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회사가 음악 페스티벌에 등장하고, 러닝화 밑창에 타이어 기술을 입힌다. 인기 레이싱 게임 속에서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가 아이템으로 변신한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이 타이어를 자동차 부품에만 가두지 않고 음악과 스포츠, 게임, 패션 등 일상 영역으로 브랜드 접점을 넓히고 있다.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이 달라지자 이런 경험을 만든 과정과 노하우를 임직원끼리 공유하는 사내 프로그램도 함께 확대하는 모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이날 경기 성남시 판교 본사 테크노플렉스에서 ‘브랜드, 타이어를 넘어 일상을 달리다!’를 주제로 지식나눔회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브랜드 전략팀 박기남 담당자가 발표자로 나서 브랜드 전략 방향과 온·오프라인 고객 접점을 확대해 온 사례를 소개했다. 제품을 알리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브랜드를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도록 만든 기획 과정과 실행 노하우를 임직원들과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근 한국타이어의 브랜드 전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모터컬처 브랜드 ‘드라이브(DRIVE)’다.
‘드라이브’는 2021년 출범한 ‘마데인한국(MADE IN HANKOOK)’을 재정비해 만든 컬처 브랜드다. 타이어라는 제품을 넘어 모빌리티와 예술, 음악, 패션, 식음료(F&B) 등 다양한 문화를 연결해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올해는 특히 음악과의 결합이 두드러졌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5월 남이섬에서 열린 뮤직 페스티벌 ‘에어 하우스’에 3년 연속 참여했다. 현장에는 높이 6m 규모의 대형 타이어 오브제 ‘드라이브 글로우’를 설치하고 폐타이어를 활용한 휴식·포토 공간도 마련했다. 단순 로고 노출보다는 관람객이 공간 안에서 브랜드를 경험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6월에는 서울랜드에서 열린 ‘2026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에 공식 미디어 스폰서로 참여했다. 메인 무대 대형 스크린에 브랜드 영상을 내보내고 현장 인증 이벤트와 SNS를 연결했다. 7월 ‘S2O KOREA 2026’까지 참여하면서 음악을 활용한 브랜드 경험을 잇달아 확장했다.
자동차 마니아와의 접점도 넓혔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6월 인천 항동 컨테이너 단지에서 자동차 문화 행사 ‘드라이브 카밋’을 열었다. 슈퍼카와 튜닝카 등 200여 대를 한곳에 전시하고 차량 콘테스트와 DJ 파티 등을 함께 진행했다. 스트리밍 플랫폼 SOOP과 손잡고 오프라인 자동차 문화를 온라인 콘텐츠로 확장하는 시도도 병행했다.
자동차 밖으로 나간 협업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와의 협업이다. 한국타이어는 2022년부터 프로스펙스와 스니커즈와 운동화, 러닝화, 골프화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지난해 서울하프마라톤에서는 양사가 공동 개발한 트레일 러닝화 ‘사패(SAPAE)’를 전시했다. 한국타이어 SUV용 타이어 ‘다이나프로’의 트레드 패턴을 러닝화에 적용하고, 행사장에는 타이어 소재를 활용한 테이블까지 배치했다. 자동차에 쓰이던 디자인과 소재를 일상 스포츠 제품으로 끌어낸 셈이다.
디지털 공간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넥슨의 모바일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와 세 번째 브랜드 협업을 진행했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iON)’을 모티브로 게임 아이템 11종을 제작하고 브랜드 영상과 실제 타이어 구매 프로모션까지 연계했다. 게임 이용자가 가상 공간에서 접한 브랜드를 실제 제품 경험으로 이어가도록 설계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브랜드를 직접 체험하게 하는 방식이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에서 진행한 ‘드라이브 투 티스테이션’ 팝업에는 엿새 동안 약 5만명이 방문했다. 한국타이어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을 비롯한 주요 제품과 함께 초고성능 차량 ‘부가티 시론 110ANS’를 전시했다. 백화점 VIP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 관리 서비스도 제공했다.
올해 5월에는 창원NC파크에서 ‘타이어 보이’와 ‘스트라이크존’ 팝업을 열어 야구장을 찾은 관람객에게 타이어 무상 점검과 할인 혜택 등을 제공했다. 스포츠 관람 공간을 차량 관리 서비스와 연결한 사례다.
해외에서는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접점을 넓히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26개 메이저리그 야구장에서 브랜드 광고를 집행하고 있으며, UAE 프로축구 알 아인 FC와도 스폰서십을 맺고 경기장 팬존 등을 활용한 현지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지식나눔회는 이처럼 외부 소비자를 상대로 쌓은 브랜드 경험을 다시 조직 내부의 지식으로 돌리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식나눔회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강조해 온 수평적 소통과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2023년 8월 시작됐다.
특정 직무나 직급에 지식을 가두지 않고 임직원이 자신의 업무 경험과 전문성을 다른 구성원과 나누는 방식이다. AI 활용법부터 배터리 사업, 자원순환과 탄소 감축, 해외 현지 문화, 한온시스템의 그룹 합류 경험, 브랜드 컬래버레이션까지 주제도 다양하다.
결국 소비자를 향한 브랜드 전략과 조직 내부의 소통 방식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현장에서 성공하거나 실패한 경험을 조직 안에서 다시 공유하고, 여기서 얻은 아이디어가 새로운 고객 경험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브랜드 경쟁력도 일정 부분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한국생산성본부가 발표한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NBCI) 타이어 부문에서 18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한국산업 브랜드파워 조사에서도 승용차 타이어 부문 24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제품 성능만으로 브랜드를 차별화하기는 쉽지 않다”며 “소비자가 일상에서 접하는 영역으로 브랜드 경험을 넓히면서 젊은 층과의 접점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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