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장보기 시장의 경쟁축이 단순한 ‘빠른 배송’에서 ‘얼마나 자주 다시 찾게 만드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이 보편화되면서 유통업체들이 자체 상품과 멤버십, 개인화 추천 등을 앞세워 소비자를 단골로 묶어두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컬리가 공동 운영하는 ‘컬리N마트’는 출시 1년 만에 월 거래액이 오픈 초기 대비 약 10배 증가했다. 지난해 9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입점한 뒤 컬리 상품과 배송망을 네이버의 쇼핑 이용자 기반에 결합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컬리N마트는 컬리가 외부 플랫폼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대표 사례다. 달걀·우유·두부 등 반복 구매가 많은 식재료부터 밀키트, 간편식, 생활용품까지 상품군을 넓히고 새벽배송에 이어 당일배송까지 도입했다.
특히 반복 구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 10회 이상 컬리N마트를 이용한 고객 가운데 3040 비중은 72%를 넘었고, 40대 고객은 평균 주 1회 이상 서비스를 이용했다. 거래액의 80% 이상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에서 발생했다.
배송 시간을 넓힌 것도 주효했다. 컬리N마트는 지난 2월 당일배송을 도입한 이후 오전 6시부터 낮 12시까지 주문량이 한 달 만에 34% 증가했다. 출시 5개월 동안에는 월 거래액이 평균 5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품 차별화도 단골 확보 수단이다. 컬리N마트 주문 10건 중 7건에는 컬리에서만 판매하는 ‘컬리온리’ 상품이 포함됐다. 네이버는 앞으로 이용자의 검색·클릭·구매 이력까지 활용해 개인별 장보기 상품 추천을 강화할 계획이다. 캠핑용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밀키트나 간편식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장보기 수요를 붙잡기 위한 경쟁은 다른 플랫폼에서도 거세다.
배달의민족은 ‘배민B마트’를 앞세워 퀵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올해 1분기 B마트 주문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고 고객 수는 22%, 거래액은 36% 늘며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월 3회 이상 이용 고객도 1년 새 54% 증가했다.
배민은 음식 배달에 익숙한 고객을 장보기로 끌어들이고 있다. 달걀·우유·정육·채소 등 장보기 품목을 확대하고 주문 후 30분 안팎 배송을 전면에 내세웠다. 자체 브랜드(PB) ‘배민이지’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98% 증가했다. 신선식품 매출 역시 같은 기간 50% 넘게 늘었다.
성과는 회사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배민B마트 등 직매입 기반 상품매출은 7811억원으로 전년보다 3.2% 늘었다. 배민 장보기·쇼핑 매출은 같은 기간 84% 증가했고 입점 오프라인 유통 매장도 2022년 약 2200개에서 약 2만4000개로 확대됐다.
지난해 12월 배민 장보기·쇼핑 방문자는 약 563만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30% 늘었고, 신규 고객 수도 전월 대비 30% 증가했다. 배달앱이 음식 주문을 넘어 장보기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SSG닷컴은 이마트의 오프라인 상품 경쟁력과 새벽배송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SSG닷컴은 올해 1~3월 창고형 할인점 상품을 배송하는 ‘쓱 트레이더스 배송’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고 밝혔다. 고물가 속에서 생필품과 식품을 대용량으로 구매해 단위당 가격을 낮추려는 수요가 온라인으로 이동한 영향이다.
새벽배송 권역 확대 효과도 확인됐다. SSG닷컴이 충청권과 경기 남부 등으로 새벽배송 지역을 넓힌 뒤 신규 권역의 새벽배송 매출은 서비스 확대 첫 주 대비 293% 증가했다. 전체 새벽배송 매출도 같은 기간 25% 늘었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서는 새벽배송 이용 고객 10명 중 4명이 VIP 고객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월평균 주문액은 17만원으로 전체 고객 평균의 두 배 수준이었다. 식품 매출 가운데 신선식품 비중은 70%에 달했다.
최근에는 배송 속도도 더 세분화하고 있다. SSG닷컴의 즉시배송 서비스 ‘바로퀵’에서 즉석조리식품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등 ‘필요할 때 바로 받는 장보기’ 수요까지 겨냥하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바로퀵 즉석조리식품 매출은 관련 서비스 확대 이후 160% 증가했다.
온라인 장보기 시장 자체도 계속 커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온라인쇼핑 음·식료품 거래액은 3조2209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1% 증가했다. 전체 온라인쇼핑 거래액 가운데 음·식료품이 차지한 비중도 13.3%에 달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업체들의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밤에 주문하면 아침에 받는다’는 배송 속도가 핵심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배송 시간대 확대, PB와 단독상품, 멤버십 무료배송, 개인화 추천까지 결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컬리 역시 외부 플랫폼 확장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컬리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7348억원, 영업이익 27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7% 늘었고 영업이익은 1991%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거래액도 1조786억원으로 25.1% 증가했다.
앞선 1분기에도 컬리N마트의 3월 거래액이 서비스 초기인 지난해 9월보다 약 9배 증가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컬리는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창사 후 처음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장보기의 특성상 한 번 고객의 생활 패턴에 들어가면 반복 주문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 ‘단골 확보’가 수익성까지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이나 생필품은 한두 달에 한 번 구매하는 상품과 달리 매주 반복 주문이 발생하는 영역”이라며 “앞으로는 누가 가장 빠르게 배송하느냐보다 고객이 매번 같은 플랫폼을 열게 만드는 상품과 가격, 멤버십 경쟁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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