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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나 머리 1만원, 삼겹살 1인분 8900원?…‘착한 가격’ 가게 직접 가보니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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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원 기자·변하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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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1만원 미용실·삼겹살 8900원 고깃집
기자가 체험해보니 가격도 품질도 ‘만족’
‘착한 가격’ 이유 있다?…전국 1만곳 지정
세계일보 신규 유튜브 코너 <29면>은 지면 너머의 현장을 포착하는 콘텐츠다. 기사 한 줄로는 다 전하지 못한 사실부터 미처 묻지 못한 질문, 직접 가봐야 알 수 있는 현장의 이면까지 텍스트 너머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기록한다.

 

기자가 서울 용산구의 착한가격업소인 형한나미용실에서 카리나 머리 스타일로 1만원 커트를 받고 있다. 변하윤 인턴기자
기자가 서울 용산구의 착한가격업소인 형한나미용실에서 카리나 머리 스타일로 1만원 커트를 받고 있다. 변하윤 인턴기자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입구 근처의 한 골목. 오래된 건물 외벽에 걸린 분홍색 원형 간판과 자주색 출입문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났다. 40년째 이곳을 지켜온 형한나미용실이다.

 

이 미용실의 여성 커트비는 단돈 1만원, 서울 평균(2만4462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남성 커트는 8000원이다.

 

기자가 서울 용산구의 착한가격업소인 형한나미용실에서 1만원 커트를 받고 있다. 변하윤 인턴기자
기자가 서울 용산구의 착한가격업소인 형한나미용실에서 1만원 커트를 받고 있다. 변하윤 인턴기자

 

“말도 안 되죠?” 형한나 원장도 웃었다.

 

1만원짜리 커트비가 반가우면서도 살짝 걱정이 됐지만, 이왕 온 김에 카리나 머리로 잘라 달라고 부탁했다. 영국 비달사순 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한 40년 경력의 원장은 기자가 원하는 스타일을 단번에 파악하고 거침없이 가위질을 시작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드라이까지 마치자 얼굴만 다른 ‘카리나 머리’가 완성됐다. 1만원이라는 가격이 새삼 놀라웠다.

 

 

마침 단골 손님인 숙명여대 교수도 미용실을 찾았다. 그는 “원장님이 해외 연수까지 다녀오실 만큼 실력이 좋은데 가격까지 저렴해 늘 감사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에 커트비 1만원을 고수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원장의 답은 단순했다.

 

“건물이 내 거라 임대료가 안 나가요. 그러니 가능하지.(웃음) 물론 봉사하는 마음으로 커트비를 내렸죠. 손님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보람이 있고요.”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착한가격업소’ 인증 마크. 변하윤 인턴기자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착한가격업소’ 인증 마크. 변하윤 인턴기자

 

그렇게 10년간 낮은 가격을 지켜온 이 미용실은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됐다. 착한가격업소는 주변 상권보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면서 위생·청결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한 물가안정 모범 업소다.

 

형한나미용실은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된 뒤 세제와 휴지 등 영업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받고 있다.

 

“단골이던 서울시 공무원이 추천해줘서 알게 됐어요. 훨씬 도움이 되죠.”

 

용산용문시장의 황제정육식당에서는 국내산 삼겹살 200g을 8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변하윤 인턴기자
용산용문시장의 황제정육식당에서는 국내산 삼겹살 200g을 8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변하윤 인턴기자

 

용산용문시장의 황제정육식당에서도 착한가격업소를 상징하는 파란색 스티커를 찾을 수 있었다. 이곳은 국내산 삼겹살 200g을 8900원에 판매한다. 서울 평균인 2만1321원의 약 40% 수준이다.

 

고깃집에서 어떻게 이 가격이 나오냐고 묻자 사장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직영이라 체인처럼 중간에 떼가는 게 없으니까 고기를 싸게 받아오죠. 죽으라고 팔면 남아요.”

 

대신 직원이 고기를 구워주는 서비스는 없다. 물과 앞치마, 반찬 세팅도 손님 몫이다. 서비스를 줄여 아낀 인건비만큼 가격을 낮췄다.

 

기자도 후배와 삼겹살 3인분을 주문했다. 두툼한 고기를 직접 불판에 올리자 지글지글 노릇하게 익어갔다. 윤기 나는 한 점을 집어 먹어보니 겉은 바삭한데 속에서 육즙이 배어 나왔다. 잡내 없이 고소한 맛이었다. 89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기대 이상이었다.

 

가격뿐 아니라 맛있다는 입소문까지 나면서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처음 이곳을 방문했다는 한 손님은 “품질도 좋고 값도 싸다고 해서 왔는데 오는 데 1시간 반이나 걸렸다”며 “일행과 고기 1㎏에 소주까지 먹었는데도 5만원이 안 넘었다”고 흡족해했다.

 

이처럼 주변보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착한가격업소’는 8월 31일 기준 전국에만 1만2793곳, 서울에는 2110곳이 지정돼 있다. 2011년 고물가 속 서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된 뒤 꾸준히 늘고 있다.

 

정부도 착한 가격을 유지하는 데 힘을 보탠다. 업소당 연 85만원 상당을 지원하는데, 세제·휴지·종량제 봉투 등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거나 공공요금을 감면하는 방식이다.

 

행정안전부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물품 지원이 본격화된 것은 2023년부터”라며 “현금보다 물품으로 지원하는 건 업소 운영에 직접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1만원 커트비를 지키는 미용실과 삼겹살 1인분을 8900원에 맞춘 고깃집. 고물가 시대에도 가능한 ‘착한 가격’의 비밀은 세계일보 유튜브 <29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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