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선진국 태국’. 상품을 광고하기 위한 영리 목적 광고부터 공익 광고까지 다양한 분야의 광고를 재밌게 만드는 태국 광고계를 두고 나온 말이다. 실제 태국 광고는 감동과 재미를 주는 요소들이 영상 곳곳에 녹아있다. 제품 자체를 조명하는 광고도 있지만, 개연성과 서사에 집중하는 광고가 많다. 유쾌한 광고부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해 1억뷰를 달성한 공익광고까지, ‘전설의 광고’로 꼽히는 태국의 광고들을 알아봤다.
◆ ‘기가 막힌 비유’ 다이어트 보조식품 광고
한 여성 모델이 “내가 나 일 수 있는 이유는 한 사람 때문”이라며 알약을 집어들고 삼킨다. 알약은 그의 뱃속을 형상화한 도로 한 가운데로 떨어진다. 알약에서 교통경찰이 나오고, 지나가던 차량들을 검문하기 시작한다.
검문에 걸린 차량의 트렁크에는 고기와 ‘지방’이 가득 쌓여있다. 경찰이 어디서 왔냐고 묻자, 운전자는 ‘입’에서 와서 ‘배’로 가는 중이었다고 말한다. 이에 경찰은 “너무 기름지다. 체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억울한 운전자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인다. 경찰을 ‘다이어트 보조식품’으로, 운전자를 ‘지방을 운반하는 존재’로 비유해 몸속에 지방이 축적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이어 도착한 오토바이 운전자를 검문하던 경찰은 시트 밑까지 수색하지만 지방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러자 경찰은 “오토바이에 주유된 기름조차 지나갈 수 없다”며 지방과 기름으로 이뤄진 모든 성분의 통행을 통제한다. 이 역시 해당 다이어트 보조식품이 체내 지방 흡수를 막아줄 수 있다는 점을 재치 있게 광고한 대목이다.
이후 모델이 다시 등장해 “제품이 지방 분해를 도와준다”며 상품을 들어 올리자, 검문받던 배우들이 경찰에게 “이거 광고죠?”라고 묻는다. 경찰이 “응”이라고 답하자 운전자들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광고는 마무리된다.
다이어어트 보조식품을 교통경찰로, 지방과 기름을 각각 운반하던 운전자들을 ‘살이 찔 수 있는 요소’로 비유해 원천 차단한다는 메시지를 재밌게 풀어낸 광고다. 이 광고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 등에서 공유되며 “제품 효능을 단순 시각 효과로 나열하기보다, 탄탄한 스토리를 더해 기억에 오래 남는 명작”이라는 등 호평을 받았다.
◆ 벌레의 의인화…살충제 광고
또 다른 광고는 흰개미 탈을 쓴 배우가 나무문을 갉아 먹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집주인이 살충제를 뿌리자, 주인공 벌레는 놀라지만 아무런 손상을 입지 않는다. 집주인이 실망하는 사이, 벌레는 “살충제는 효과가 없다”며 “친구들에게 다 말하겠다”고 집주인을 조롱하며 집으로 향한다.
소굴에 도착한 벌레는 온 몸에 약이 도포된 상태로 동료들을 만난다. 다른 벌레들과 접촉하며 약에 노출됐음에도 살아남은 것에 안도하지만, 이내 주인공을 포함해 소굴 내 모든 벌레들이 목숨을 잃는다.
일종의 ‘시간차 공격’인 셈이다. 살충제를 뿌린 시점에는 효과가 즉각적으로 일어나지 않다가, 벌레가 소굴로 돌아가 무리와 접촉하면서부터는 모두가 사망하게 될 정도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단발성으로 한 마리의 벌레는 잡는 데에 그치지 않고, 벌레 무리를 박멸할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작용하는 기능의 제품이라는 점을 벌레의 의인화 연출을 통해 광고로 재밌게 풀어냈다.
◆ ‘1억명’이 봤다…선행의 의미를 묻는 공익광고
길을 걷던 한 남성이 건물 옥상에서 물이 떨어지자 메마른 화분을 그 밑에 가져다 놓는다. 노점상이 힘겹게 수레를 끌자 선뜻 나서서 돕고, 식사 중 하나 남은 닭다리는 배고픈 개에게 양보한 채 자신은 맨밥을 먹는다. ‘학교에 가고싶다’며 어머니와 함께 구걸하는 소녀를 지나치지 못하고 지갑을 열어 돈을 건네기도 한다.
광고 속 주인공이 대가 없이 베푸는 일상적인 선행들이다. 그는 자신의 행동으로 얻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부자가 되지도, 유명해지지도 않는다. 무언가를 바라고 하는 선행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내 화면이 전환되고, 카메라는 늘 구걸하던 소녀의 자리가 비어 있는 모습을 비춘다. 남성이 텅 빈 자리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뒤에서 “엄마!”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 나는 곳을 돌아보자, 소녀는 새 교복을 입고 책가방을 메고 있다. 소녀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도 미소가 꽃핀다.
광고는 그의 선행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미가 없다고 여긴 주변 사람들까지, 마침내 진정한 사랑과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깨닫게 되는 모습을 비춘다. 이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 당신이 삶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선행에 대한 믿음이 필요합니다’라는 자막으로 묵직한 울림을 남기며 막을 내린다.
해당 영상을 본 네티즌 사이에서는 “태국 광고는 단편 영화 수준이다”, “이제까지 봐왔던 공익 광고 중에 가장 좋다”, “한국 광고와 차이난다”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 태국 광고의 독보적 창의성은 어디서 왔을까
전문가들은 태국 광고의 독창적 창의성 뒤에 자리한 ‘자율성 문화’를 첫 번째 비결로 꼽는다.
2024년 당시 한국콘텐츠진흥원 태국비즈니스센터 박웅진 센터장은 다수 언론 인터뷰를 통해 태국 광고의 창의성이 ‘자율성’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광고주의 관여가 적지 않은 한국과 달리, 태국은 광고주가 제작 전반에 개입하지 않고 전적으로 광고 회사에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 차원의 최소 규제 방침이 더해져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환경이 구축됐다.
두 번째 원천으로는 ‘포용성’이 꼽힌다. 속옷 브랜드 광고에 여장 남성을 등장시켜 여성성을 강조하는 등, 다양하고 파격적인 세계관을 기꺼이 수용하는 문화적 토양이 창의성을 꽃피웠다는 시각이다.
이처럼 뛰어난 기획력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태국은 아시아 광고 시장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태국을 대표하는 광고제인 ‘애드페스트’는 한국의 ‘부산국제광고제’, 싱가포르의 ‘스파익스 아시아’와 함께 아시아 3대 광고제로 꼽힌다.
태국 광고는 제품을 알리는 상업 광고나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공익 광고 모두 탄탄한 스토리에 개연성을 더해 한 편의 영화처럼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 사랑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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