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부 ‘프롤로그&디오니소스’와 2부 ‘라이오스’로 고대 그리스 도시 테베의 신화를 새롭게 보여준 독일 극작가 롤란트 시멜페니히와 국립극단. 올해 다시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 그리고 ‘안티고네&에필로그’로 2년에 걸친 테베 5부작 정주행을 마무리한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르는 ‘안트로폴리스Ⅲ 오이디푸스’는 재난이 도시를 뒤덮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땅은 메말라가고 가축은 쓰러지며 아이들은 살아남지 못한다.
이를 구원하는 오이디푸스 운명의 결말은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정진새 각색, 강량원 연출로 쉼 없이 두 시간 이어지는 이번 무대의 관건은 결말을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어떻게 낯설게 만드느냐다. 강량원은 주인공의 상(像)을 바꾸는 방식으로 이 함정을 피해 간다. 그가 무대에 세우는 오이디푸스는 결함 없는 영웅이 아니라 장애인이자 이주민으로 차별을 견뎌 온 소수자다.
형식은 더 도발적이다. 무대디자인을 맡은 임일진은 거대한 장벽으로 무대를 가로막아 전체 공간의 4분의 1만 사용한다. 스스로 장벽을 세워 타자를 배제해 온 인간의 단절된 세계를 환기하는 장치다. 1·2부에 쓰인 구조물 ‘빌보드’와 부감 카메라를 그대로 이어 붙여 좁아진 무대를 거대한 ‘황야’로 확장한다.
코러스의 자리는 독수리·염소·개·금강석 같은 비인간 주체가 대신한다. 원작 희곡의 부록 ‘암흑의 집’을 각색에 끌어들인 결과다. 이들은 짐승의 몸짓으로 인간의 행적을 기록하고 증언하며 인간중심주의의 모순을 겨눈다.
오이디푸스 역은 김석주, 이오카스테는 김문희가 맡고 음악은 천재 뮤지션 정재일이 맡았다.10월 3~5일에는 음성 해설·한국수어 통역 등을 지원하는 접근성 회차를 운영한다.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9월 24일부터 10월 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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