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활성화에서 공간지각까지…총 3회 걸쳐
운전과 심리적 상태 살펴본 선행 연구와 유사
고령운전자의 안전운전을 위해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숲을 찾는다. 고령운전자 인지·정서적 회복을 돕고 안전운전 역량 강화로 연결하는 취지인데, 프로그램을 통한 운전능력 개선 여부 확인은 별도 과제로 남는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은 국립청도숲체원과 함께 ‘고령운전자 인지력 향상 회기형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3일 밝혔다.
공단의 고령운전자 안전운전 컨설팅과 연계한 이번 프로그램은 숲 걷기와 자연 체험 등으로 구성했다. 운전에 필요한 감각과 주의집중, 반응능력, 기억력, 공간지각 등의 인지기능을 자극하고 고령운전자가 운전능력을 돌아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프로그램은 국립청도숲체원에서 9~10월 중 1박2일 과정으로 총 세 차례 진행한다. 1회차는 ‘감각활성화’, 2회차는 ‘주의집중 및 반응능력’, 3회차는 ‘기억력 및 공간지각’을 주제로 하며 참가자는 세 차례 일정에 모두 참여해야 한다. 대상은 만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로 만 55세 이상 동반자 한 명을 포함해 최대 40명이 참가한다.
공단은 고령운전자의 신체적·인지적 변화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과 안전운전 역량 지원의 필요성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고령운전자의 인지기능 변화에 선제 대응하고 안전운전 역량 강화 지원을 위한 예방적 관점에서 정책적 기준인 ‘만 65세’를 기준으로 설정했다.
운전과 연계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으로는 첫 시행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국립청도숲체원은 연구로 사업 효과를 확인하고, 공단은 운영 성과와 참여자 반응 등을 종합 분석한다. 효과와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한국산림복지진흥원과 협의해 전국 단위 확대 운영을 검토할 계획이다.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참여 전후 총 55개 항목으로 구성된 자기기입식 설문에서 주관적 기억감퇴와 노인우울, 삶의 질 변화를 측정한다.
주관적 기억감퇴 척도는 자신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10년 전보다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느끼는지, 며칠 전 나눈 대화를 기억하기 어려운지 등을 묻는다. 노인우울척도와 세계보건기구 삶의 질 척도를 통해서는 의욕과 기분, 불안 등 정서적 상태와 전반적인 삶의 질도 함께 살펴본다.
이는 고령운전자의 운전과 심리적 상태 사이 관계를 살펴본 선행 연구와도 맞닿은 것으로 보인다.
2014년 한국심리학회지에 실린 ‘고령운전자의 자기-평가 안전운전행동, 운전이동성 및 주관적 안녕감 사이의 관계’ 연구에서는 자기평가 안전운전행동 점수가 높은 고령운전자일수록 삶의 만족과 긍정 정서가 높고 부정 정서는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고령운전자의 안전운전을 위해서는 신체적 능력뿐 아니라 운전에 대한 인식과 심리적 상태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공단의 프로그램이 참여자의 실제 운전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고령운전자의 자기평가 안전운전행동과 주관적 안녕감 사이의 연관성을 다룬 선행연구가 있는 만큼, 이번 프로그램에서 정서적 상태와 운전 인식에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살펴보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삶의 질이나 우울, 주관적 기억감퇴 등이 개선됐다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를 곧바로 운전능력 향상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다만 고령운전자 안전을 위한 정책 수단이 인지와 정서 영역으로 넓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변화가 안전운전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프로그램 이후의 과제로 남는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고령운전자들이 숲에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돌보면서 운전에 필요한 인지기능을 자연스럽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고령운전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운전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안전운전 지원 과정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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