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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서 만난 사람들… 기원석 시인 산문집 “사람은 정말 변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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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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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짓말
기원석/달/1만6800원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범죄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익숙한 믿음이다. 한 번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쉽게 달라지지 않으며, 고쳐 쓰기도 어렵다는 단정이다. 2018년 등단한 기원석 시인은 첫 산문집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짓말’에서 이 믿음에 질문을 던진다. “사람은 정말 변하지 않을까.”

 

시인은 서른 살 무렵 자신의 삶에서 “추방”됐다고 느꼈다. 등단한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문학과 관계를 끊고 자신을 스스로 고립시켰다. 이후 생업을 위해 공무원 시험을 치러 교도관이 됐고, 상담 관련 자격을 취득해 교정상담사로 수형자들을 만났다. 시에서 도망친 시인이 가장 낯선 공간인 교도소에서 사람의 죄와 상처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기원석/달/1만6800원
기원석/달/1만6800원

책은 교도관으로서 경험한 교도소의 일상과 강력범죄 수형자들과의 상담을 담았다. 저자가 마주한 교도소는 철문과 높은 담장보다 사람 사이의 불신이 더 두드러지는 공간이다. 자신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면서도 자신과 갈등하는 상대방을 가차 없이 비난하는 수형자들의 모습을 통해 저자는 “타인은 지옥”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교정 상담 역시 쉽지 않다. 강제로 상담에 참여하는 수형자들은 “왜 제가 상담을 받아야 하죠?”라며 반발한다. 저자 역시 처음에는 범죄자에 대한 응보와 격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기울었다. 그러나 상담실에서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서 변화의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어느 수형자는 어느 순간 먼저 인사를 건네고, 자신의 이야기를 가상의 사례로 포장해 털어놓기도 한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했던 한 노년의 수형자가 잠시 명료함을 되찾아 건넨 사과 한마디도 저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극적인 ‘갱생’으로 미화하지 않는다. 변화는 드물고 느리며 때로는 다시 사라진다. 다만 오랜 인내 끝에 어느 순간 싹을 틔울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의 편리함을 지적한다. 변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면 더 이상 관찰하거나 기다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람은 언제든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는 범죄자를 용서하거나 피해자의 고통을 지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죄에 대한 책임과 인간의 변화 가능성을 동시에 바라보자는 제안이다.

 

책이 던지는 질문은 수형자에게만 향하지 않는다. 우리는 타인을 한 번의 잘못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른 사람의 변화를 너무 쉽게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묻는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단정 대신 끝까지 질문하고 지켜보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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