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케이콘(KCON) LA 2026’ 행사를 앞두고 열린 ‘CJ 글로벌 K라이프스타일 비전’ 기자간담회에서 허민회 CJ 대표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며 “직접 케이콘 현장을 보고 K컬처 인기를 느껴 보시라”고 강조했다.
방탄소년단(BTS)부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성공까지 K팝의 세계적인 인기는 이미 익숙한 이야기. 솔직히 ‘K팝의 인기가 대단한 건 이미 아는데, 현장에서 본다고 얼마나 다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콘 역시 K팝 아이돌의 공연을 중심으로 팬들이 모이는 축제라고 여겼다. 하지만 케이콘 행사장인 크립토닷컴 아레나에 들어서자마자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약 2만석의 관람석을 가득 메운 팬들의 규모와 함성에 압도됐다. 파라과이에서 왔다는 피오렐라(24)는 “아일릿과 NCT를 좋아한다”며 “케이콘 일정에 맞춰 LA 여행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화장품을 좋아한다면서 “올리브영 페스타에서 한국 뷰티제품을 많이 봤는데, 특히 얼굴에 붙이는 시트팩에 가장 관심이 갔다”고 했다.
사실 케이콘 공연장보다 더 놀랍게 느껴진 곳은 ‘올리브영 페스타’였다. CJ그룹은 케이콘과 연계해 1422평 규모의 별도 행사장에 K뷰티·K푸드 등을 즐길 수 있는 올리브영 페스타 행사를 열었다. 행사장에는 강남·성수·명동·홍대 등 한글 도로표지판과 함께 서울 거리 상권이 설계됐고, 서울 지하철역 음성까지 재연돼 마치 서울에 와 있는 듯했다. LA 시민 한국계 미국인 3세 헤이든(14)은 부모와 함께 올리브영 페스타, 케이콘을 모두 즐겼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헤이든은 서울에서도 올리브영에 가면 1시간 넘게 나오지 않아 가족 모두 올리브영 간판만 보면 겁을 먹을 지경이었다”며 웃었다.
올리브영 페스타를 찾은 외국인들은 CJ제일제당 비비고 부스에서 만두와 라면을 맛보고, 올리브영의 초록색 타포린백을 어깨에 멘 채 한국 화장품을 체험하느라 분주했다. 케이콘의 진짜 주인공은 무대 위 아이돌과 그 팬들이 아니라, K팝을 넘어 K푸드·K뷰티까지 미국 등 전 세계의 일상으로 영역을 넓혀 가는 ‘K’브랜드 그 자체였다. 허 대표가 자신 있게 한 발언의 의미를 실감한 순간이었다.
CJ는 일찌감치 ‘문화의 힘’에 주목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재현 CJ 회장은 “전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달 1~2번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보고, 매일 1~2곡의 한국 음악을 들으며 한국 문화를 즐기게 하겠다”며 지난 30년간 북미에 약 9조7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아울러 K팝과 드라마 등 콘텐츠에서 시작된 K열풍을 푸드와 뷰티 등 일상의 소비로 확장하는 데 승부를 걸었다. 지난해 약 8조원이었던 북미 지역 매출을 2028년 12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다만 지금의 K열풍이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한국 음악과 드라마 등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식는다면 CJ그룹의 북미사업도 큰 타격을 입고 ‘K라이프스타일의 일상화’는 지속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K콘텐츠를 넘어 ‘K’ 자체를 주인공으로 만든 건 CJ를 비롯한 우리 기업들의 노력과 투자 덕분이다. 이들 기업의 해외시장 수익성도 좋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K꼬리표에 의존해 안주하면 안 된다. 기업들이 지금까지의 성과를 발판 삼아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오롯이 자체 브랜드 파워로 현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게 향후 성공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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