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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놈인 줄 알았는데…재발성 요로감염, 세균끼리 ‘공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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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구 온라인뉴스 기자 hibou51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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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 부천병원, 재발성 요로감염 유발 ‘세균 간 상호작용 기전’ 세계 첫 규명
차세대염기서열분석으로 복합 미생물 감염 확인…“진단·치료 전환 필요”

항생제 치료를 받아도 반복되는 재발성 요로감염이 방광 내 한 가지 세균이 아니라 여러 세균의 상호작용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국내 연구진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항생제 치료를 받아도 반복되는 재발성 요로감염이 방광 내 한 가지 세균이 아니라 여러 세균의 상호작용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항생제 치료를 받아도 반복되는 재발성 요로감염이 방광 내 한 가지 세균이 아니라 여러 세균의 상호작용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특히 질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가데넬라균이 병원성 대장균이 방광에 달라붙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감염을 촉진하는 구체적인 과정이 확인됐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비뇨의학과 김영호·진단검사의학과 신희봉·고려대 생명공학과 최해웅 교수 공동연구팀은 재발성·만성 요로감염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가데넬라균과 병원성 대장균의 상호작용이 감염을 촉진하는 기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31일 밝혔다.

 

그동안 요로감염은 대장균 등 특정 세균이 단독으로 감염을 일으킨다는 전제로 진단과 치료가 이뤄져 왔다. 일반적인 소변배양검사 역시 특정 세균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어서 방광 내 여러 미생물이 어떻게 공존하고 상호작용하는지는 파악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런 한계를 확인하기 위해 재발성 요로감염 환자 131명의 소변을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환자에서 특정 세균 하나가 단독으로 존재하기보다 여러 세균이 함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병원성 대장균과 가데넬라균이 함께 발견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연구진은 두 세균이 실제 감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추가로 분석했다.

 

가데넬라균은 방광 상피에 뚜렷한 손상이나 염증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숙신산’이라는 대사물질을 분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숙신산은 방광 상피세포의 GPR91 수용체를 자극했고, 그 결과 대장균이 방광 벽에 달라붙을 때 이용하는 ‘유로플라킨’의 발현이 증가했다.

 

가데넬라균이 방광 환경을 대장균이 달라붙기 좋은 상태로 바꾸면서 다른 세균의 감염을 돕는 셈이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숙신산-GPR91-유로플라킨 축’으로 명명했다.

 

동물실험에서도 이런 현상이 확인됐다. 가데넬라균에 먼저 노출된 뒤 대장균에 감염된 경우 방광 내 대장균 균량이 대조군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방광 상피세포 실험에서도 가데넬라균에 먼저 노출된 경우 세포 내 대장균이 7배 이상 증가했다.

 

반대로 유전자 편집을 통해 GPR91 수용체를 제거하자 유로플라킨 증가와 대장균 부착 증가가 사라졌다. 세균 간 상호작용이 방광을 대장균 감염에 취약하게 만드는 핵심 경로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진은 감염 환경을 되돌릴 가능성도 확인했다. 건강한 여성의 소변에서 분리한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 크리스파투스’를 투여하자 대장균 균량이 50% 이상 감소했다. 유익균이 만들어내는 젖산을 투여했을 때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기존 소변배양검사에서 특정 원인균만 확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재발성·만성 요로감염 환자의 경우 방광 내 전체 미생물 환경과 세균 간 상호작용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김영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요로감염의 원인을 대장균과 같은 하나의 원인균만의 문제로 본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방광에 공존하는 다른 미생물 구성과 상호작용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첫 연구”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검사만으로 원인을 찾기 어려운 재발성·만성 요로감염 환자에서는 진단과 치료 방식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검사법을 도입해 무분별한 예방적·경험적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환자별 감염 원인에 근거한 정밀 치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최근 호에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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