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첨단기술 유출 해마다 급증
현행 개별법으론 ‘솜방망이 처벌’ 불과
美·中·대만 등 ‘안보 범죄’로 강력 대응
與, 특별법 추진… 기업·국민들 공감대
“기술 훔치면 꼭 대가”… 처벌 강화해야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산업스파이 가중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시의적절하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익보호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핵심기술 유출로 우리 산업생태계와 국가경제가 치명타를 입는 상황에서 산업스파이법을 가급적 연내 처리해 달라고 국회에 촉구하는 경제계의 첫 공개 메시지다.
이 부회장은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진행한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핵심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는 한 기업을 넘어 “국가경쟁력과 일자리를 위협하는 경제안보의 문제”라며 “우리도 주요 경쟁국들처럼 핵심기술 해외유출을 안보범죄로 규정하고 처벌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리 기업들이 입는 기술유출 피해 규모는.
“최근 5년간 핵심기술 해외유출이 약 3.7배 급증했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같은 첨단 주력산업에 유출이 집중돼 경제적 피해가 2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사이 경쟁국의 추격은 주력산업에 대한 실질적 위협으로 현실화했다. 경쟁국과의 기술격차가 단숨에 좁아져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이 잠식될 수 있다.”
―국회에서 추진되는 산업스파이법에 대한 경총 입장은.
“핵심기술 해외유출은 개별 기업의 재산 피해를 넘어 국가경쟁력과 일자리를 위협하는 경제안보의 문제인데도 우리는 여전히 일반 경제사범 수준으로 가볍게 처벌하고 있다. 미국·중국·대만 등은 안보법률로 강력 대응하는 반면 우리는 산업기술보호법 등과 같은 산업지원·재산권 보호 목적 법률을 적용한다. 우리도 주요 경쟁국들처럼 핵심기술 해외유출을 안보범죄로 규정하고 처벌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도 ‘경미한 처벌로는 유출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다’고 호소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발의된 산업스파이법은 시의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기술유출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나.
“삼성전자가 1조6000억원을 투입한 18나노 D램 공정기술은 전직 임직원을 통해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로 유출돼 국가경제 피해가 수십조원으로 추정된다. 이직 연구원이 수백단계 공정정보(PRP)를 자필로 베껴 적어 유출하고, 전직 부장은 공정자료와 협력업체 장비 설계도면을 반출했다. SK하이닉스에선 중국 국적 직원이 D램 공정기술 자료를 무단반출했다. 승진 탈락 후 중국 화웨이에 합격하자 퇴사 직전 나흘간 약 4000쪽 분량 문서를 모아찍기 방식으로 1309장 출력해 반출했다.”
―기존 산기법, 개정 간첩죄 등으로 불충분한가.
“현행 개별법으로는 핵심기술 유출을 죄질에 맞게 처벌하기 어렵다. 산기법, 부정경쟁방지법 등 유출된 기술이 어느 법의 보호대상인지에 따라 처벌요건·형량이 달라지고, 외국 배후·조직성을 반영한 가중처벌 체계도 없다. 처벌 수준도 낮다. 2020∼2024년 대법원 통계상 영업비밀 해외유출 유죄판결의 절반 가까이가 집행유예, 평균 선고형량은 징역 1년9개월에 불과했다. 간첩죄는 적용대상은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됐지만 ‘외국 민간기업’도 포함되는지, 보호대상에 핵심기술이 포함되는지가 법에 명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핵심기술 해외유출을 경제안보 차원의 문제로 정의하고 처벌 강화 등 대응체계 전반을 정비하는 보완입법이 필요한데, 국회에 발의된 산업스파이법이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스파이법 제정으로 기대하는 효과는.
“무엇보다 처벌을 죄질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강화해 ‘기술을 빼돌리면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인식을 확립하고, 실질적 억지력을 갖추는 것이다. 범죄수익 몰수·추징을 통해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을 차단하고 범행 유인 자체를 제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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