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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年 3924명, 죽음마저 고립됐다 [심층기획-닫힌 문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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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수정 :
장한서·이지민·구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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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좀 해주세요…”
요양등급 신청 60대 남성
엿새 만에 결국 홀로 숨져
놓쳐버린 ‘생존의 외침’
“그날 우리가 안 갔으면 그분이 세상을 떠났는지 누가 알았을까요.”

부산 해운대구에서 실버요양복지센터를 운영하는 이영자 대표는 지난 6월16일 그 문을 열기까지 한참을 망설였다. 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등급 조사를 앞두고 연락이 닿지 않아 직접 찾아간 60대 A씨의 집이었다. 불 꺼진 방 안, 이 대표가 마주한 건 이미 숨을 거둔 A씨였다. 거동이 불편한 그는 요양등급 신청을 마치고 건보공단 인정조사를 기다리던 중 홀로 숨졌다. 연락이 닿는 가족 없이 고립된 채 생활했던 그가 생활용품 이동판매상으로부터 요양보호 제도를 처음 알게 돼 도움을 요청한 지 불과 엿새 만이었다. A씨를 소개받은 요양복지센터는 요양등급 신청 과정에서 홀로 지내는 그의 ‘보호자’가 됐다.

 

“빨리 좀 해주세요.” 같은 달 10일 신청을 마친 뒤 이 대표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A씨가 한 말이다. 고혈압과 당뇨병, 심장질환 등을 앓으며 비쩍 마른 몸으로 지팡이에 의존했던 그는 요양보호사 도움이 절실했다. 이후 공단 측에서 인정조사 일정을 안내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독거 생활을 하던 그에게 연락이 닿지 않자 공단은 보호자로 등록된 요양복지센터 측에 연락했다. 이상함을 느낀 이 대표와 센터 관계자들은 곧바로 집을 찾았다. 닫힌 문 안으로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간 이 대표는 방 안에 누워 있던 A씨를 발견했다. 처음엔 그가 잠든 줄 알았다.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었어요. 가까이 가서 흔들어도 아무 반응이 없더라고요. 너무 놀라 형광등을 더듬더듬 켰는데, 그제야 돌아가신 걸 알았습니다.”

 

발견 당시 시신은 변색 등 이미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경찰은 고도 부패로 사인이 불명하다는 검안 소견에 따라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 만성 심부전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됐다. 그는 평소 당뇨병약, 심장약, 고혈압약, 우울증약 등을 복용했다.

 

7평 남짓한 작은 집에는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온갖 용품과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이 대표는 “방과 주방에는 물건이 가득 쌓여 있었고 제대로 정리된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혼자 생활하시면서 몸까지 불편하다 보니 집안 관리도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오래전부터 홀로 생활했다. 가족과 왕래는 끊긴 상태였고, 동네 주민들과의 교류도 드물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던 그는 정작 장기요양보호 제도는 사망 직전에야 처음 알게 됐다.

 

중장년 1인 가구가 많은 해당 지역에는 A씨처럼 쓸쓸하게 홀로 숨지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립사 수는 2024년 기준 3924명으로 전년(3661명)보다 7.2% 증가했다.

 

■세계일보는 ‘외롭고 쓸쓸하다’는 뜻으로 개인의 감정 상태에 집중하는 ‘고독사’보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않거나 도움을 받지 못해 따로 떨어졌다’는 사회적 맥락을 부각하기 위해 ‘고립사’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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