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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력수요 늘면 발전소부터 지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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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4차·5차 공개토론회를 지켜보면서 한 가지 질문이 생겼다. 반도체 공장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가 늘어나 전력수요가 크게 증가한다면, 가장 먼저 발전소부터 더 지어야 할까? 현재 논의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흘러간다.

‘전력수요가 늘어난다 →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진다 → 원전은 건설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 따라서 비교적 빨리 건설할 수 있는 LNG발전소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물론 LNG발전은 필요하다. 전력수요가 갑자기 늘거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줄었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력수요 증가를 곧바로 LNG발전소 증설과 연결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해법일 수 있다.

최인선 한국 RE100협의체 부회장 에이치에너지 이사
최인선 한국 RE100협의체 부회장 에이치에너지 이사

우선 우리가 필요한 전력의 성격부터 살펴봐야 한다. 전력이 부족한 것이 1년 내내 지속되는지, 여름과 겨울의 특정 시간에만 나타나는지에 따라 해법은 달라진다. 하루 중 몇 시간의 최대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새로운 발전소를 짓는다면, 그 발전소는 나머지 시간에는 거의 가동되지 않을 수 있다. 이용률이 낮은 발전소의 건설비와 유지비도 결국 전기요금에 반영된다.

LNG발전은 전력 가격에도 큰 영향을 준다. 우리 전력시장에서는 발전비가 비싼 LNG발전기가 마지막으로 투입되면서 전체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국제 가스 가격이나 환율이 오르면 LNG발전비가 상승하고, 그 영향이 전력시장 가격으로 이어진다.

LNG발전소를 늘리면 전력이 무조건 싸진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연료를 대부분 해외에서 들여와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렇다면 발전소를 짓지 말자는 뜻일까? 그렇지 않다. 필요한 발전설비는 확보해야 한다. 다만 새 발전소를 결정하기 전에 다른 방법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

첫째, 전기를 사용하는 시간을 바꾸는 방법이 있다. 전력이 남는 낮 시간에 공장 가동이나 전기차 충전을 늘리고, 수요가 몰리는 저녁에는 사용량을 줄이도록 요금제와 시장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둘째, ESS(에너지저장장치)를 확대해야 한다. 낮에 남는 태양광 전력을 저장했다가 저녁에 사용하면 새로운 발전소와 송전망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셋째, 이미 지어진 발전소와 전력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발전소가 있어도 송전망이 부족하면 전기가 필요한 곳까지 보낼 수 없다. 발전설비의 숫자보다 발전소·전력망·ESS가 함께 작동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앞으로의 전력 계획은 ‘수요가 얼마나 늘어나는가’만 계산해서는 부족하다. 전기를 어느 지역에서, 어느 시간에,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 것인지까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발전소 건설, 전력망 확충, ESS, 수요관리 가운데 어떤 조합이 국민 부담을 가장 적게 만드는지 비교해야 한다.

전력수요가 증가한다고 발전소부터 짓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더 많이 공급하는 것뿐 아니라 이미 가진 전기를 더 똑똑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도 전기요금 상승을 줄일 수 있다. LNG발전소가 필요하냐는 질문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것이다.

“우리는 정말 새로운 발전소가 필요한가, 아니면 전기를 사용하는 방법부터 바꿔야 하는가?”

 

최인선 한국 RE100협의체 부회장 에이치에너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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