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와 신생아 등 120명이 대피한 청주 산부인과 화재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직접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정황·간접 증거로 시공사와 관리자의 과실 책임이 인정된다며 사건을 깨고 원심 법원에 돌려보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최근 건설업체 대표 A씨와 충북 청주시 C 병원 시설과장 B씨의 업무상 실화 혐의 상고심에서 원심이 무죄 판단한 부분을 파기해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들은 2022년 3월29일 업무상 과실로 C 병원 주차장 천장에 설치된 열선에서 시작된 화재를 일으켰다는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전기공사업 등록을 하지 않은 A씨에게 열선 설치 시공을 맡겼는데, 이 과정에서 A씨가 무자격자인 점을 살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안전확인표시 열선을 쓰지 않고 직접 산 자제로 자체 제작한 열선을 사용했고, 열선 밑단 등 마감에는 화재 위험성이 큰 비닐 절연 테이프를 쓴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나흘 전 열선과 연결된 콘센트가 꺼지는 이상 현상이 일어났으나 B씨는 별다른 조치 없이 나흘 뒤 콘센트에 열선을 연결해 재작동시켰고 5분 뒤 불이 붙었다.
화재로 인해 산부인과 병원에 있던 신생아, 산모 등 120여명은 자력으로 대피하거나 구조됐다. 중상자와 사망자는 없었다.
이 불로 C 병원 구관 및 신관 건물 2300㎡와 인근 숙박시설 200㎡ 등 건물 총 3채가 불에 탔고 시가 약 20억2800만원 상당 재산상 피해가 발생했다.
1심은 두 사람의 업무상 실화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은 비닐 절연 테이프 마감 부분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한 점은 수긍했으나 과실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A씨의 공사가 화재를 일으켰다는 직접적인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합동감식을 벌였으나 합선 원인을 특정하지 못하고 화재 원인을 ‘미확인 단락’으로 추정한 점이 근거였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B씨의 관리 및 지시에 따라 A씨가 설치한 통상의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전기 장치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은 명백하다”라며 “발화 원인이나 구체적인 과정을 단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두 사람의 업무상 과실이 경합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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