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서 범행 가담 인정…“책 팔려고 과장” 주장에도 기각
1990년대 미국 힙합계의 전설적인 래퍼 투팍(2Pac·투팍 샤쿠르)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갱단 두목이 약 30년 만에 유죄 평결을 받았다.
범행을 둘러싼 의혹이 장기간 풀리지 않았지만 피고인이 자신의 자서전에서 범행을 지시하고 총기를 제공했다고 밝힌 내용 등이 결정적인 증거로 제시되면서 결국 법원의 판단이 내려졌다.
31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 방송에 따르면 네바다주 클라크 카운티 1심 법원 배심원단은 드웨인 ‘케피 디’ 데이비스(63)의 투팍 1급 살인 혐의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데이비스에게는 최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 선고될 수 있으며, 형량은 다음달 13일 선고될 예정이다.
데이비스 측은 유죄 평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투팍은 미국 서부 힙합을 대표하는 래퍼로, 1996년 9월 7일 라스베이거스 도로에서 총격을 받고 숨졌다. 당시 25세였다.
사건 직후부터 범인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살인범과 범행 동기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으면서 사건은 약 30년 동안 미제로 남았다.
데이비스는 로스앤젤레스(LA) 갱단 사우스사이드 컴프턴 크립스의 두목으로, 사건 초기부터 유력한 용의자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돼 왔다. 하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해 실제 기소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전환점은 데이비스가 2019년 펴낸 자서전이었다.
그는 책에서 투팍 살인을 자신이 지시했고 범행에 사용된 총기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자서전에 따르면 데이비스의 조카 올랜도 ‘베이비 래인’ 앤더슨이 투팍 일행에게 폭행을 당한 뒤 보복을 결심했고, 데이비스 일행은 투팍을 뒤쫓았다.
이 과정에서 투팍이 차량 밖으로 몸을 내밀자 데이비스가 뒷자리 일행에게 총기를 건넸다는 게 자서전의 내용이다.
당시 차량에는 조카 앤더슨을 비롯해 더슨과 디안드레 ‘프리키’ 스미스, 테리 ‘버블업’ 브라운 등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재 모두 사망한 상태다.
데이비스는 재판에서 자서전의 내용이 모두 사실은 아니며 책을 판매하기 위해 일부 내용을 과장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자서전뿐 아니라 데이비스의 경찰 조사 녹취록과 언론 인터뷰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그가 과거 여러 차례 투팍 살인을 묘사해왔고 해당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네바다주에서는 직접 총을 쏘지 않았더라도 범행에 참여하거나 범행을 돕는 등 살인에 가담한 경우 살인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 데이비스가 직접 방아쇠를 당겼는지는 유죄 판단의 필수 요건이 아니었던 셈이다.
배심원단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리자 법정에 있던 투팍의 유족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번 재판은 미국 힙합계를 대표하는 투팍의 사망을 둘러싼 오랜 미제 사건이 유죄 평결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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