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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캉스 가서 잠만 자면 손해?”…요즘 다들 ‘푹’ 빠졌다는 ‘스포츠 웰니스’ [권준영의 머니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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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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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비치발리볼부터 달맞이길 러닝까지…호텔마다 ‘운동 코스’
20만원대 러닝 패키지·60만원대 런트립…코칭·장비까지 상품화
글로벌 웰니스 경제 6.8조달러…한국도 1190억달러 시장
체류시간 늘리고 객실 밖 소비까지…‘운동하는 고객’ 잡기 경쟁
[권준영의 머니볼]은 스포츠를 경기장 안의 스코어만으로 읽지 않는다. 선수와 팬, 기업과 자본, 기술과 시장이 얽혀 움직이는 스포츠 산업의 흐름을 데이터와 수치로 들여다본다. IT·인공지능(AI) 융합부터 스포츠 금융, 생활체육, 시니어 스포츠까지 전통적인 스포츠의 경계를 넘어 커지는 새로운 시장을 좇는다. 숫자에 담긴 돈의 흐름을 따라 스포츠 산업의 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읽고, 그 변화가 만들어갈 스포츠의 ‘다음’을 짚는다.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휴가를 떠나 호텔에 도착했다. 객실에 짐을 풀고 침대에 누워 쉬는 게 보통의 호캉스였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오전 7시30분, 부산 해운대 백사장으로 운동화를 신고 나온 투숙객들이 비치발리볼 공을 주고받는다. 누군가는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누군가는 코치의 구령에 맞춰 패스와 토스를 반복한다. 쉬러 온 호텔에서 하루를 운동으로 시작하는 풍경이다.

 

여행에서도 건강과 운동을 챙기려는 소비가 늘면서 호텔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러닝·비치발리볼·테니스 등을 숙박과 결합한 ‘웰니스’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산 해운대다.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은 지난 2일 오전 7시30분 시실리 가든과 해운대해수욕장 비치발리볼장에서 투숙객을 대상으로 ‘비치발리볼 웰니스 클래스’를 진행했다. 전 프로배구 선수이자 전 비치발리볼 국가대표인 이진화 코치가 직접 나서 기초 이론과 스트레칭, 패스·토스·스파이크 등을 가르친 뒤 미니게임까지 진행했다. 참가자들에게는 운동 후 건강 조식 도시락도 제공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비치발리볼 자체가 아니다. 해운대의 자연환경에 스포츠와 전문 코칭, 식음료를 결합해 하나의 체험 상품으로 구성했다는 점이다. 공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운동과 교류를 함께 즐기는 ‘소셜 웰니스’까지 겨냥했다.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은 올해 4월에도 프리미엄 퍼포먼스 브랜드 뷰오리(VUORI)와 협업해 달맞이길을 달리는 ‘선라이즈 바이탈리티 런’을 열었다. 3~4㎞ 러닝에 스트레칭과 쿨다운을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3월에는 리커버링 요가와 싱잉볼 사운드 테라피도 선보였다.

 

러닝은 호텔이 비교적 쉽게 상품화할 수 있는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은 객실 1박에 러너스 키트와 레이트 체크아웃 등을 결합한 ‘런트립’ 상품을 약 60만원부터 판매하고 있다. 글래드 여의도는 러닝캡·양말·음료 등을 포함한 러닝 패키지를 20만7000원부터 선보였다.

 

그랜드 조선 제주는 가민과 협업해 스마트워치를 대여하고 심박수·스트레스 지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레디, 셋 웰니스’ 패키지를 내놨다. 5㎞ 이상 달리기를 인증하면 식음료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가격은 디럭스 기준 30만8000원부터, 힐 스위트는 53만9000원부터다.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가족 단위 고객을 겨냥한 프로그램도 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이형택테니스아카데미재단과 함께 키즈 테니스 레슨을 운영하고, 생존 수영 강습 등을 여름 프로그램에 포함했다. 아이들의 스포츠 활동까지 여행 일정에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상품의 범위는 투숙객 대상 체험을 넘어 장기 회원권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스탠포드호텔 서울의 2026년 피트니스 연회원권은 362만3000원이다. 수영장·체련장·일부 GX 수업·실내 골프연습장·사우나 등을 이용할 수 있고 객실과 식음료 할인, 건강상담 등의 혜택도 포함된다.

 

글로벌웰니스연구소(GWI)에 따르면 전 세계 웰니스 경제 규모는 2024년 6조8000억달러(약 9000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13년 이후 두 배로 성장했고, 2023년 대비 성장률은 7.9%였다. GWI는 2024~2029년 연평균 7.6%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2029년 9조800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행과 웰니스를 결합한 소비도 커졌다. 웰니스 관광 지출은 2024년 8939억달러(약 1180조원)에 달했다. 웰니스 관광은 같은 해 12억3910만건의 여행으로 집계됐으며, 전체 웰니스 관광 지출의 84%인 7489억달러가 여행 자체가 웰니스 목적이 아니더라도 여행 중 건강·운동·회복 등을 경험하는 ‘2차적 웰니스 관광’에서 발생했다. GWI는 웰니스 관광 지출이 2029년 1조3833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역시 상당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GWI가 2026년 1월 발표한 국가별 최신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웰니스 경제 규모는 2024년 1192억6000만달러(약 157조원)​로 세계 12위였다. 2019~2024년 연평균 성장률은 2.6%로 나타났다.

 

정부도 웰니스 관광을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치유관광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은 2026년 4월 9일부터 시행됐다. 문체부는 올해를 ‘치유관광산업법 시행 원년’으로 규정하고 K-웰니스 관광 육성에 나섰다. 지난 6월에는 기존 우수 웰니스 관광지 88곳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 유치 역량과 프로그램 운영 수준 등을 고려해 ‘외래객 유치 특화 웰니스 관광지’ 20곳을 선정했다.

 

스포츠는 웰니스 시장과 호텔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운동 자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코칭·장비·식음료·회복 프로그램 등을 묶어 하나의 상품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호텔 입장에서는 객실 밖 소비를 늘리고 투숙객의 체류 시간과 지출을 끌어올릴 수 있다. 잠을 자는 공간이던 호텔이 운동하고 회복하며 소비하는 ‘웰니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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