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에 빈소… 종교·시민장으로
민주화운동 투신… 각계 추모물결
李대통령 “스님의 뜻 오래 기억”
지난 22일 제주 서귀포에서 입적한 봉은사 전 주지 명진스님의 장례가 종교·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진다. 23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과 장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귀포의료원에 안치됐던 명진스님의 법구(法軀·스님의 시신)는 이날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운구됐다. 법구에 특별한 외상이 없고 범죄 혐의점도 발견되지 않아 부검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빈소는 명진스님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주지를 지낸 봉은사 선불당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25일 오전 10시 봉은사에서 엄수되며, 이후 출가 본사인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본사 법주사에서 다비식이 봉행될 예정이다. 장례 절차는 조계종과 법주사,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합동 장례위원회가 주관한다.
명진스님은 지난 22일 오전 9시 38분쯤 제주 서귀포시 하예동 하예포구 인근 해상에서 물에 떠 있는 채로 구조됐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전 10시 28분쯤 사망 판정을 받았다. 구조 당시 마스크와 스노클, 다이빙슈트, 핀 등을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프리다이빙 연습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입적 소식 이후 불교계와 정치권, 시민사회에서는 추모가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페이스북에 “갑작스러운 입적 소식에 놀랍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명진스님이 “‘빈부격차 속 고통받는 노동자들까지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 남북 평화를 위해 대통령이 길을 열어 달라’고 말씀하셨다”고 회고했다. 이어 “명진스님은 ‘현장이 곧 수행터’라는 신념으로 세상의 아픔이 있는 곳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셨다”며 “평등과 평화, 중생을 향한 자비의 마음을 품고 살아오신 스님의 삶과 뜻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했다. 고인이 생전 공동후원회장으로 활동한 백기완노나메기재단은 “고 백기완 선생과 명진스님은 1970~1980년대 민주화운동부터 각별한 사이였다”며 “조계종 승적 박탈 이후 백기완 선생이 스님의 명예회복을 위한 원로모임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1950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난 명진스님은 1980년대 불교계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 1986년 ‘불교 악법 철폐와 부천서 성고문사건 규탄’ 승려대회와 12·7 법난 규탄대회 등을 주도하다 구속되기도 했다. 1994년에는 조계종의 권위주의와 비리 청산을 내걸고 종단 개혁을 주도했다. 2009년에는 용산참사 유가족과 연대했고, 조계종 지도부와 이명박 정부 간 유착 의혹을 제기하는 등 약자와 사회 현안에 관한 목소리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의 불법 민간인 사찰 대상이 되기도 했다.
조계종 총무원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간 명진스님은 2017년 4월 승적 박탈 징계를 받았다. 이에 제적 결정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1·2심 재판부는 모두 징계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올해 초 조계종과 명진스님이 대법원 상고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법적 분쟁은 마무리됐고, 명진스님은 승적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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