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말이다. 정치인의 신념과 철학, 정당의 지향점은 그들의 말 속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전달된다. 누가, 왜, 어떤 시점에 그런 발언을 했느냐를 두고 시시각각 뉴스가 쏟아진다. 권력자는 말이 갖는 힘을 안다. 대통령, 대선 주자, 여야 대표 등은 메시지 관리에 사활을 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에는 인터넷에 올리는 문장의 토씨 하나에도 공을 들인다. 팬덤의 시대, 유력 정치인의 말과 동선을 중심으로 여의도를 톺아보면 권력의 흐름이 포착된다. 그 말이 때론 정치인에게 치명적인 비수가 되기도 한다. 언론이 집요하게 정치인의 입을 쫓는 이유다
① 與 “조희대 당장 나가라” 野 “탄핵해 보라”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서면 제청을 두고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관례를 무시한 ‘사법 농단’이라며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한 반면, 국민의힘은 헌법상 제청권 행사라며 탄핵론에 맞불을 놨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19일 부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이 하고 있는 행태는 지금까지 자신이 한 모든 법률적·정무적 잘못을 덮기 위해 또 하나의 법률적 잘못을 범하고 나서 유리창 깨고 퇴학시켜달라고 구걸하는 불량 학생의 태도”라며 “조 대법원장은 이제 대법원장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법 기술원장이다”라고 직격했다.
조 대법원장은 전날 노태악 전 대법관과 다음 달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각각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서면 제청했다. 다만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대면 협의를 거쳐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해온 관례와 달리, 이번에는 후보자에 대한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면으로 제청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김 대표는 “관습법적으로 대통령과 협의해 대법관을 제청해 왔는데 이것을 하지 않은 무법 사법 행위이자 사법 농단”이라며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 조희대 씨는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에도 요구한다. 법관 회의를 당장 열어 조희대 나가라고 결의해달라”며 “국민 주권 앞에 조희대 같은 대법원장은 없어야 한다. 당장 나가라”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사법부 독립을 위한 핵심 권한”이라며 “누구와 사전에 소통하고 조율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사법부 독립을 위해 대법원장의 고유권한으로 한 헌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적었다.
민주당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 가능성을 거론하는 데 대해서는 “청와대와 민주당에 분명히 경고한다. 대법원장 탄핵 한번 시도해 보라”며 “국민이 반드시 이 정권을 탄핵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② 중진 겨냥한 장동혁…“골프 치고 내 사퇴 얘기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자신의 사퇴론을 제기하는 당내 중진들을 향해 “대표 한 명을 죽여서 다음 총선을 치르겠다는 전략으로 어떻게 총선에서 승리하겠나”라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장 대표는 19일 펜앤드마이크 유튜브에 출연해 “우리 당이 지지율을 반등해서 민주당과 격차를 좁혀 오차범위 내까지 가면 그때마다 나오는 것이 사퇴론”이라며 “당을 분열시키고 내부 갈등을 계속 조장해서 지지율이 또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한 당내 중진들을 향해 “우리 의원들은 줄줄이 기소되고 있는데 본인의 임기 연장을 위해 연임 개헌을 꿈꾸고 있는 대통령과 골프를 치고, 모여서 한다는 이야기가 매일 ‘당 대표 물러나야 된다’, ‘당 대표로는 총선 못 치른다’는 이야기”라며 “그런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총선 이기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다음 총선에서 이기려면 1.5선 당대표에게 물러나라 할 게 아니라 중진들이 다음번 불출마를 선언하고, 젊은 인재들이 새롭게 싸울 수 있는 정당으로 바꿀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희생하자고 한마디만 하면 다음 총선에서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협위원장 교체 방침도 재확인했다. 장 대표는 “당헌 당규대로 일하지 않는 당협위원장들, 다음 총선에 나가도 당선되지 않을 위원장들을 당선될 사람들로 교체하겠다”며 “그 결정 권한을 당 대표가 갖는 게 아니라 당원들에게 돌려드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③ 與 김준환, 탈북민 출신 박충권에 “김일성 만세하던 사람”…결국 사과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준환 의원이 탈북민 출신인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에게 “김일성 만세하던 사람들”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부르자고 제안한 데 대해 “장관이 하시는 이 행위가 대한민국 헌법 기본 질서에 맞는가”, “통일은 폭력적이라고 하셨는데 통일부 장관은 그러면 폭력부 장관이냐,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대변인이냐, 당장 사퇴하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국가정보원 출신인 김 의원은 오전 회의 정회 직후 박 의원에게 “말을 할 때 조심해라. 국가유공자인 우리 아버지가 국립묘지에 계실 때 당신은 ‘김일성 만세’를 하던 사람”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오후 회의에서 해당 발언을 공개하며 “탈북민에게 ‘김일성 만세 부르던 사람들’이라고 하는 건 김씨 일가 독재에 반대해 자유 대한민국을 선택한 모든 탈북민을 모욕하는 언행”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김 의원은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부주의한 언행으로 회의에 지장을 주었다”며 “특히 동료 위원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드린 점에 대해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어떻게든 경색된 남북문제를 풀기 위해서 노력하시는 장관에 대해서 굉장히 단순 비판하는 박 위원님께 이성을 잃고 감성적으로 격해져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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