현태 기자

▶샴페인 루도빅 다비드 블랑 드 누아(Champagne Ludovic David Cuvée Blanc de Noirs)/자스페로 와인 수입

 

피노 누아 100%. 생산 연도와 작황에 따라 피노 뮈니에가 소량 섞이기도 합니다. 잔을 채우는 순간 자몽과 쌉싸름한 오렌지 같은 신선한 시트러스 향이 먼저 피어오르고, 뒤이어 은은한 민트 향과 부드럽고 달콤한 파인애플 뉘앙스가 겹겹이 쌓입니다. 피노 누아 특유의 풍부하고 둥근 질감이 입안을 가득 채우며, 파워풀하고 단단한 뼈대 위로 농축된 과실 풍미와 산뜻한 산미가 세련되게 균형을 이룹니다. 섬세하게 솟아오르는 기포가 매끄러운 감촉을 더하고, 깊이 있는 복합미가 기분 좋게 긴 여운으로 마무리됩니다.

 

샴페인 루도빅 다비드 블랑 드 누아. 최현태 기자
샴페인 루도빅 다비드 블랑 드 누아. 최현태 기자

묵직한 바디감 덕분에 식전주로 가볍게 마시기보다 메인 요리와 곁들이기 좋은 스타일입니다. 버터나 크림을 곁들인 풍성한 해산물 요리는 물론 구운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 가벼운 소스를 얹은 송아지 고기 요리와도 잘 어울립니다. 숙성된 콩테나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같은 하드 치즈, 짭조름한 하몬이나 샤퀴테리 플래터와 곁들여도 좋은 궁합을 보여줍니다. 기포의 청량감과 피노 누아 특유의 붉은 과실 향을 균형 있게 즐기려면 8~10도 정도로 서빙하는 게 좋습니다.

 

포도는 프랑스 샹파뉴 발레 드 라 마른(Vallée de la Marne)에서 생산되며, 포도 재배부터 양조까지 직접 도맡아 하는 소규모 장인 생산자 레콜탕 마니풀랑(Récoltant Manipulant, RM)입니다. 그해 포도 품질이 가장 좋았던 원액만 골라 병 안에서 최소 3년 효모 앙금과 함께 숙성합니다. 병 전체를 감싸는 독특한 화이트 코팅과 중세 유럽의 철제 문을 형상화한 고급스러운 레이블 디자인도 시각적으로 눈에 띕니다.

 

CMB 골드 메달 수상
CMB 골드 메달 수상

이 샴페인은 세계 최대 와인 컴피티션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 (Concours Mondial de Bruxelles·CMB)에서 2024년 골드 메달을 받았을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루도빅 다비드는 샹파뉴의 전통적인 요충지인 발레 드 라 마른의 빌레 수 샤티용(Villers-sous-Châtillon) 마을에 뿌리를 둔 하우스로, 3대째 포도밭을 일궈온 가문의 장인 정신을 이어받고 있습니다. 현재 하우스를 이끄는 와인메이커 루도빅 다비드(Ludovic David)는 1986년부터 아버지에게 전수받은 전통 양조 기법과 가문의 포도밭을 물려받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샴페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약 9ha 규모의 포도밭을 관리하며, 테루아를 온전히 보존해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화학 물질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토양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지속 가능한 비티컬처 방식을 철저히 지키고 있습니다.

 

피에르 부댕 마타도르 1921 꼬뜨 뒤 론. 홈페이지
피에르 부댕 마타도르 1921 꼬뜨 뒤 론. 홈페이지

▶피에르 부댕 마타도르 1921 꼬뜨 뒤 론(Pierre Boudin MATADOR 1921 Côtes-du-Rhône) 2019

 

그르나슈와 시라를 중심으로 한 남부 론 밸리 전통 블렌딩으로 빚는 코트 뒤 론 와인입니다. 잔에 따르면 깊고 진한 짙은 루비 레드 컬러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론 밸리의 따뜻하고 풍부한 햇살을 머금은 잘 익은 블랙베리와 플럼 향이 중심을 이루고, 여기에 늦수확과 포도를 그늘에 말리는 아파시멘토(Appassimento) 방식 양조에 나오는 말린 과일 향과 무화과, 허브 뉘앙스가 더해집니다. 오크 숙성이 남긴 은은한 바닐라와 스파이시한 정향의 힌트까지 겹겹이 쌓여 복합미가 훌륭합니다. 입안에서는 늦수확 포도 특유의 높은 농축도 덕분에 볼륨감과 라운드한 질감이 입안을 꽉 채우고, 강인하면서도 유연하게 다듬어진 타닌과 산도가 훌륭한 밸런스를 이루며 부드럽고 우아한 여운이 길게 이어집니다.

 

숯불에 구운 티본 스테이크나 양갈비 구이, 한우 채끝살 구이 같은 붉은 육류 요리와 특히 잘 어울립니다. 비프 부르기뇽이나 페퍼 소스를 곁들인 로스트비프, 허브를 더한 바비큐 같은 양념이 강한 요리와도 좋은 궁합을 보여주고 고다나 만체고처럼 장기 숙성된 하드 치즈, 풍미가 진한 블루치즈와 곁들여도 좋습니다.

 

프랑스 타라스콩(Tarascon) 출신의 피에르 부당(Pierre Boudin)은 1921년에 마타도르(Matador, 투우사)가 됐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웅으로 활약한 실존 인물입니다. 투우사란 와인 이름처럼 거칠고 맹렬한 황소에 맞서 고결함과 용기, 정교한 기술을 선보이는 투우사의 정신에 경의를 표하는 와인으로 최고의 투우사가 지닌 유연함과 강인함의 조화를 한 병에 담았습니다. 획일화된 대량 생산 와인과 차별화하기 위해 구획별로 가장 뛰어난 포도만 골라 쓰는 ‘셀렉시옹 파르셀레르(Sélection Parcellaire, 단일 구획 엄선)’ 방식을 고집해 론 테루아의 개성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비니더스 코리아 이정희 부대표(왼쪽). 최현태 기자
비니더스 코리아 이정희 부대표(왼쪽). 최현태 기자

▶샤토 크리스티 패밀리 리저브 까베르네 프랑(Chateau Cristi Family Reserve Cabernet Franc) 2020/비니더스 코리아 수입

 

까베르네 프랑 100% 몰도바 와인입니다. 잘 익은 사워 체리와 레드 커런트, 라즈베리의 달콤새콤한 과실 향이 집중적으로 뿜어져 나오고, 잔을 흔들수록 까베르네 프랑 특유의 드라이 허브와 그린 페퍼 풍미에 이어 담뱃잎, 다크 초콜릿, 스파이스, 은은한 훈연 향까지 겹겹이 층을 이룹니다. 입안에서는 선이 굵고 강렬하게 짜인 구조감이 돋보입니다. 묵직한 힘과 도드라지는 탄닌이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고 응축된 과실미가 오크 뉘앙스와 훌륭하게 맞물립니다. 다채로운 스파이스와 은은한 미네랄 터치가 어우러지며 긴 여운을 남깁니다.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적 권위의 와인 품평회 2026 문두스 비니 스프링 테이스팅(Mundus Vini Spring Tasting)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며 품질을 검증받았습니다.

 

샤토 크리스티 패밀리 리저브 까베르네 프랑. 홈페이지
샤토 크리스티 패밀리 리저브 까베르네 프랑. 홈페이지

품종 특유의 기분 좋은 허브·페퍼 뉘앙스 덕분에 양갈비 구이, 브레이징한 소고기 요리, 구운 오리가슴살처럼 풍미가 진한 고기 요리와 최고의 궁합을 보여줍니다. 토마토 베이스의 볼로네제 파스타, 허브를 곁들여 그릴에 구운 비트나 당근 요리, 풍미 있는 구운 염소 치즈와도 좋은 밸런스를 이룹니다. 묵직한 탄닌과 다채로운 아로마를 조화롭게 깨우려면 최소 40분에서 1시간가량 브리딩하면 좋습니다.

 

몰도바 남서부 발룰 루이 트라얀(Valul lui Traian) PGI 산지, 가바노아사(Găvănoasa) 마을에 있는 자체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듭니다. 최상의 과실미를 지키기 위해 ha당 5톤 수준으로 수확량을 엄격히 제한해 포도를 엄선하고, 병입 전에는 강한 필터링 대신 향을 최대한 살리는 가벼운 여과 단계만 거칩니다. 트랜실바니아산 오크와 고급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12개월간 숙성한 뒤 추가로 병 숙성을 거치며, 단 4000병만 생산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입니다.

 

샤토 크리스티 패밀리 리저브 까베르네 프랑 문두스 비니 골드 수상. 페이스북
샤토 크리스티 패밀리 리저브 까베르네 프랑 문두스 비니 골드 수상. 페이스북

샤토 크리스티의 역사는 1882년, 당시 베사라비아(현 몰도바) 남부의 정치가이자 몰도바 수도 키시나우(Chișinău) 시장을 지낸 인물이며 열정적인 애국자이자 뛰어난 재능의 와인 메이커였던 블라디미르 크리스티(Vladimir Cristi)가 와이너리를 세우면서 시작됩니다. 가문의 엄격한 기준과 품질에 대한 집념으로 와인을 빚어 몰도바 와인 역사에 황금기를 열었다고 전해집니다. 와인 라벨 한가운데에는 두 명의 군사가 황제의 방패를 받치고 있는 크리스티 가문 고유의 문장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가문의 고결한 뿌리와 전통을 증명하는 상징입니다. 블라디미르 크리스티는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말벡를 최적의 비율로 배합한 독창적인 레시피를 개발했고, 이 블렌딩은 뛰어난 품질 덕분에 ‘로열 블렌드(Royal Blend)’로 불리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샤토 크리스티 오너 콘스탄틴 세브츄크. 홈페이지
샤토 크리스티 오너 콘스탄틴 세브츄크. 홈페이지

20세기 중반 이후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소련 체제를 거치며 가문 고유의 와인 양조 전통은 한동안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암흑기를 겪었습니다. 잠들어 있던 크리스티 가문의 헤리티지를 되살리기 위해 현재의 오너이자 CEO인 콘스탄틴 세브츄크(Constantin Sevciuc)가 와이너리를 인수해 2015년부터 가문의 전통 레시피와 유산을 복원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샤토 크리스티는 몰도바 남부의 전설적인 산지 ‘발룰 루이 트라얀(Valul lui Traian)’에 130ha가 넘는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점토와 석회질이 풍부한 토양과 풍부한 햇살 덕분에 꽃과 과실 향이 극대화된 프리미엄 와인이 탄생하는 곳입니다. 브랜드 부활 이후로는 문두스 비니(Mundus Vini) 같은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잇따라 메달을 수상하며, 과거 블라디미르 크리스티가 이룩했던 가문의 영광을 세계 무대에서 다시 증명해나가고 있습니다.

 

콜린 클레멘스 돕 크릭 피노 누아. 최현태 기자
콜린 클레멘스 돕 크릭 피노 누아. 최현태 기자

▶콜린 클레멘스 돕 크릭 피노 누아(Colene Clemens Dopp Creek Pinot Noir)/비니더스 코리아 수입

 

피노 누아 100%로 빚는 미국 오리건(Oregon) 와인입니다. 잔을 흔들면 잘 익은 라즈베리와 다크 체리, 서양 자두의 신선한 붉은 과실 향이 풍성하게 피어오르고, 갓 피어난 보라색 꽃(바이올렛)과 은은한 스파이스, 포푸리, 촉촉한 흙 내음과 연필심의 힌트가 겹겹이 스쳐 지나갑니다. 입안에서는 미디엄 바디의 부드럽고 매끄러운 질감이 느껴지며, 검붉은 과실의 집중도 높은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우고 조화롭게 녹아든 탄닌이 단단한 구조감을 만들어줍니다. 생동감 있는 산미가 전체 밸런스를 잡아주고, 끝맛에서는 기분 좋은 미네랄 터치와 과실 향이 길고 깔끔한 여운으로 이어집니다.

 

콜린 클레멘스 와인. 최현태 기자
콜린 클레멘스 와인. 최현태 기자

그릴에 구운 닭고기,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 가볍게 시즈닝한 양갈비 구이와 뛰어난 조화를 이루고 구운 버섯을 곁들인 돼지고기 안심 요리와도 잘 맞습니다. 연어 스테이크나 구운 참치 같은 기름진 생선 요리, 트러플 오일을 곁들인 버섯 리소토, 부드러운 숙성 치즈와도 훌륭하게 어울립니다.

 

미국 오리건 윌라메트 밸리(Willamette Valley)의 쉐할럼 마운틴(Chehalem Mountains)의 포도로 만듭니다. 2006년 지정된 쉐할럼 마운틴은 윌라맷 밸리에서도 최고의 피노누아와 샤르도네 생산지로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해발 350~650피트 남향 경사면 포도밭으로, 화산재 토양인 조리(Jory)와 네키아(Nekia) 토양에 해양 퇴적물 토양이 섞여 있어 독특한 미네랄과 깊이를 더해줍니다. 손으로 수확하고 정밀 선별한 포도로 양조한 뒤 프렌치 오크통에서 11개월 숙성하며, 약 28%만 새 오크통을 사용해 과하지 않고 은은한 오크 풍미를 입혔습니다.

 

조 스탁. 홈페이지
조 스탁. 홈페이지

콜린 클레멘스는 2005년 조 스탁(Joe Stark)과 빅토리아 스탁(Victoria Stark) 부부가 세운 와이너리로, 이름은 빅토리아의 어머니이자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한 콜린 클레멘스(Colene Clemens)를 기리기 위해 붙여졌습니다. 부부가 처음 사들인 쉐할럼 마운틴의 땅은 한 번도 포도가 심어진 적 없는 거친 황무지이자 버려진 목초지였는데, 돌을 골라내고 계단식 밭으로 다듬는 작업을 거쳐 지금은 약 25ha 규모의 프리미엄 에스테이트 포도밭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설립 초기부터 오리건 테루아의 대가로 꼽히는 와인메이커 스티븐 고프(Stephen Goff)를 영입해 포도나무 재배부터 양조까지 철저한 수작업과 친환경 농법을 지켜오고 있으며, 첫 빈티지부터 와인 스펙테이터 ‘올해의 100대 와인’ 7위에 오르는 등 짧은 역사에도 오리건을 대표하는 피노 누아 명가로 빠르게 자리 잡았습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아르메니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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