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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주사 안 맞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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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병원 가는 일은 이제는 너무나 익숙하다. 접수하고, 대기하고, 진료받고, 약을 처방받는 과정 말이다. 하지만 미얀마에서 온 엄마와 함께 병원에 가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한국의 의료문화가 새롭게 보인다.

얼마 전 감기에 걸린 엄마와 함께 병원에 갔다. 엄마는 열이 나고 몸살 기운까지 있어 꽤 힘들어 보였다.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에 엄마는 “오늘은 주사 맞으면 금방 나을 거야”라고 말했다. 그런데 진료를 마치고 나온 엄마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주사는? 열도 나고 이렇게 아픈데 주사 안 맞았어?”라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대답했다. 의사는 엄마의 상태를 살펴본 뒤 필요한 약만 처방해 주셨다.

먀닌이셰인(예진) 이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박사과정
먀닌이셰인(예진) 이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박사과정

나는 엄마에게 주사가 단순한 치료 방법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얀마의 엄마 세대에게는 감기나 몸살처럼 열이 나고 아플 때 주사를 맞으면 먹는 약보다 빨리 회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주사가 꼭 필요한 상황인지 먼저 판단하고, 필요하지 않으면 먹는 약으로 치료하는 것이 보통이다.

사실 나도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엄마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아프면 병원에 가고 거기서 주사를 맞아야 제대로 치료받은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살면서 주사가 모든 감기에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됐다. 그날 집에 돌아와 엄마는 약 봉투를 보면서 또 물었다. “이게 약이 다야? 뭐 빠진 거 아니야?” 이번에는 약의 개수가 문제가 됐다. 엄마에게는 약의 양 역시 좋은 치료를 판단하는 기준이었다.

미얀마에서는 여러 종류의 약을 받으면 꼼꼼하게 치료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반면 한국에서는 환자의 상태에 맞는 필요한 약을 정확하게 처방하고, 불필요한 약은 줄이는 게 중요하다. 한국어를 모르시는 엄마는 다시 물었다. “한국 의사 선생님은 왜 약을 조금만 줘? 설명도 몇 마디밖에 안 하고. 네가 통역을 제대로 한 거야?” 이 말을 듣고 엄마와 병원에서 겪은 일이 단순히 주사와 약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 안에는 ‘좋은 치료란 무엇인가’에 대한 서로 다른 문화적 기준이 있었던 것이다.

미얀마 사람에게 주사는 빠른 회복과 연결되어 있고, 여러 종류의 약은 의사가 병을 꼼꼼하게 살펴주었다는 느낌을 준다. 반면 한국에서는 환자의 상태에 맞는 꼭 필요한 치료를 선택하고 불필요한 처치를 줄이는 것이 적절한 진료로 여겨진다. 누구 하나 잘못한 것은 아니었다.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여겨온 ‘당연함’이 달랐을 뿐이다.

상호문화갈등은 거창한 다툼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이렇게 ‘왜 주사를 안 놔주지?’, ‘왜 약을 이것밖에 안 주지?’라는 작은 의문과 걱정에서도 시작될 수도 있다. 외국인 환자에게 짧은 진료가 무관심으로 느껴질 수 있는 반면, 의료진에게는 주사나 약을 요구하는 행동이 단순한 요구로 보일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서로의 ‘왜’라는 질문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한국 의료진이 치료 이유를 한마디 더 설명하고, 외국인 환자도 자신의 익숙한 의료방식과 한국의 방식을 비교하며 이해하려 한다면 불필요한 오해는 줄어들 수 있다.

엄마는 주사를 원했고 의사는 필요한 약을 처방했을 뿐이다. 치료를 바라보는 기준이 달랐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이 옳다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당연함’을 이해하면서 그 작은 이해가 쌓일 때 병원은 아픈 몸만 치료하는 곳을 넘어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먀닌이셰인(예진) 이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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