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자리 맡기 알바에 100명 몰려…카페 관람권도 30초 만에 매진
정부 암표 처벌 대폭 강화했지만…문체부 “불꽃축제는 법 적용 밖”
중고거래 앱에 ‘여의도 한강공원 4인 명당자리’를 40만원에 넘긴다는 글이 올라왔다. 돈을 내고 들어가는 유료 관람석이 아니다.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한강공원 자리다.
오는 5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 2026’을 앞두고 이른바 ‘불꽃 명당’에 가격표가 붙고 있다. 유료 관람권에 웃돈을 얹어 되파는 거래는 카페 좌석을 거쳐 무료 공원 자리까지 번졌다.
중고거래 시장에 올라온 판매글과 구인글만 보면, 불꽃을 잘 볼 수 있는 자리를 먼저 차지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상품처럼 취급되고 있다.
◆11만원 티켓 50만원에…무료 자리도 40만원
올해 노들섬은 전 구역이 유료 관람 공간인 ‘오렌지플레이존’으로 운영된다. 공식 가격은 1구역 11만원, 2·3구역 16만5000원, 4구역 22만원이다.
행사가 가까워지자 가격은 중고거래 시장에서 뛰었다. 지난 2일에는 오렌지플레이존 입장권을 5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확인됐다.
가장 비싼 22만원권과 비교해도 두 배가 넘는다. 앞서 22만원짜리 입장권 2장을 70만원에 내놓은 매물이 확인됐다.
불꽃을 볼 수 있는 카페 좌석도 예외는 아니다. 스타벅스 여의도한강공원점은 불꽃축제 당일 이용할 수 있는 2인용 관람 패키지를 20만원과 30만원에 준비된 27개 한정으로 판매했는데, 판매 시작 30초 만에 모두 팔렸다.
이후 중고거래 시장에는 이 패키지를 65만원에 판매한다는 글과 50만원을 주고 구한다는 글까지 등장했다.
더 눈에 띄는 건 무료 공간이다. 지난 3일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여의도 한강공원 ‘4인 명당 자리’를 4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반대로 오후 5시까지 자리를 맡아주면 3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구인 글도 등장했는데, 이 게시물에는 99명이 지원한 것으로 표시됐다. 3만9000원에서 5만원을 주고 좋은 자리를 대신 잡아달라는 글도 잇따랐다.
돈을 주고 산 좌석을 비싸게 되파는 수준을 넘어, 먼저 차지한 공원 자리까지 돈을 받고 넘기는 거래가 생긴 것이다.
◆암표법은 세졌지만 불꽃축제는 적용 밖
정부는 불과 일주일 전 암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지난달 28일부터 개정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이 시행됐다.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입장권을 부정하게 구매하거나, 상습·영업 목적으로 구입가보다 비싸게 판매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이다.
부정판매에는 판매금액의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부정구매나 부정판매를 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다.
서울세계불꽃축제 입장권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공연법이 규율하는 대상은 음악·무용·연극·연예·국악·곡예 등 예술적 관람물을 실연해 대중에게 보여주는 ‘공연’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불꽃축제를 이런 공연의 범주로 보기 어려워, 개정 공연법에 따른 암표 규제를 적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노들섬 유료 관람권을 웃돈을 붙여 되팔아도 현재로선 개정 공연법으로 제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카페 관람 패키지나 호텔 숙박권, 무료 공원 자리를 돈을 받고 넘기는 행위 역시 이번 공연법상 암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꽃축제처럼 정가가 있는 티켓이 웃돈을 붙여 거래되는 행사도 제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연·스포츠뿐 아니라 영화와 각종 행사까지 포괄할 수 있는 통합 신고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게시물 삭제 요청이 전부…자리 거래는 더 막기 어렵다
서울시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고나라와 당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 불꽃축제 티켓이나 자리 거래 관련 게시물을 차단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축제 운영사무국도 초청석 티켓 관련 게시물을 모니터링하며 플랫폼 측에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
문제는 이후 단속이다.
서울시는 개인 간 티켓이나 자리 거래를 직접 단속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는 돗자리 등을 이용한 과도한 자리 선점을 자제해 달라는 계도와 안내만 이뤄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공공장소를 개인이 선점해 돈을 받고 넘기는 행위에 공유재산 관련 규정이나 지방자치단체 조례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 다만 누가 판매를 목적으로 자리를 잡았는지, 실제 얼마에 넘겼는지를 확인해야 해 현실적인 제재는 쉽지 않다. 이런 형태의 자리 거래를 수사해 처벌한 사례도 거의 없다.
여의도·이촌 한강공원에서 불꽃을 보는 것 자체는 무료다. 그러나 잘 보이는 자리에는 다른 가격표가 붙고 있다. 유료 관람권에는 수십만원의 웃돈이 붙었고, 무료 공원 자리에도 40만원을 요구하는 글이 등장했다.
새 암표 규제가 시행됐지만 불꽃축제는 그 적용 대상에서 비켜나 있다. 무료 공원 자리 거래는 이보다 더 직접적으로 규율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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