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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다”… 김미형 시인 디카시집 ‘불이에서 핀 꽃’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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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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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형 시인이 네 번째 시집『불이에서 핀 꽃』을 펴냈다. 시와 사진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디카시집으로, 불교의 핵심 사상인 ‘불이(不二)’를 중심에 두고 자연과 인간,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을 하나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짧은 시어와 사진 속 풍경에는 오랜 시간 절집을 오가며 수행해온 시인의 사유와 삶에 대한 성찰이 고요하게 스며 있다.

 

‘불이’는 둘로 나눌 수 없다는 뜻이다. 나와 타인, 자연과 인간, 삶과 죽음처럼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존재들이 사실은 서로 연결된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는 불교적 세계관이다. 김미형 시인은 오랫동안 절집에서 이 사상을 체득하며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힘겨운 순간마다 자신을 돌아보게 한 내면의 등불이기도 했다.

 

김미형 시인의 제4집 『불이에서 핀 꽃』
김미형 시인의 제4집 『불이에서 핀 꽃』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불이의 가르침이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눈을 바꾸었다고 고백한다. 동시에 자신을 이끌어준 스승과 이어져 온 인연, 가족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전한다. 이번 시집은 그런 삶의 태도가 자연스럽게 시로 확장된 결과물이다.

 

시집은 4부, 모두 60편의 디카시로 구성됐다. ‘그대에게 가는 길’, ‘하심’, ‘88세 소녀’, ‘잊을 수 없는 말’ 등 각 장에는 자연과 수행, 인간에 대한 성찰이 담겼다. 연잎 위에 맺힌 물방울과 안개 낀 숲길, 돌탑과 오래된 마루, 연꽃과 고목 등 시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이 모든 작품에 함께한다.

 

이때 사진은 시를 보조하는 삽화에 머물지 않는다. 시인이 포착한 한 장면이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언어가 돼 시와 나란히 놓인다. 독자는 시어를 읽는 동시에 사진 속 풍경을 바라보며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불러낸다. 한 편의 시가 사진을 만나면서 의미의 여백이 넓어지는 셈이다.


표제작 「불이에서 핀 꽃」은 물 위와 물속에 비친 풍경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담담하게 노래한다. 「돌꽃」은 서로 다른 돌들이 하나의 꽃을 이루는 모습으로 공존의 의미를 전하고, 「상처」는 혹독한 겨울 끝에서도 꽃을 피워내는 생명의 의지를 노래한다. 「숲은 알고 있다」에서는 안개와 비바람 뒤에 찾아오는 햇살을 통해 인내와 희망을 이야기한다. 짧은 시어 속에는 긴 수행의 시간이 응축되어 있으며, 독자는 자연의 풍경을 통해 결국 자신의 삶을 마주하게 된다.

 

연잎 위의 물방울, 안개 낀 숲길, 돌탑, 오래된 마루, 연꽃과 고목 등 자연을 담아낸 사진들은 시인에게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수행의 공간이자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권현수 시인은 “60편의 시가 모두 불이의 꽃으로 만발했다”고 평하며 절집의 고요함과 마음의 평화를 담아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김태경 강동문인협회장은 “사진을 찍는 순간부터 언어와 만나는 디카시”라며 김미형 시인의 작품 세계를 평가했다. 시집은 자연을 읽는 책인 동시에, 자연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한 권의 수행록이라 할수 있다. 

 

2003년 ‘신문예’를 통해 시 ‘무지’로 등단한 김미형 시인은 『내 안에 있는 너』, 『인연이 흐르는 강』, 『바라나시의 새벽』에 이어 이번 네 번째 시집을 낸 것. 시인은 제7회 황진이문학상 본상과 제2회 단테문학상 본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아 왔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서정문학연구위원, 강동문인협회 사무국장, 불교문예작가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문학과 수행의 길을 함께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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