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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로봇이 정말 무섭네”…우사인 볼트 9초58마저 깨버린 中 휴머노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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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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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21초50→9초39…사전 테스트선 9초32까지
400m·점프도 인간 기록 앞질러…실제 작업 능력까지 겨뤄
16개국 666개 팀·2056대 출전…산업 현장까지 정조준

2009년 8월16일 독일 베를린. 우사인 볼트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전광판에 찍힌 숫자는 9초58이었다. 인간의 한계를 다시 쓴 순간이었다. 그리고 17년 뒤, 중국 베이징에서 그 숫자를 넘어선 것은 또 다른 인간이 아니라 두 발로 달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22일 중국 베이징 국가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제2회 세계휴머노이드로봇게임(WHRG) 100m 예선에서 베이징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가 개발한 ‘톈궁 울트라(Tiangong Ultra)’가 9초39를 기록했다. 같은 조의 중국 스마트폰 업체 아너(Honor)가 개발한 ‘라이트닝(Lightning)’은 9초47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초반에는 라이트닝이 앞섰지만 톈궁 울트라가 막판 추월에 성공했다. 다만 두 로봇은 결승선을 통과한 뒤 안정적으로 감속하지 못했다. 톈궁 울트라는 비틀거리며 코스 밖으로 밀려났고, 라이트닝은 레이스 직후 넘어졌다. 최고 속도만큼이나 이를 제어하는 능력도 휴머노이드의 과제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다.

 

우사인 볼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100m에서 9초69를 기록하며 세계기록을 세웠다. 이듬해 독일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자신의 기록을 0.11초 단축한 9초58을 찍었다.

 

볼트는 같은 대회 200m에서도 19초19로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올림픽에서 8개의 금메달을 획득했고 세계선수권에서는 11차례 정상에 올랐다. 2017년 은퇴한 뒤에도 100m 9초58과 200m 19초19는 그의 이름으로 남아 있다.

 

다만 로봇의 9초39를 인간 육상의 세계기록 경신으로 볼 수는 없다. 출발 방식과 장비, 신체 구조, 경기 규정 등이 인간 선수와 다르며 국제육상연맹의 공인 기록 체계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이번 기록은 공식 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휴머노이드의 주행 성능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를 보여준다.

 

변화의 폭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더욱 선명하다.

 

톈궁 울트라는 지난해 제1회 세계휴머노이드로봇게임 100m에서 21초50으로 우승했다. 올해는 9초39까지 단축하면서 12초 이상 기록을 줄였다. 지난해 기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시간에 같은 거리를 주파한 셈이다.

 

대회를 앞둔 시험 주행에서는 라이트닝이 9초32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경기 기록은 아니지만 실제 경기에서 나온 9초39보다도 빠른 수치다.

 

톈궁 계열 로봇은 400m 예선에서 39초7을 기록했다. 인간 남자 400m 세계기록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웨이드 반 니커크가 2016년 세운 43초03이다. 제자리높이뛰기에서는 2.8843m를 기록한 로봇도 등장했다. 인간 남자 높이뛰기 세계기록 2.45m보다 40㎝ 이상 높은 수치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로봇들의 움직임을 실제 스포츠 경기처럼 지켜봤다. 트랙을 질주하고 점프하는 로봇을 향해 중국어로 ‘짜요(힘내라)’를 외치며 응원하는 모습도 나왔다. 로봇 경기가 기술 시연을 넘어 관중이 승패를 즐기는 경쟁 무대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이번 세계휴머노이드로봇게임에는 16개국 666개 팀에서 2056대의 로봇이 참가했다. 지난해 26개였던 종목은 51개로 늘었다. 달리기와 축구, 탁구, 역도, 격투뿐 아니라 인간의 실제 업무를 재현한 경기까지 포함됐다.

 

특히 올해는 로봇의 신체 능력만 시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장·호텔·가정·응급구조 등 실제 환경을 재현한 21개 시나리오 종목에서는 분말 계량, 병뚜껑 열기, 작은 물체 집기 같은 정밀 작업이 과제로 제시된다.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를 넘어, 인간이 하던 일을 얼마나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 기준으로 등장한 것이다.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하드웨어를 결합해 제조업과 물류, 서비스, 가정 등 인간이 활동하는 공간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려는 것이다. 센서와 구동계, 배터리, 제어 기술을 함께 고도화하면서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달리기 성능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는 로봇의 신체 설계 자체가 바뀌었다. 아너의 라이트닝은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 이후 다리 길이를 늘렸다. 당시 키 169㎝, 다리 길이 95㎝였던 로봇의 다리를 약 1m5㎝로 조정해 보폭을 키웠다.

 

인간은 신체 조건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지만 로봇은 모터와 관절, 센서, 알고리즘 등을 다시 설계할 수 있다. 기록을 단축하는 방식 자체가 인간 선수와 다른 이유다.

 

실제 장거리에서도 성과가 이어졌다. 라이트닝은 지난 4월 열린 하프마라톤에서 21.0975㎞를 50분26초에 완주하며 인간 남자 하프마라톤 세계기록보다 빠른 기록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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