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판사 측 “무리한 법률적용…잠시 참석한 것”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룸살롱 접대 의혹을 받는 지귀연 부장판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해당 접대와 판사 직무 사이 대가성은 입증되지 않아 뇌물죄는 적용되지 않았다. 공수처가 청탁금지법만으로 고위공직자를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수처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는 4일 지 부장판사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 부장판사는 2023년 8월쯤 변호사 두 명으로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예약제 주점에서 409만원 상당의 술값을 결제하도록 해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는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동일인으로부터 한 차례에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관계없이 처벌하도록 한다.
공수처는 언론 보도 사진과 금융자료, 지 부장판사의 택시이용 내역 등을 수사한 결과 동일 인물들이 같은 장소에 모인 횟수를 두 차례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또 업주 등 참고인들을 상대로 수사해 범죄일시를 특정하고, 관련자들의 금융거래내역 등을 입수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공수처는 향응 제공자들이 변호사인 점을 고려해 재판 편의 제공 청탁 등 대가성이 있었는지 수사했으나 접대 당시 지 부장판사가 속한 재판부에 이들이 수임한 사건이 없었던 점 등을 토대로 뇌물죄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 부장판사가 2013년 수원지법 민사합의부에서 근무할 당시 일행 변호사가 수임한 1심 패소 사건의 항소심에서 승소 판결을 선고한 사례도 확인했지만, 접대 시점과 10년가량 차이가 나는 점과 사건의 소가 등을 고려하면 과거 직무에 대한 대가로도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해당 의혹은 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 부장판사가 서울 강남 주점에서 직무 관련자들로부터 술 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지 부장판사는 의혹이 제기될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재판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을 심리하고 있었다. 의혹 제기 후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5월 지 부장판사를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같은 달 19일 고발 사건을 수사3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지 부장판사는 이후 법정에서 “의혹 제기 내용은 사실이 아니고 그런 데 가서 접대받는 건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민주당은 지 부장판사가 주점에서 동석자 2명과 찍은 사진을 추가로 공개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11월 지 부장판사의 택시 호출 기록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나섰다. 공수처는 주점 업주의 금융계좌와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자 업주와 참고인들을 설득해 금융거래 및 주점 방문·결제 자료를 임의로 제출받아 확보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이를 토대로 올해 4~6월 지 부장판사와 향응 제공자 등을 소환 조사했다. 지 부장판사는 혐의 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지난 7월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사건 처리 방향을 심의했고, 이후 법리 검토를 이어오다 사건 배당 473일 만인 이날 뇌물수수 등 나머지 혐의를 불기소하고 지 부장판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만 기소했다. 현재 공수처 수사대상에는 청탁금지법이 포함되지 않아 해당 혐의만으로는 수사를 개시할 수 없다. 다만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는 관련 범죄로서 수사가 가능하다.
지 부장판사 측은 즉각 반발했다. 지 부장판사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 부장판사는 후배들과의 모임에 잠시 참석했다가 바로 이석해 나왔다”며 “설령 공수처 주장대로 (지 부장판사가) 끝까지 모임에 남아있었다고 해도 동일인으로부터 제공받은 금품 등 액수가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모임의 비용은 두 후배가 서로 다른 시간대에 각각 자신의 자금으로 각자 계산한 것”이라며 “두 사람을 하나의 동일인으로 취급하는 것은 법률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난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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