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들, 차별화 마케팅으로 7성급 자처
서울에서도 5성급 넘는 별 전쟁 예고
“5성급을 넘어선 7성급이다!”
1999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당시 문을 연 ‘부르즈 알 아랍’의 화려한 순금 인테리어와 롤스로이스 의전, 1대1 전담 버틀러(집사) 서비스 등을 보고 한 영국 기자가 감탄하며 표현한 말이다. 공식 등급표 어디에도 없지만, 초호화 호텔을 상징하는 ‘7성급’이라는 단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흐른 현재, 별을 향한 전쟁은 서울 한복판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1성부터 5성까지…별을 향한 전쟁
5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 등급은 전 세계적인 단일 기구가 일괄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통용되는 기준이 다르다.
각국 정부나 민간기관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미국자동차협회’, ‘호텔스타즈 유니온’ 등이 채택한 표준은 대체로 1성급부터 5성급까지의 5단계 시스템을 따른다. 평가 기준은 시설과 서비스 비중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특정 국가 기관에서 평가한 5성 호텔이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에서는 5성 호텔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다.
통상적으로 보면 가장 기본인 1~2성급은 숙박이라는 본질에 집중한다. 객실과 기본 침구, 욕실 등 필수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이코노미 등급이다. 3성급부터 24시간 프런트 데스크 운영, 내부 식당과 비즈니스 편의 시설 등 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이 포함된다. 비즈니스 호텔들이 주로 포진해 있다.
4성급부터는 고급형으로 분류된다. 룸서비스, 피트니스 센터, 콘시어지, 식음료 매장, 연회장 등을 갖춘 곳들이다. 글로벌 대형 체인 브랜드들이 일반적으로 4성급의 기준점이 된다.
5성급은 시설은 기본이고 인적 서비스도 갖춰야 한다. 24시간 개인 맞춤형 룸서비스, 버틀러 서비스, 세계적 수준의 파인 다이닝, 고급 스파 등이 포함된다. 직원 대 투숙객의 비율이 월등히 높아 고객의 필요를 먼저 파악하는 서비스가 요구된다.
국내 호텔의 공식 등급도 관광진흥법시행령에 따라 1~5성으로 나눈다. 호텔이 희망 등급을 신청하면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객실과 프런트, 식음료 시설뿐 아니라 직원 응대, 외국어 서비스, 위생·안전, 고객 정보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지난달 기준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등록된 국내 5성 호텔은 73곳으로 전체의 8.8%다.
◆7성급, 마케팅이 낳은 용어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호텔 기준에서 6성이나 7성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부르즈 알 아랍 역시 두바이 정부가 매긴 공식 등급은 5성이다. ‘7성급’이라는 말은 1999년 개관 당시 한 기자가 이 호텔이 풍기는 극강의 사치스러움에 대해 기사에서 묘사한 표현으로 처음 등장했다.
7성급이라는 표현이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며 기존의 5성급 호텔들과 차별화하고 싶은 초호화 호텔들이 너도나도 7성급을 자청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갈레리아 빅 밀라노’(타운하우스 갈레리아), 남태평양 피지의 ‘라우칼라 아일랜드’ 등이 7성급 수식어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한 곳들이다.
7성급이라는 용어는 특별한 경험을 갈망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에도 맞아떨어졌다. 수영장 크기나 레스토랑 개수 같은 하드웨어적 평가 기준을 충족하는 호텔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나며 평준화되자, 궁극의 환대와 경험을 원하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등의 호텔 평가에서 직원의 미소, 눈맞춤, 고객의 이름을 부르는 횟수 등 감성적인 디테일을 중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에서도 달아오른 7성급 경쟁
최근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떠오르며 국내에서도 전세계 VIP를 잡기 위해 등급을 뛰어넘는 초호화 호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서울 중구 소공동 더 플라자의 개관 50주년을 맞아 전면 리모델링하겠다고 발표하며 ‘7성급 하이엔드 호텔’을 목표로 제시했다. 고급 객실을 확대하고 프리미엄 비즈니스 공간을 조성하며, 파인다이닝 레스토랑과 시민 휴식 공간 등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은 최상위 호텔 브랜드로 꼽히는 아만과 손잡고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옛 프리마호텔 부지에 호텔·레지던스를 포함한 복합개발을 추진 중이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서울 중구 장충동에 소수 고객을 위한 ‘위버(초프리미엄) 럭셔리’ 호텔을 짓고 있다. 객실을 대량 공급하기보다 글로벌 VIP 고객 대상 맞춤형 서비스와 문화·예술 경험, 프라이버시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구상이다.
이밖에 로즈우드, 만다린 오리엔탈 등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도 서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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