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경선과 조사선 등 관공선의 대만 인근 활동이 3개월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일본과 필리핀이 해양경계 획정 협상에 나서자 중국이 대만 동쪽 해역에서 관할권 주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향후 대만 유사시 해상봉쇄를 위한 예행연습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이달 들어 24일까지 대만 인근에서 중국 해경선과 조사선, 기타 관공선을 모두 118차례 탐지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의 117차례와 6월의 111차례를 이미 넘어섰다.
이는 대만이 2024년 7월 관련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지난 6월 이전까지 중국 관공선의 월간 최다 탐지 기록은 지난해 4월의 50차례였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아시아해양투명성이니셔티브(AMTI)도 지난 1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해경선과 조사선이 대만 동쪽 해역에서 “더 지속적이고 공세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AMTI가 상업용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중국 선박의 활동은 중국과 일본, 필리핀의 해양 관할권 주장이 겹치는 해역에 집중됐다. 올해 1월부터 일본과 필리핀이 해양경계 획정 협상을 발표한 지난 5월 말까지는 이 일대에서 중국 관공선의 활동이 거의 관측되지 않았다.
이 기간 확인된 활동의 상당 부분은 중국 해경선 2척이 수행했으며, 또 다른 해경선 1척도 지난 4일부터 이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일본과 필리핀이 협상 계획을 발표한 지 며칠 만에 중국 법 집행선은 인근을 지나던 상선 198척을 무선으로 호출해 기항지와 승무원 정보를 요구하기도 했다.
중국 선박의 활동 범위는 일본과 필리핀이 경계 획정을 추진하는 해역을 넘어 대만 쪽으로도 확대됐다. 중국 조사선들은 대만에서 50해리(약 93㎞) 이내 해역에서도 자주 활동했다. AMTI는 이 해역에 대해 “일본과 필리핀의 경계 획정과는 대체로 관련이 없다”며 “중국 대응의 규모와 성격을 보면 단지 일본과 필리핀에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중국이 이번 사안을 계기로 대만 동쪽 해역에 ‘반영구적인 존재’를 구축하고 일정한 형태의 관할권을 행사하려는 것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일본과 필리핀의 협상 자체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중국 외교부는 양국의 해양경계 협상을 “불법이며 무효”라고 주장했으며, 중국 해경은 이 일대 순찰이 일본과 필리핀의 일방적인 행동에 대한 필요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관할권을 주장하기 위한 활동은 민간 해양조사로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 자연자원부는 지난 6월 대만 동쪽 해역에서 사흘간 해양환경 조사를 실시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전까지 부정기적으로 진행됐던 조사가 앞으로는 매년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대만 당국은 지난달 초 중국 관공선이 제1도련선 일부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이 일대에 ‘새로운 현상’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경고했다. 제1도련선은 쿠릴열도에서 일본과 대만, 필리핀을 거쳐 보르네오섬까지 이어지며 중국 연안과 태평양을 가르는 가상의 선이다.
AMTI는 대만 동쪽 해역에서 중국 해경의 순찰이 계속될 경우 대만 유사시 상선의 운항을 통제하는 해상봉쇄의 예행연습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사선이 수집한 해저환경 자료도 수중전 능력을 강화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보고서는 이 해역이 대만을 둘러싼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핵심 전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AMTI는 중국이 다른 해양 분쟁 지역에서도 특정 사건을 계기로 선박 활동을 확대한 뒤 당초 내세웠던 대응 사유가 사라지고도 이를 이어왔다고 지적했다. 일본과 필리핀의 해양경계 협상이 수개월이 아닌 수년간 진행될 가능성이 큰 만큼 중국이 대만 동쪽 해역에서 활동을 지속할 명분도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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