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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통제부 신설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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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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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경찰이 중앙집권제로 돼 있는데, 경찰에 수사권을 전적으로 맡기면 경찰 ‘파쇼’라는 것이 나온다.” 국회에서 형사소송법 제정을 위한 논의가 한창이던 1954년 1월 엄상섭(1907∼1960) 의원이 어느 공청회에서 한 말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고등문관시험에 합격한 엄상섭은 식민지 조선의 검찰청에서 검사로 일하다가 1945년 광복을 맞았다. ‘친일파’로 몰려 검사를 그만두긴 했지만, 아무래도 친정인 검찰 쪽에 마음이 기울었을 것이다. “검찰 파쇼보다 경찰 파쇼의 경향이 더 세지 않을까”라는 엄상섭의 우려는 동료 의원들의 공감을 얻었다.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오는 10월 검찰은 수사권 없이 기소권만 갖는 ‘공소청’으로 개편되고, 거의 모든 사건 수사는 경찰이 책임지게 된다. 방송 화면 캡처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오는 10월 검찰은 수사권 없이 기소권만 갖는 ‘공소청’으로 개편되고, 거의 모든 사건 수사는 경찰이 책임지게 된다. 방송 화면 캡처

결국 경찰은 독자적 수사권을 갖지 못한 채 반드시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도록 한 형소법이 탄생했다. 검찰은 경찰 수사를 지휘할 뿐만 아니라 직접 수사도 할 수 있었다. 누가 수사를 했든 해당 사건을 법원 재판에 넘길지 말지 결정하는 기소권 또한 검사의 몫이었다. 독일·프랑스 등 대륙법계 국가들 검찰을 모델로 삼았다고 하나, 그들보다 훨씬 강력한 검찰권을 보장한 것만은 분명했다. 2차대전 패전 이후 미 군정을 거치며 제국주의 국가 시절에 비해 검찰권이 대폭 약화한 일본의 경우와도 상반됐다.

 

1954년 제정된 형소법이 72년 만에 송두리째 바뀌었다.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다. 경찰이 거의 독점적인 수사권을 행사하고 공소청(옛 검찰)은 기소권만 갖게 된다. “수사와 기소가 칼로 두부 자르듯 완벽하게 나눌 수 있는 성질의 것이냐”는 학계 일각과 야당의 반론 제기가 거셌지만, 국회 과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눈 딱 감고 밀어붙였다. 오는 10월2일 공소청이 문을 열면 검사는 수사 업무에선 완전히 손을 떼야 하는 것이다. 대검찰청은 최근 전국 검사들에게 “현재 맡고 있는 사건은 한 달 이내에 마무리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지난 7월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 의원들 거의 대부분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강행 처리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 의원들 거의 대부분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강행 처리되고 있다. 연합뉴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 제주 여성 실종·사망 사건 등으로 경찰의 수사권 독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법무부는 앞으로 생길 공소청에 이른바 ‘사법통제부’를 신설키로 했다.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이 무혐의 처분을 내려 송치(送致)하지 않은 사건 수사 기록을 다시 꼼꼼히 검토해 재수사를 요구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사법통제부 검사들의 임무라고 한다. ‘통제’라는 단어가 다소 고압적으로 들리긴 하나, 아무튼 수사를 놓고 여러 기관들이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옛말에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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