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해상교통안전진단 전문가 의견은 부두 인근 예선 상시 배치 필요성 제시
부산서 예인선 전복·침몰…신서천화력도 ‘안전한 대기·신속 대응’ 다시 살펴야
부산 앞바다에서 예인선이 전복돼 1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예인선의 운항과 계류, 비상 대응을 둘러싼 안전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신서천화력발전소 부두의 예인선 정계지 안전성 문제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예선의 대기 위치가 부두에서 멀어졌다. 당초 해상교통안전진단에서 상정했던 예선의 비상 대응체계가 현재도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부산 사고와 신서천화력의 정계지 문제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사고 원인도 현재 해경이 조사 중이다. 다만 예인선이 발전소 부두의 안전한 하역과 비상상황 대응을 담당하는 핵심 수단이라는 점에서, 예선을 어디에 안전하게 대기시키고 비상시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해상교통안전대책의 출발점은 ‘예선의 상시 대응’
신서천화력부두와 관련한 해상교통안전진단 자료에는 연안수송선박의 이·접안과 하역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상상황에 대비해 부두 인근에 예선을 배치할 수 있는 정계지 확보가 중요한 안전대책으로 제시된 취지가 담겨 있다.
해상교통안전진단의 핵심은 단순히 시설 하나의 안전성만 평가하는 데 있지 않다. 예선이 정계지에서 출항해 항로에 진입하고 본선에 접근하는 과정까지 포함해 전체 해상교통의 안전성을 살피는 것이 취지다. 정계지 위치나 수역 여건 때문에 예선이 즉시 출동하기 어려운 구조라면 단순한 운영상 불편을 넘어 해상교통 안전성 문제로 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당시 안전진단에서 전제했던 조건과 현재 실제 운항·대기 조건이 같은가다. 관련 자료에서도 당시 예선 위치와 현재 위치, 상시 대응 가능 여부, 비상출동 방식 등을 비교해 현재 안전대책이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4년의 시설개선 지연 끝에도 예인선은 부두를 떠났다
문제는 이 전제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예선업체에 따르면 2021년 5월 예선정계지 계류안전성 대책 협의회 이후 정계지 기본설계와 시설개선이 추진됐지만 일정이 잇따라 미뤄졌다.
2022년에는 같은 해 12월까지 시설개선을 완료할 계획이라는 발전소 측 의견이 전달됐고, 2023년에는 2024년 3월 시설보강 완료 계획이 제시됐다. 이후 계류윈치 설치 일정도 다시 지연됐고, 2025년 6월에는 2025년 12월~2026년 1월 설치·운영 계획이 통보됐다.
그 사이 예선의 대기 장소도 바뀌었다. 예선업체는 2025년 7월 14일 신서천화력부두 전면 해상에서 예선이 대기해 왔지만, 이곳 역시 통항 선박과의 접촉·충돌 위험 및 차폐시설이 없어 너울과 파랑, 강한 조류, 돌풍 등 환경적 위험요인 등이 있어 안전한 대기 장소로 보기 어렵다며 예선의 이동 필요성을 제기했다. 결국 예선은 부두 인근이 아닌 보령항으로 대기 장소를 옮겼다.
예선업체는 대기 장소를 옮기면서 신서천부두가 방파제 등 차폐시설이 없어 너울과 파랑, 강한 조류, 돌풍 등 환경적 위험요인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대기 장소가 바뀌면서 신서천부두에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출동에 3~4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새로운 문제가 제기됐다. 예인선의 안전한 대기를 위해 위험하다고 판단한 장소를 떠났지만, 그 결과 부두의 비상 대응 거리가 길어지는 새로운 문제가 생긴 셈이다.
◇예인선이 안전해졌다면, 하역중인 선박 및 부두의 비상대응도 안전해졌나
여기서 이번 사안의 핵심 질문이 나온다.
예인선 자체의 안전을 위해 정계지를 떠나는 것이 불가피했다면, 그 다음 단계는 예인선이 빠진 자리를 어떤 방식으로 비상대응체계가 보완하고 있는지여야 한다.
예선업체 측은 당초 신서천화력부두 전면 해상에서 투묘대기하며 예선의 예방정비와 부두시설 보호, 선박의 안전한 이·접안 지원, 비상시 긴급출동 대기 등의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다.하지만 현재처럼 예선이 타항에 대기할 경우 비상상황 발생 시 이동시간이 발생한다. 관련 자료 역시 당초 안전진단에서 설정한 예선 상시 대응체계와 현재의 실제 운영상태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쟁점은 단순히 “정계지가 만들어졌느냐”가 아니다. 정계지에서 예선이 실제로 안전하게 대기할 수 있는지, 대기하지 못한다면 대체 비상대응수단은 무엇인지, 연안수송선박 하역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실제 대응능력이 어느 정도인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부산 예인선 사고가 신서천 정계지 안전 문제에 던진 질문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일 부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예인선 전복 사고는 예인선 안전 문제를 다시 환기했다.
부산 오륙도 동쪽 약 9㎞ 해상에서 286t급 예인선이 상선을 예인하던 중 전복돼 선원 8명 가운데 1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 사고 선박은 약 2시간 만에 침몰했고, 높은 파도와 조류로 수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경은 사고 당시 예인선이 다른 예인선 2척과 함께 컨테이너선을 예인하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초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충남 홍성 남당항에서 계류 중이던 41t급 예인선이 침몰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당시 선원 1명은 탈출했지만 선박에 적재된 경유 1500ℓ 가운데 일부가 유출돼 해경이 오일펜스와 유흡착제를 동원해 방제작업을 벌였다.
두 사고 모두 신서천화력 정계지 문제와 직접 연결되는 사고는 아니다. 그러나 예인선은 운항할 때도, 계류할 때도 해상환경의 영향을 받는 선박이고, 사고가 발생하면 다른 선박과 부두시설의 안전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설치 완료’가 아니라 ‘작동 여부’ 확인
신서천화력 정계지 문제는 2021년부터 시설개선 논의가 시작됐고, 계선윈치 설치까지 수년이 걸렸다.
그러나 앞선 ③편에서 확인했듯 계선윈치가 설치됐다고 해서 안전 문제가 모두 끝난 것도 아니다. 실제 운전 과정에서 계류로프 마찰과 오토텐션 트립 등이 확인됐고, 전문기관 검정에서는 현재 상태의 정계지가 예인선의 상시 정계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까지 나왔다.
결국 이제 확인해야 할 것은 시설의 존재가 아니라 안전대책의 실효성이다.
당초 해상교통안전진단에서 설정한 예인선 배치와 비상대응 조건이 현재도 유지되고 있는지, 예인선이 실제로 안전하게 대기할 수 있는지, 현재 대기 장소에서 신서천화력부두까지 비상출동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하역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체 대응수단은 마련돼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관련 자료 역시 관리관청이 정계지의 현장 안전성뿐 아니라 실제 예선 대기 위치와 긴급출동시간, 연안수송선박 하역 중 비상상황 대응체계를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한다.
정계지 문제의 본질은 예선을 어디에 묶어놓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예인선이 안전하게 대기하면서 필요할 때 제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당초 안전진단에서 전제한 비상대응체계가 현재도 유효한지부터 다시 검증해야 한다.
신서천화력부두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일정표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해상교통 안전대책인지 확인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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