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발생한 장미란씨 실종 사건을 두고 그동안 ‘사각지대’로 여겨져 온 성인 실종 사건에 대한 경찰의 초동 대응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제주경찰청은 이날 오전 10시46분쯤 제주시 한림읍 인근에서 합동 수색 중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부패가 상당기간 진행돼 신원을 알 수 없는 상태로 경찰은 감식을 통해 신원 및 사인을 확인할 예정이다.
장씨 실종이 장기화한 배경으로는 실종을 허위로 종결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경장이 지목됐다. A경장은 5월15일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 2시간30여분 만에 사건을 종결했다. 상부에 “실종자와 연락이 됐다”고 보고하고 가족에게는 “본인이 위치를 알리기 원치 않는다”라고 속인 A경장은 실제론 장씨와 연락하지 않았고, 실종자 관리 전산시스템에서 장씨의 사건을 삭제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A경장은 장씨 외에도 60대 남성 B씨의 실종 사건에 대해 허위 종결한 정황이 포착됐다.
A씨 개인의 문제 외에도 경찰 전반적으로 성인 실종에 대해 초동 대응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다시 한 번 지적됐다. 성인 실종의 경우 경찰이 실종자에게 전화를 걸어 소재를 확인하거나, 실종자가 일정 시간이 지나 스스로 귀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실종 신고 7만4847건 중 7만4827건이 신고를 해제했다. 2024년에도 7만1854건 중 7만1703건이, 지난해 역시 7만814건 중 7만591건이 실종 상태에서 풀리고 마무리됐다.
제도적으로도 성인 실종자는 보통 ‘가출인’으로만 분류된다. 현행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만18세 미만 아동∙청소년과 치매환자, 지적장애인에 대한 실종 신고 접수 시 강제로 소재를 파악할 수 있게 하지만 일반 성인 실종자 대상으론 법적 근거가 없다. 성인실종법 발의도 수차례 이뤄졌지만, 사생활 침해 등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매번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실종 신고를 대부분 자발적인 연락 두절이나 가출로 처리하는데, 이런 제도적 배경이 실제 사고를 당한 실종자를 방치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사고를 당해 실종돼 수년간 행방이 묘연해진 성인 실종자는 현재 7000명 수준이고,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숨진 채 발견된 성인 실종자의 경우 1만3639명(연평균 약 1363.9명)에 달했다.
경찰은 실종자 정보 관리 및 수색을 위해 2011년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오히려 시스템으로 인해 경찰이 안일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종자 신고 이력∙발견 정보 등을 기록하고 다른 경찰관도 수색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지만, 담당 경찰관이 상관 승인 없이 사건이 종결된 것처럼 처리할 수 있어서다. 경찰은 팀장급 이상 관리자 승인이 있어야만 종결 처리되도록 이중 확인 절차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실무자가 허위 보고를 할 경우 진위를 따지기 쉽지 않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관리자 승인만으론 부족하다. (가출인으로 종결 시) 구두가 아닌 가족들도 인정할 수 있는 녹취∙사진 등을 통해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해당 경찰뿐 아니라 제주도 및 전국 단위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종 규정을 아동 등에 국한하지 말고 통합된 규정을 만들고, 아동∙장애인∙노인∙성인 등 각각에 맞는 기준을 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직접 대면하지 않고 종결한 실종 신고 사례에 대해 연말까지 전수조사를 마칠 계획이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실종자 직접 대면 또는 대면에 준하는 영상통화나 가족과 통화 연결 등을 거쳐서만 실종 신고를 해제하도록 2024년 지침을 내려 시행하고 있다며 “직접 대면하지 않고 종결한 사건에서 놓친 게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4년 이후 서울청에 접수된 후 해제된 실종 신고는 총 9만2800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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